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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밤중에 경찰 출동

옆집에 주거침입범이 산다 #4

by 하은


아주머니가 마침내 식탁 의자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경찰복이 눈에 들어오자 그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제야 말이 통하겠다는 듯, 본인이 집에 들어와 무엇을 확인했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야기를 듣던 경찰관이 말을 끊었다.


"어머니, 이분들이 원하지 않는데 왜 남의 집에 들어오세요?"

"아니, 그게 아니죠."

"뭐가 그게 아니에요. 그걸 왜 본인이 확인하시냐고요. 나오세요."


상황이 예상 밖으로 흘러가자 아주머니는 잠시 당황한 듯했다. 몇 번이고 반복된 경찰의 퇴거 요청에도, 그녀는 집 안에서 이야기하겠다며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고 애원했다. 상황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자 결국 경찰관이 현관 안으로 들어섰다. 그제야 아주머니는 울상을 지으며 마지못해 신발을 신었다. 문밖으로 나서면서도 그녀의 입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어제도 이 집에서 마사지 기계 소리가 4시부터 한 시간 동안 났어."

"어제는 저 혼자···"


나는 억울한 마음에 해명하려 했지만, 끼어들지 말라는 그녀의 말에 조용히 입을 닫았다. 아주머니가 말한 그 시각, 나는 혼자 책상에 앉아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음악은 이어폰으로 듣고 있었기에 소음이 날 리 없었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두 명의 경찰관은 각각 우리 가족과 아주머니를 분리해 진술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차근차근 사건의 경위를 설명했다. 아주머니가 나를 밀치고 집에 침입한 순간부터 방을 뒤지고 다른 방까지 들어가려 했던 행동, 그리고 우리가 손을 비틀었다는 그녀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까지.


"저분을 처벌해 드릴까요?"

이야기를 들은 경찰관이 물었다.


부모님은 처벌은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그저 불청객이 이제 집을 떠나 주길 바랄 뿐이었다. 아주머니는 나와 열 걸음쯤 떨어진 곳에서 경찰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억울함을 호소하는 손짓과 표정만은 분명했다. 그때였다.


"여기 마사지 기계 있었어요!"

아주머니가 갑자기 몸을 홱 돌리더니 다시 집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쯤 되니 놀랍지도 않았다. 그 끈질긴 집념 하나만큼은 인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경찰이 아무리 말리고 제지해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완고한 의지. 어떤 의미에서는 신기할 정도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광기에 가까운 집착이 느껴져 등골이 오싹했다.


"이야기 충분히 들었습니다. 나오세요. 나오시라고요!"

"그게 아니라니까."

"나오세요! 왜 남의 집에서 그러세요!"


경찰관들의 목소리가 점점 강경해졌다. "나오세요."라는 말이 열댓 번쯤 반복됐을까. 여러 차례의 제지 끝에야 아주머니는 현관 밖으로 쫓겨났다. 상황을 정리할 테니 집에 들어가 계시라는 경찰관의 안내에 따라, 우리 가족은 그제야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현관문을 닫고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를 듣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문 너머로는 여전히 우리 집을 포기하지 못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안감이 다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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