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의 사춘기의 기록
나의 1.0이 끝났다. 방점을 찍는 순간이 온 것 같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떠한 뚝심이였는지, 또는 신념이였는지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학교에서 더 이상 배울게 없다고
느껴 학교 밖 세상이 궁금해 당당하게 아빠에게 자퇴를 선언하고 얼마 후, 나는 갑작스레 정말로
학교를 그만두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친구들은 있었지만 어디 모르게 독특하게 튀었던 나는 항상 처음이고
낯선 환경에서 사람들은 나를 달가워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기특했던 건 그런 달가워 하지 않는 따가운 눈초리에서 당당했던 것.
어떤 자신감이였을까?
뭐 하나 잘난 것 없는 내가
그래도 나를 좋아하고 같이 웃을 수 있는 친구들이 옆에 있어서 일까
아니면 강한 나의 색깔을 스스로 사랑했던 것일까
지금도 오늘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사람
항상 올곧아서 앞뒤가 너무 똑같은 사람 그려진다.
사람들은 걱정한다. 나를 언제나. 조금 더 음흉한 사람이 되라고, 앞뒤가 다른 사람이 되라고
그건 나쁜게 아니라 유연한거고 복잡한 생각을 덜어줄거라고
나도 안다. 그렇다고 사회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각이 많고 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어떤 방법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항상 고심할 뿐이다.
불면증이 있던 한달동안 유튜브에 '명상', '명상음악', '수면음악'을 연달아 검색하면서
잠자기에 열중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지금 나의 불안이 누구보다 당당하고 찬란했던 또는 독특했던 나의 십대와
이십대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으며, 지금은 그러지 못한 내가 안쓰럽고 안타까워 그러지 못해
불안한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후회하지 말자 생각이 스며들었다.
그때의 나도 나였고 지금의 나도 나다.
아마도 20대의 꿈꿨던 나의 30대가 아니였기에 항상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불분명한 경계에서 이대로만 하면 30대는 찬란하고 인정받지 않을까 확신을
이루지 못한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초라하다.
그때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다.
어디서부터인가 목표와 꿈이 흔들렸을까.
곱씹고 곱씹어봐도 내 자신이 더 초라해짐을 느꼈을 때,
아, 나의 삶 1.0이 끝났구나...
학교에서 문득 자퇴를 선언한 내가, 나를 곱게 보지 못하는 시선들이,
내가 원하는 공부가 아니라는 확신이
꼬리를 잘라내고 새로운 환경에 나를 맡겨버리고 싶다는 그때의
나 처럼
지금도 고리를 잘라버릴 때 다.
그렇다고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거나
후련해지거나 삶의 변화는건 없다.
그래서 나의 삶 2.0을 시작하기 위해서의 워밍업 '수행'의 길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그 시절의 세상을 무모한 시선으로 보았던 사물과 감정과 관계의 뒤섞임에서
나만의 정답만 외치던 나는 이제 없다.
뒤섞이고 엎어지고 앞과 뒤가 어디인지 분간도 못하는 흙탕물이 되어버린 지금은
무모함보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을 얻어내고 싶다.
수행,
수행이 무엇인지 알길도 없고 정의도 못내리지만 나에게 그냥 지금의 모든것들이 수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