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플라워와 프리저브드 플라워로 본 아름다움의 끝
“우리 이번 주말에 꽃 시장가자.”
얼마 전 남편이 꽃 시장에 가자고 제안을 했다.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은 요즘 드라이플라워 책이 잘 나가길래 꼼꼼히 살펴보다가 자신이 그 매력에 빠져버렸다고 한다. 평소 잘 접하지 못하는 예쁜 꽃들과 아름다운 공간을 멋들어진 사진으로 담아놨는데 어찌 꽃바람이 들지 않겠는가.
며칠 후, 우리는 약속대로 서울 고속터미널에 위치한 꽃시장에 갔다.
길게 늘어선 상점 테이블 위의 꽃들이 종류도 수량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거리에선 피어있는 꽃 하나 보기 힘든데 이 많은 꽃들은 다 어디서 자라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꽃은 칸막이 안에 차곡차곡 포개어져 있거나 양동이에 담겨있었다. 어디론가 팔려가 누군가의 사랑의 징표로 쓰이거나 화사함을 더해줄 소품으로 놓이기 전, 날 것 그대로의 꽃이었다. 비릿한 물 냄새와 다양한 꽃 향기가 진하게 섞이면서 오히려 역한 냄새가 나는 듯했다. 두 시간 후면 상가 문을 닫는 데다 다음날은 휴무라 남은 꽃들을 다 팔려는 상인과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흥정하는 손님들이 몰려 길목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여기저기서 사람이 내는 잡음과 꽃이 지르는 비명이 들리는 듯했다.
30분이 채 되지 않아 나는 지쳐버렸다. 꺾은 꽃은 아름다움을 잃고 시들면 쓰레기로 전락하는 것 같아 별로 좋아하질 않았는데 그런 꽃더미 속에 묻혀있으려니 괴롭기만 했다.
보랏빛으로 물든 안개꽃 한 다발과 이름 모를 흰 꽃 한 다발을 사 집으로 향했다. 예쁘게 말리기 위해 가지를 치고 잎사귀를 떼내며, 이렇게 죽어가기 위해서 시든 모습마저 예쁘기 위해서 잘 마르기까지 해야 하는 꽃을 생각해봤다. 나는 과연 몇 년 후까지 이 꽃을 예쁘게 간직할 수 있을까? 예쁘게 잘 말려도 시간이 많이 지나면 바스러져 사라지거나 내가 거추장스럽다고 버리겠지. 이 꽃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바로 지금, 잘 말리기 위해 내가 정성껏 잎을 다듬어주는 이때가 아닐까.
우리는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싶어 한다.
꽃의 아름다움을 보존하기 위해 드라이플라워를 만들기도 하고 원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만들기도 한다.
비단 꽃에게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도 그러하다. 내가 꽃을 말리기 위해 잎을 떼는 그 순간 꽃이 가장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관심을 가질 때 사람도 가장 아름답다.
아름다움을 보존하는 방법은 약품 속에 오래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끊임없이 바라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