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진하 Mar 07. 2023

02. 목돈 1억 만들기, 학창 시절 편

재테크의 결실, 서울 내 집 마련기

내가 ‘돈’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꽤 기억에 뚜렷하다.   


고등학생 시절, 나는 좋아하지도 않았던 학업에 치이며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던 중,

아버지 서재에서 우연히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발견했다.

처음 접한 경제 책은 복잡했지만, ‘돈’에 대한 개념이 새로웠고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이 꽤 명확했다.




그리고 그 순간,

책 속 이야기들은 나에게 ‘부자가 되고 싶다’라는 목표를 갖게 했다.


그 책을 덮는 순간, 내 몸은 떨림과 전율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부터 돈과 경제에 대해 학습하고 실천하는 것이 내 삶의 일부가 될 것이다.




제일 먼저,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투자금’이었다.


월 10만 원씩 용돈을 받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기에,

푼돈을 저금해서 투자금을 마련하기엔 너무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때마침 나에게 ‘생일’이라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 생일도 갖고 싶은 게 딱히 없다고 할 거니? 그럼 필요한 거라도 말해봐.”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난 올해 생일 선물을 주저 없이 골랐다.


부모님께 80만 원의 투자금을 받았고, 나는 곧장 동네 은행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첫 예금 통장을 개설했다.

통장 첫 페이지에 적힌 나의 이름 석자와 어설픈 나의 서명이 낯설지만 벅찼다.


그리고 이어서, ‘펀드’ 상품에 대한 상담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펀드는 증권회사나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며,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증권, 채권, 현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여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펀드 세계는 무궁무진했고,

처음으로 받았던 펀드 관련 팸플릿은 굵직하고 현란한 모습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나는 삼성 계열사에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펀드 상품에 가입했다.


나의 생일 선물은 천천히 싹트기 시작하더니, 작은 봉우리를 이루었고, 마침내 일 년 뒤 나의 첫 꽃을 피웠다.


내가 수능을 마치고 고등학생으로서의 역할을 마치는 그날, 나는 제일 먼저 동네 은행을 찾아갔다.

그리고 내가 가입한 펀드의 일 년간 수익률을 확인하기 위해 통장을 펼쳤다.




나의 투자금액 80만 원 옆에는 100만 원 좀 넘는 금액의 숫자가 함께 적혀 있었다.

비록 피땀을 흘린 '노동'은 아니었지만, 그 펀드는 내 인생에서 첫 수입이었다.


학교에서는 돈을 위해 일하는 법만 가르치지. 돈을 관리하는 법은 가르치지 않는다.


이제 학교를 떠나서 비로소 성인이 되었다.

부자아빠가 남긴 가르침이 내게 더 큰 가치를 지니는 그 시점이 되었다.




내가 대학교에 입학한 첫 해,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제법 그럴듯한 명분으로 게으름을 합리화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친구들과 함께 보냈다. 매일을 술과 함께. 정말 대학 신입생답게.


“너 이렇게 살다가 커서 뭐 될래.”라는 어머니의 걱정은,

언제나 정성 가득하게 차려진 밥상에 잘 어우러진 반찬과 같았다.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한 것은 대학교 2학년 때부터였다. ‘노동’을 통해 처음 돈을 벌었다.


주 3일은 대학 수업 스케줄을 짜고, 나머지 이틀과 주말은 총 3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과외를 진행했다.


당시만 해도 입시 위주의 과외 수업이 성행했기 때문에,

나는 차별화를 위해 수업 자체를 영어로 진행했다.


대학교 학업만큼이나 아르바이트에도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할애해야 했다.

그에 따른 보상은 월 120만 원 정도의 정직한 수입이었다.


졸업까지 2년 동안, 학생들은 바뀌었으나 3명 정도 소화할 수 있는 과외 스케줄을 유지했다.

그리고 졸업 전 마지막 학기는 인턴쉽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졸업까지, 나의 펀드 사랑은 꾸준했다.


해가 지날수록 펀드 상품들은 더욱 다양해졌고,

각 상품의 투자 가치와 미래 수익성을 분석하는 일은 나에게 매우 익숙한 일이 되었다.


동네 주 거래 증권 지점에 방문하는 것은 나의 또 다른 일상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뭐 그렇게까지 했었나 싶다.

모든 펀드 상품들이 결국에는 적립식 펀드였으니까.


그러나, 성인이 된 나는 몇 차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다시 읽으며 새롭게 깨달음을 얻었다.


어떤 거래에 돈을 던지고 기도만 하면, 그것은 도박이다. 투자는 사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아는 것이다.


펀드를 이해하고 투자했던 건,

나에게 또 다른 ‘투자’를 향한 발판이었고, 다음 투자에 나아갈 수 있게 한 ‘용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펀드’라는 상품을 매개 삼아서,

저금에 재미를 붙였고 그렇게 천천히 Seed money를 축적할 수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는 시점,

통장 잔고 2000만 원으로 난 목표를 향한 한 걸음을 내 디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