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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하하하하 Nov 25. 2018

로맨스 판타지 소설 쓰기

작가님, 원고 언제쯤 받을 수 있나요?

장르 소설 출판사에서 일할 때 차라리 작가가 되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원고를 늦게 줘서 매번 플랫폼 담당자에게 죄송하다는 장문의 메일을 쓰지 않아도 되었고, 그 와중에 원고에서 오타를 못 찾아내면 작가는 지랄했다.


“네가 세이브 원고 안 만들어 놓고 얼마나 좋은 퀄리티를 바라는 거냐. 작작해라. 좀!”

이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비즈니스니까 속으로 삼켰다. 그래서 퇴사하고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세이브 원고 많이 만들어 놓고 승승장구할 거라며 포부는 우주 최강으로 컸다.


준비물 : 필기도구, 연습장 + 워드 작업할 컴퓨터


먼저 연습장에 어떤 소설을 쓸지 적어보았다. 전 직장에서 느낀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글쓰기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시장성도 고려해야 했다. 요즘 장르 소설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19금 소설이었다. 어금니 꽉 깨물고 19금 로판을 쓰기로 결정했다.


직장에서 퇴사한 여자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퇴사했지만 승승장구하는 이야기로 대리만족할 거다.


‘흐흐흐. 나중에는 직장 내에서 치근덕거린 새끼한테 복수하는 에피소드도 넣어야지.’


캐릭터 설정과 컨셉을 하나하나 잊지 않고 메모했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작성하다 보니 한 편이라도 얼른 세상에 공개하고 싶어 졌다. 장르 소설을 무료로 업로드할 수 있는 플랫폼은 여러 군데가 있는데 “조아라”라는 플랫폼을 골랐다. 사이트가 조잡해 보이지만 은근 독자 수가 많고 작가들도 이곳에 작품을 많이 올린다. 드디어 장르 소설의 파도에 내 몸을 실었다.

피가 마른다. 몇 편 올렸는데 생각보다 조회수가 적었고 코멘트는 없었다. 그러자 샘솟았던 의욕이 메말랐다. 이미 친구들한테,


“야, 이제는 글 써야 해. 19금 소설이야. 더는 19금이 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있는 허세란 허세는 다 부렸다. 나는 요란하게 글을 연재하다가 조용히 비공개로 변경했다. 종종 친구가 소설 근황을 물어본다.


“아직도 글 써?”


애꿎은 목덜미를 긁적이며 “하하, 지금은 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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