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주거침입범이 산다 #6
그날의 소동이 지나간 후, 내 일상에는 작은 균열이 생겼다. 집 밖을 나설 때면 나도 모르게 미어캣처럼 고개가 좌우로 휙휙 돌아갔다. 혹시라도 문 앞에 누군가 서 있지는 않을까, 양옆을 재빠르게 훑어보는 경계심이 자리 잡았다.
귀가할 때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초스피드로 띠디딕 누른 뒤 문이 열리자마자 몸을 밀어 넣기 바빴다. 현관문이 자동으로 잠길 때까지 3초를 기다릴 여유 따위는 사치였기에, 곧장 뒤돌아 수동으로 문을 잠가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배달 음식을 받을 때조차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걸쇠를 걸어 둔 채 문을 살짝 열어 사람이 아닌 음식만 놓여있는 모습을 먼저 확인해야만 했다.
이렇게 경계 모드가 자주 발동된다는 점만 제외하면 그럭저럭 평온한 나날이었다. 마주치면 인사하자던 아주머니의 말이 무색하게도, 우리는 그 소동 이후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렇게 별 탈 없이 초여름이 찾아왔고 긴장했던 나사들이 하나둘 풀려갈 무렵, 예상치 못한 비상벨이 울렸다.
7월의 어느 날, 근무 중에는 좀처럼 전화하지 않던 아빠에게서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이지?' 궁금한 마음에 자리를 나와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아빠의 말은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얼마 전에 우리 집 쳐들어왔던 옆집 아주머니 기억나지?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는데 그 사람이 엄마랑 아빠를 고소했대."
순간 귀를 의심했다. 우리가 고소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고소를 당했다고? 그것도 우리가 선처까지 해줬던 그 사람에게? 나는 얼떨떨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대체 뭐로 고소했대······?"
"엄마랑 아빠가 자기를 때려서 온몸이 다 아프다네."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명백한 피해자였던 우리가 순식간에 가해자라는 누명을 쓰게 되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궁금증이 한가득이었지만 아빠는 집에서 마저 이야기하자며 통화를 끊었다. 나는 멍하니 자리에 다시 앉았다. 퇴근까지 두 시간이 남았지만 일이 손에 잡힐 리 만무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전화가 오후 5시에 걸려 왔다는 사실이었다. 만약 오전이었다면, 그날 하루는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날 저녁, 집에 도착해서 자초지종을 들은 뒤에야 사태의 심각성이 실감 났다. 폭행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고소가 접수된 이상, 부모님은 피고소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 황당한 현실을 직시하니, 당장의 분노는 고이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일단 조사를 잘 준비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평생 송사에 휘말려본 적이 없던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우선, 주변 지인들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종합해 보니, 첫 단추는 '고소장 열람 신청'이었다. 상대가 어떤 내용과 죄명으로 고소했는지 알아야 대응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곧바로 정보공개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신청서를 작성했다. 고소장 열람 승인까지 길게는 열흘이 걸린다는 안내 문구가 보였다. 승인을 기다리던 며칠 사이, 뜻밖에도 상대방 측 변호사라는 사람이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변호사까지 선임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변호사는 합의금 이야기를 꺼냈다.
"계속 일을 크게 만드시느니, 제 생각에는 합의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빠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럼 합의금을 얼마나 달라는 겁니까?"
"저희는 일단 300만 원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됐고요. 죄가 없는데 무슨 합의입니까. 바빠 죽겠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들을 시간 없어요. 나는 끝까지 가요. 우린 무고죄로 고소할 겁니다."
때린 적도 없는데 합의라니. 그 자체로 모욕이었다. 아빠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우리는 죄가 없으니 합의도 절대 없다는 입장을 못 박았다. 그러자 변호사는 금액 조율도 가능하다며 다시 생각해 보라는 말을 남기고 통화를 끊었다. 가뜩이나 고소당한 것도 억울한데 돈까지 달라는 파렴치함에 잠시 접어두었던 분노가 다시 끓어올랐다.
그 후 며칠 동안 각종 판례와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며 나름의 대응책을 고민하던 중,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소장 열람 승인 메시지가 도착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고소장을 클릭했다. 그렇게 마주한 고소장은······ 한 편의 단편 소설이었다. 우리가 겪었던 실화와는 전혀 다른, 허구와 왜곡으로 가득한 픽션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