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집을 나섭니다.
우산은 무조건 제일 큰 우산
빗방울이 또륵 굴러가는 겉옷을 걸치고요.
비에 흠뻑 젖어 내다 버리게 돼도
아쉬울 것 없는 오래된 신발을 신어요.
장마철도 아니고
다만 비가 촉촉이 내릴 뿐이지만
전 모든 빗방울을 흡수하는 여자니까요.
무슨 말이냐면
비를.. 못 피해요.
레이니 데이의 김여사라고 해야 하나.
우산을 써도 비를 맞습니다.
바람 방향을 못 읽거든요.
제가 왼쪽으로 우산을 향하면
오른쪽에서 빗방울이 날아들고
오른쪽으로 우산을 향하면
왼쪽에서 날아들어요.
아! 그럼 반대로~ 하면
그 반대의 반대 방향으로 비가 오지요.
게다가 길눈까지 어두워서
수시로 우산을 젖히고 체크도 해야 하고요.
균형감각마저 실종 상태라
빗물에 미끄덩하면
2회전 후 화려한 슬라이딩 기술을 선보입니다.
제 오른쪽 무릎은 성할 날이 없어요.
역시나 이번에도
우산은 폼으로 든 사람처럼
흠뻑 젖어 약속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친한 언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요.
바다 건너왔니?
그러니까요.
우산 쓰고 왔는데
해협이라도 횡단한 사람처럼
흠뻑-
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