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진하 Feb 10. 2021

[아주 사적인 순간] 머물렀던 자리에

김현철 - Must say goodbye


매일  10 <달콤한 , 황진하입니다>(tbs 95.1MHz) 진행합니다. 매일 하루  곡과 짧은 생각을 ‘아주 사적인 순간이란 코너로 전하고 있어요. 이름 그대로 저의 지극히 사적인 생각과 음악이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당신께 가닿기를 바랍니다.





잔다고 누워선 늘 스마트폰을 켭니다. 의미없는 웹서핑 중에 ‘갑자기 사야할 물건’이 생깁니다. ‘이것이 없으면 큰일이 나겠다’ 하면서요. 한참을 돌아보고 결제까지 마친 후에 뿌듯하게 잡니다. 며칠 후 물건이 도착합니다. 그 중 절반은 왜 시켰는지 모를 물건입니다. 퇴근하면 쌓여있는 박스를 보면서 하루에 얼마나 많은 택배를 받을지 생각해봅니다. 없는 날도 있지만 어쨌든 꾸준히 뭔가가 옵니다. 자제해도 이틀에 한 번은 오지 않나 싶습니다.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변함없이 그 많은 것들을 제게로 가져다 주시는 분들을 직접 만난 적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러다 오늘 드디어 동네 우체부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익숙하게 동네를 거니는 그 분. 선생님은 저를 모르시겠지만, 제가 그 분을 통해 중요한 것들을 -편지라든가 물건이라든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반가워서 ‘안녕하세요’ 하고 크게 인사를 하고 말았습니다.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아는 사람이야’라는 안도감 같은 것을 주는 “예에~ 안녕하세요오~” 하는 밝은 인사를 받았습니다. 특유의 물결이 일렁이는 듯한 그 기분좋은 인사를 던지며 유유히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지는 그 분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코로나 시대 ‘비대면 배송’이 당연하다지만, 분명 우리 사이에 무언가가 오고 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같은 자리에 물건을 놓고, 한 사람은 거기에 놓인 물건을 받아듭니다. 서로 마주치지는 않아도(못해도) 우리는 같은 공간을 몇번이나 공유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머물렀던 자리에 손을 얹으면 온기가 느껴지듯이, 마주하지는 못해도 이 물건을 들고 온 고생과 시간은 느낄 수 있습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오늘의 노래, 다른 시간에 사는 두 사람이 우편함에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사랑하는 이야기를 담았죠. 영화 [시월애] O.S.T. 중에서 골랐습니다. 김현철의 Must say goodbye 같이 들을게요.





https://youtu.be/nEf9Q-tRpq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