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주거침입범이 산다 #8
사건 당일에는 너무 놀라 아픈 줄도 몰랐다던 그녀는 다음 날부터 통증이 시작되어 병원을 전전했다고 한다. 고소장에 줄줄이 나열된 상해 목록을 읽는 동안, 문득 액션 영화 촬영 중 부상을 당한 스턴트 배우의 진단 기록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발톱의 멍부터 시작해 어깨 관절의 염좌 및 긴장, 팔꿈치의 타박상, 손목 및 손의 기타 부분의 타박상, 발의 기타 및 상세 불명의 타박상, 요추 및 골반의 기타 및 상세 불명 부분의 염좌 및 긴장까지······. 그야말로 ‘전신 부상 종합세트’였다.
하지만 놀라긴 일렀다. 각종 타박상을 넘어 '종아리신경 마비'와 '추간판전위’라는 무시무시한 진단명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치료비와 약제비로 상당 비용을 지불했다는 말도 빠짐없이 덧붙여 있었다.
첨부된 증거 목록에는 진단서와 소견서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소견서의 발급처는 아주머니의 사위가 의사로 근무한다던 바로 그 대학병원이었다. 물론 가족이 일하는 병원에서 진료받는 일이야 지극히 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고소장 내용이 순도 100% 허위라는 사실을 아는 나로서는 그마저도 순수하게 보일 리 만무했다.
고소장을 끝까지 읽고 나서야 한 가지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주머니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홀랑 이사를 갔다. 우리 가족을 마주하기 힘들다며 계약기간보다 한 달 일찍 집을 비웠다고 한다.
정작 우리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당사자는 이미 쥐도 새도 모르게 떠난 뒤였는데, 우리만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한 채 경계를 바짝 세우며 살고 있었다. 진작 알았더라면 적어도 마음은 좀 더 편했을 텐데.
아무튼, 이제 상황은 대체로 파악됐다.
고소장을 처음부터 다시 훑어보니 황당무계한 내용에 정신이 팔려 잠시 잊고 있던 죄명이 그제야 눈에 밟혔다.
‘특수상해’
상해면 상해지, 왜 ‘특수’라는 수식어가 붙는 걸까? 나는 곧장 검색창을 열었다.
제258조의2(특수상해)
①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제257조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제258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요지는 이렇다. 특수상해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즉,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형사 절차는 멈추지 않는다. '특수'가 붙는 순간 죄질은 훨씬 무거워지고, 특수상해의 경우 벌금형 없이 오직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는 범죄다.
인류애가 바닥을 쳤다. 아무리 악감정이 있다고 한들, 허위로 고소한다면 폭행이나 일반 상해죄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지만, 이건 개구리를 향해 대포로 바위를 발사하는 격이었다. 어떻게든 우리 가족을 불행으로 몰아넣으려는 노골적인 악의가 느껴졌다.
상황을 다시 정리해 보자. 부모님은 현재 특수상해로 고소된 상태다. 설령 합의가 이루어진다 해도 경찰 조사는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정말 만에 하나, 죄가 인정될 경우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
아찔했다. 이렇게 정리가 되자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 가능한 한 많은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고 선임 여부를 결정하는 것
앞으로의 과정이 험난하리라는 건 불 보듯 뻔했다. 잠시 우울감이 밀려왔지만, 지금쯤 두 발 쭉 뻗고 마음 편히 지내고 있을 그 아주머니를 떠올리자 우울은 곧 전투심으로 활활 타올랐다. 분노는 나의 원동력이 되었다. 좋다. 누가 이기나 한번 붙어보자.
아 참, 그리고 그녀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우리에게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