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뒤꿈치 살살 들고
피아노 치는 널 훔쳐보았지
새하얀 눈보다 더 말간 손으로
건반 위를 노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엄마한테 혼나면서도 포기하지 못했던
디즈니 만화 생각이 났어
거기 나오는 밤비가 꼭 너 같았거든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는 날엔
철렁 내려앉은 가슴을 부여잡고 마구 뛰었지
이노옴 복도에서 뛰지 말랬지!
노하신 교감 선생님께 질질 끌려가면서도
올라가는 입꼬릴 막을 수 없었어
그땐 그랬어
별 뜻 없는 몸짓에도
천사들의 나팔소리가 울리곤 했지
오며 가며 마주치는
찰나의 순간에도 하늘을 날았지
과일향 나는 풋풋한 감성이
날 웃게도 울게도 만들었지
마냥 아파도 마냥 좋았어
첫사랑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