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대체되는 것은'직업'이 아니라 '사람'

기계처럼 일하는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

by Every river

처음으로 필라테스를 경험했다.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에 교정을 기대하며 수업을 등록했지만, 첫 수업을 받고 바로 후외했다. 기계적인 강사의 목소리와 태도는 매일 아침 유튜브로 혼자 요가를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유튜브 요가 강사들은 보이지 않는 구독자를 배려하는 반면, 이 강사는 일방적이었다.


요즘은 기계가 오히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개인의 관심사와 요구사항을 먼저 물어보는데...필라테스는 처음인지, 왜 운동을 하는지 같은 기본적인 질문조차 없이 수강 체크 후 하고 바로 운동에 들어갔다.


유튜브 강사는 "무리하지 말고 자신의 몸에 맞춰야 한다"고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계속 말을 건네는데, 필라테스 강사는 정해진 커리큘럼을 고수하며 모든 수강생에게 똑같은 횟수와 자세를 요구했다. 몸이 유연하지 않은 사람도, 출산한지 얼마 안되어 체력이 회복되지 않은 사람에게도 그저 계속 정해진 횟수를 채우라고 했다..


흔히 사람을 직접 돌보는 직업, 특히 요양사나 간호사는 AI로 쉽게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릴 수 있겠지만,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간에도 담당하는 업무의 질과 수준은 상당히 양극화될 것 같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의사나 간호사들이 환자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질문하거나(문진), 얼굴과 몸을 살펴보는(시진) 대신, 모니터의 검사수치만 보고 기계적으로 대응했다. 타인보다 정상 수치가 낮아서 그 환자에게는 현재의 수치가 비정상의 궤도를 향해 오르고 있는 상황인데도. 컴퓨터가 제시한 정상 범위만을 근거로 진단했으며, 환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입원을 하면 매일 기계적인 일들을 반복해서 당한다. 수시로 체온을 재고, 피검사를 하고, 소변양과 수분 섭취량 등을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체크를 하는데 정작 환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여자 환자의 차트에 남자로 기록된 채 몇 달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일도 있었다. 병을 진단하는 데 있어 성별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때 깨달았다. AI가 대체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 때문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기계처럼 일하는 모습을 반영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을. 기계처럼 일하고 있다면, 기계가 더 저렴해지면 당연히 대체될 수밖에 없다.


EC2431_02.jpg?type=w1200 <출처 : 사이다경제>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계처럼 일하며 스스로 대체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C%9E%A0%EC%8B%9C%EB%A7%8C%EC%9A%94.jpg?type=w1200 <출처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528182&memberNo=376611&vType=VERTICAL>



만약 “잠시만요~”라고 말하면
정중하지 못한 언어 사용으로 점수가 차감된다.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콜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도 비슷한 생각을 하신 것 같다.


콜센터 업무는 정형화된 포맷으로 성과를 수치화하기 쉬운 직종이다. 그래서 생성형 AI 같은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많은 콜센터 업무가 챗봇으로 대체되겠지만, 단순 질의는 이미 홈페이지나 인터넷 검색으로 해결되는 시대다. 그럼에도 콜센터의 상담사를 찾는 고객들은 챗봇같은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콜센터 직원들를 기계처럼 학습 시키는 것이 맞을까.


어느 순간부터 '공정성'이라는 이름 하에 모든 것이 숫자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자리 잡았다. 학창 시절부터 모든 행동과 활동은 기록 가능하고 증명되어야 했고, 직장에서도 복잡한 평가 기준에 맞춰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기계화되는 삶을 살고 있다.


얼마 전 지인이 1:1 트레이닝을 시작했는데, 첫날에는 거의 운동을 하지 않고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하는 각종 테스트와 대화만 나눴다고 한다. 당시에는 1회 강습료가 20만 원이나 해서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지만, 이후부터는 본인에게 딱 맞는 맞춤형 수업이 진행되었고, 트레이너가 수강생의 몸과 성격을 정확히 파악해 가르치는 디테일과 섬세함에 매 순간 놀랐다고 했다.


마차와 함께 마부가 사라졌지만, 사람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역할은 기관사, 파일럿이 여전히 수행하고 있다. 일자리가 사라져서 노동하지 않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지만 그 전까지 우리는 AI와 일을 분담하게 될 것이다. 다만 누군가는 기계의 수발을 드는 역할을, 누군가는 기계의 도움으로 더 고차원적인 일을 하며 양극화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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