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성춘기
태풍이 불어온다.
참 폭풍전야다 전철을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올라타고 위를 쳐다보니
하늘이 분홍색, 다홍색, 주황색, 빨강색이 뒤섞여있다.
너무나 이쁜 하늘. 그냥 오늘 하루 잘 살았다고 그래도 잘 이겨냈다고
그러니 괜찮다고 토닥여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폭풍전야가 다가오고있다.
이쁜 하늘, 불어오는 바람 습하지도 차갑지도 않는 바람
바람은 공기의 에너지라는데
큰 에너지가 오기 전을 준비하기 위해 마음을 다듬는 살랑이는 바람
역을 내려 편의점에서 맥주한캔을 들고 이별택시와 서면역 .. 이별노래를
최대한 볼륨업을 하고 걷는다
집까지
누구를 위한 애절함일까
잠깐 스치는 옛연인들 그때 참 서글프고 억울하고 씁쓸한 마음만 있을뿐
간절하고 간절한다고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는 나의 사랑 나의 연인
홀짝홀짝 맥주를 마시며 허무하지도 그렇다고 씁쓸하지도 않는 덤덤한
옛 추억에 빠지다 '울컥'하다.
뭔지 모르는 '울컥' 간절하게 당신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애뜻한 우리만의 추억이
높은 파도가 앗아가듯 휩쓸려가 남은 것은 흙탕물에 드럽고 드러운 잔재들뿐
속삭이는 가사들 속에서 왜 나는 지금 슬픈건지.
'울컥'을 단념하며 걸음을 재촉할 때,
아, 혹시 이거 나한테 속삭이는 이야기 아니야
나를 사랑했던 그때 그 시절
내가 행복했던 그때 그 시절
어디로 튈지 몰라도 그냥 그게 마냥 행복했던 나에게 이별을 고하는 걸까
뭘까, 왜 이별노래의 절규가 내 자신한테 하는 속삭임
너무나 행복했고 그래서 놓지 못하는
또는 내 실수로 놓아버린 나의 인생의 후회가, 실망이
너무나 커서 돌려놓을 용기도 없는 내가 너무나 미워 죽겠는데
그래도 마음속의 너는, 맥주 마시며 걸어가고 있는 나는
살아가고 살아갈꺼야 왜나하면 사랑하기 때문에
응? 나 지금 나랑 이별하는 중이야?
나 왜 슬픈데
그러네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 비참해보이네
후회되네 더 열심히 사랑할껄 더 아껴줄껄
그러지 못한건가 후회가 물밑듯이 밀려오다
아, 이제서야 나랑 대화라는 걸 해보네
외치고 외쳐도 너는 누구인지 왜 나는 괴로운지
서러운지 서글픈지 사랑받고 싶은데 받는 방법이 무엇인지
사랑주는 것이 그것 밖에 안되는지 외치고 외쳐도
묵묵무답인 너 이씨 .., 이제서야 답해주는거야?
이렇게 애절해야 오는거였구나
참...,
그래 나 지금 힘들어 나 좀 사랑해줘
속삭이니
아니래. 사랑하는데 사랑하기 거북하다고 하네
왜 거북하냐고 하니까
그렇데, 그렇게 바짝 쫒아오지 말래
잠깐만 머무르래
알겠어, 잠깐만 우리 도란도란 이야기하자
화내지도 흥분하지도 엉엉울지도 않을게
대신 우리 솔직하게 툭-, 터 놓고 이야기 한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