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허브 키우기
“벌레를 보실 수도 있다 해도 감수하시겠습니까? 감수하시겠냐고 물었습니다. 어머니.”
“네, 그럴게요. 감수할게요.”
벌레를 극혐하는 나로서 식물을 키운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도 허브를 키우기로 했다. 작은 걸 수경 재배한다면 벌레가 생길 확률이 낮아질 테니까. 집에 풍성하게 자란 장미허브가 있었다. 그걸 조금 잘라 내 방에 모셔 두었다. 이름도 지어주었다. 즈므흐브라고.
준비물 : 장미허브, 액상 비료, 병, 햇빛
즈므흐브가 자랄 곳은 내가 좋아하는 컵술 잔이었다. 처음 며칠은 잘 자라는 것 같았다. 뿌리도 조금씩 자랐다. 귀여웠다. 식물을 키우는 재미가 이런 데에 있나 싶었다. 물로만 영양분을 섭취하기 힘드니 다이소에 가서 액상 비료도 사서 몇 방울 떨어트렸다. 며칠 잘 키우는 것 같았는데 물을 갈아주는 걸 깜빡했다. 컵 안을 살피니 물이 간당간당하게 남아 있었다. 이왕 물 갈아 줄 때 컵 안도 씻을 겸 장미허브를 들어 올렸는데 뿌리가 컵에 붙어 있었는지 찌지직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난 그때 어렴풋이 느꼈다. 가셨구나. 미안하다. 어떻게든 살려야 했다. 이대로 죽기엔 아직 사놓은 액비가 한가득이다. 하루가 지나니 어제보다 더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식물계의 큰손, 엄마에게 SOS를 요청했다.
“엄마, 얘가 비실비실해.”
“햇빛 좀 보게 해.”
그래서 베란다 행. 그랬는데 조금 나아지는 기미가 있다가도 날이 너무 추워서 또 비실비실. 다시 내 방으로 들였다. 그리고 해 줄 수 있는 건 액비뿐이었다. 오늘도 액비를 다섯 방울 정도 주었다. 부디 무럭무럭 자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