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독립 근육 키우기 #6
내가 학부형이 되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한 한 주를 보냈다.
올해 초등학교 3학년 첫째 담임선생님과 첫 전화상담을 부담감과 함께 시작했기 때문이다. 매년 하던 상담이지만 아이가 2학년에서 3학년 학교생활 차이만큼 나에게 부담감을 안겨주었다. 조금이라도 그 긴장감을 낮추기 위해 자주 가는 온라인 카페에서 상담 때 유용한 자료를 메모장에 적어 내려갔다.
4시 40분 전화상담 시간이 조금 지나 울린 전화벨.
역시 학교 전화번호다.
“여보세요”와 간단한 서로의 안부인사를 끝내자마자 선생님은 바로 아이에 대한 질문을 거침없이 시작하셨다.
“시원이는 어떤 아이인가요. 어머니?”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선생님의 첫 질문.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힌 후 미리 준비해 놓은 아이 성격과 버릇이 적힌 메모장을 한 줄 한 줄 읽어 나갔다.
“시원이가 상상을 잘해요. 창의성도 좋고요. 조금 내성적이고 조심스러운 아이라 처음 새로운 걸 시작할 땐 시간이 조금 걸리는 편이에요. 시간을 두고 관찰하고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시작을 하는 편이에요”
라며 준비해 둔 메모의 일부를 모두 전달했다.
“그렇죠 어머니. 시원이가 창의성이 좋더라고요. 전혀 상상하지 못한 것들을 잘 표현하더라고요”
학생수가 20명도 채 되지 않은 덕분인지 담임선생님은 아이를 만난 지 한 달 만에 많은 것을 파악하고 계셨다.
대화가 흘러가면서 내 심장도 정상으로 돌아올 때 즈음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아이 학교생활이 나를 조금 불편하게 했다.
“시원이가 유튜브나 게임을 자주 하나요?”
선생님께서 질문하셨고
“네”
라고 나는 답을 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사실이었다.
“시원이가 수업시간에 간혹 가다 집중을 못 하고 딴생각을 해요. 이 또래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집중을 잘 못하긴 하거든요. 게다가 시원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태어나서 더 그럴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아이고!! 내가 염려했던 게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고, 머리를 망치로 쿵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기초학력평가에서 시원이가 국어가 수학보다 점수가 덜 나왔어요. 평가 기준은 넘었는데, 왜 그런지 아세요? 어머니?”
라고 선생님께서 물으셨고, 나는 당연히 1, 2 학년 때 따로 공부를 시키지 않아 낮은 성적이 나온 줄 알았는데... 선생님의 답변은 내 뒷목을 잡게 만드셨다.
“뒷장을 안 풀었어요. 시원이가 차분한 것 같으면서 성격이 급하더라고요.”
겉으로 보기엔 차분해 보이는 아이지만 마음속으론 엄청 급하게 일을 끝내고 싶어 하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말을 선생님께 직접 듣다니. 가슴 어딘가 찔리는 듯하면서 부끄러운 기분이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찝찝한 마음으로 상담을 마치고 내가 왜 썩 좋지 않은 기분이 드는지 선생님과의 대화 내용을 곱씹어 보기 시작했다.
‘내가 뭔가 잘 못하고 있었구나’ 부모로서의 죄책감. 나름 아이가 잘하고 있다고 믿고 나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 때문에 ‘이 정도는 괜찮다’ 여겼던 것들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워킹맘이란 핑계로 아이만 오로지 돌볼 수 없어 종종 유튜브나 게임을 허락해 주었는데 그것이 ‘시험지 뒷장을 풀지 않는 덜렁 거림’이란 결과로 보인 것이다.
‘뭐 원래는 다음 해 1월생으로 태어났어야 하는데 12월에 태어나 누나, 형이랑 공부하는 거잖아. 이 정도면 아주 잘하는 거지. 지금도 공부하려고 매일 수학 한 문제도 풀고 있고. 그럼 됐어’ 라며 나름의 자기 합리화로 마음 상태를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의 잘못된 행동은 고쳐야 한다고 판단했고 아이에게 상담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결심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사실 그대로 말할까? 하지 말까? 산책을 하면서 해볼까?’ 첫 말문을 떼기까지 수많은 옵션을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막상 저녁식사 자리에 아이와 마주 앉아 얼굴의 동그란 눈을 바라보는 순간 아이의 눈이 천사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아이의 크고 동그란 눈빛은 ‘잘 자라고 있는 아이한테 뭐 하러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고, 좋은 이야기는 크게 칭찬하고 고쳐야 할 부분은 응원의 말과 함께 엄마와 같이 고쳐보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선생님이랑 상담했거든, 기억하지? 상담한다고 시간 정해달라고 한 거?”
“응 알지”
아이가 대답했다.
“선생님이 시원이 잘하고 있데, 이렇게만 하래”
라며 칭찬을 전했다. 그래도 아이가 알아야 것은 알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어떻게 말문을 시작해야 할지 고민했던 상담 이야기를 시작했다.
“혹시 시원이 수업 시간에 딴생각해?”
“아니”
라며 아이가 대답했다.
아이의 “아니”라는 그 대답에 나는 아이에게 “선생님은 아니라고 하던데”라고 따지고 들 수 없었다. 아이가 “아니”라고 하니 나는 더 이상 사실 여부를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대신 “아, 선생님이 지난번 진단평가 번거 시원이가 뒷장을 안 풀었다고, 조금 천천히 꼼꼼히 보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네. 뒷장을 안 풀었는데 통과 점수보다 높다고 하셨어”
라며 못다 푼 시험지로 주제를 돌렸다.
“아. 내가 뒷장을 안 풀었어? 내가 좀 성격이 급하긴 해. 이젠 천천히 해야겠다”
라며 아이도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건 시원이뿐만 아니라 요즘 아이들 모두 문제인데, 유튜브랑 게임은 덜 하면 좋겠다고 하시네. 요즘 그것 때문에 아이들이 깊게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데. 한 번에 줄이기 어려우니 조금 줄이는 게 어떨까?”
라고 물었고
아이는 “그럼, 일주일에 두 번 50분 말할까?”라고 스스로 게임 시간을 줄여 제안을 했다.
그렇게 간단한 대화가 끝난 그 날 저녁, 아이가 뭔가 결심을 했는지 사놓고 풀지 않았던 문제집을 풀겠다고 계획까지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를 꼭 끌어안고 말해주었다.
“시원이 잘하고 있어, 지금처럼만 하면 돼"
생각지 않은 상담 내용으로 철렁 가라앉기는 가슴. 하지만 오히려 이번 상담으로 그동안 나도 모르게 외면하고 싶었던 나의 잘못을 수용하게 되었다.
아이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외면하고 싶은 것, 아마도 이번 아이 상담은 단지 시작에 불구할 뿐이다. 이것은 아이가 내 손을 떠나 혼자 독립할 때까지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 예상치 못한 내용으로 예상치 못하게 나에게 전해질 것이다.
그럼 내가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나는 아이와 대화를 하기로 선택했다. 대화를 통해 아이가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고 또 그 해결 방법을 스스로 찾을 기회를 주며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를 마치 없던 것처럼 숨길 필요 없다. 문제를 직면하고 그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내가 아이 옆에서 응원과 격려를 해주는 것 만으로 아이는 자신만의 독립 근육을 키우고 있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일주일~~!! 와우~~ 아이 덕분에 놀이동산 간 이 기분~~
요긴 제 첫째 아이의 어릴 적 사진입니다. 동그란 눈동자.... 제가 이 눈을 보고.... 마음이 바뀐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