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고 싶은 것에 돈을 써야 한다

고집과 수고스러움이 담긴 음식을 위하여

by Every river

온라인의 작은 과일가게, '공씨아저씨네'의 회원이다.


하지만 이 가게의 과일을 사 먹기란 참으로 어렵다. 일부러 구하기 어렵게 만들어서 비싸게 파는 명품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과일 장수의 속사정은 괴롭다. 과일 장수는 과일을 팔고 싶어도 그가 생각하는 '상식적인' 과일이 없어서 팔지 못한다. 땅과 사람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농약만 사용하고, 첨가물로 인위적인 단맛을 더하지 않으며, 제철에 나무에서 끝까지 익힌 과일을 찾기가 힘들다고 한다.

더 편안하게 일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면서도, 고집스럽고 수고스럽게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올해는 9월의 선선한 아침이 사라진 무더위로 정성껏 키운 과일마저 제대로 익지 않아 판매하지 못하셨다...


그래서 공씨아저씨에게 과일은 자주 사지는 못하지만, 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잃어버린 제철의 감각과 소비자의 책임을 되새기곤 한다.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에 어울리지 않게 긴 글을 올리시지만, 진솔함과 절실함 이 묻어나 매번 끝까지 읽게 된다.


얼마 전에는 '한살림'의 농가들이 온라인 배송 플랫폼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글을 올리셨다. 나 역시 '한살림'의 오랜 조합원인데, 집 근처에 없어서 한 달에 한두 번만 이용하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생수 배달과 새벽배송의 편리함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을 종종 이용했는데, 공씨아저씨의 글을 읽기 전날에도 새벽배송을 주문했었다. 나 자신은 편리함을 좇으면서, 누군가는 여전히 '한살림'을 이용하고 있을 거란 무책임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비자가 계속 찾고 구매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이다.


과일뿐만이 아니다. 신선한 식재료로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드는 가게들도 하나둘 문을 닫는다. 몇 년 전 양평에 갈 때마다 방문했던 닭볶음탕 집이 있었다. 텃밭에서 방금 딴 야채로 나물 반찬을 만들어 주셨는데, 조금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방금까지 숨이 붙어있던 야채의 생생한 신선함이 고소한 참기름으로 버무려진 맛은 잊을 수가 없다. 더불어 방금 데쳐진 그 온기!


그 집의 음식이 맛있기도 했지만, 내가 더 놀랐던 사실은 내가 서울에서 먹는 음식들이 얼마나 오랜 유통과정과 저장을 거친 묵혀진 맛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차갑고 하얀 냉기 속에서 신선한 척 진열된 채소들과 냉장고에서 꺼내진 반찬들... 그래서 서울의 음식들은 점점 소스에 범벅이 된다. 그 쩐내를 느끼지 못하도록 말이다.


코로나 시기에 음식점들은 양분화되었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도 꼭 가야 할 집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그렇지 않은 곳들은 텅 비었다. 코로나가 끝나고 불황이 오자 시장은 더 양극화되었다. 소비를 줄이다 보니 한 번의 선택에서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래서 남들이 인정하는 소셜미디어 맛집을 찾는데, 문제는 그중 맛집이라 할 만한 곳이 드물다는 것이다. 심지어 도파민 중독이 입맛까지 변하게 만들어서 음식이 자극적이다.


몇 차례 평점에 속아 후회한 이후로는 유명한 맛집보다 오래오래 장사하길 바라는 집들을 찾아간다.
지키고 싶은 것에 돈을 써야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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