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살아가기

by 박진희

어릴 때부터 엄마께서 이런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세상 살다 보면 모진 바람 많이 불어닥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무다’하고 생각하고 주변에 흔들리지 말아라.
내가 뿌린 내린 땅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햇살이 찬란히 빛나나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살아내는 것이 우리 삶인 거야.
그러니 나무처럼 살아.


어린 시절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다. 사람이 어떻게 나무처럼 살 것이며, 나는 돌아다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는데 어떻게 한 곳에 뿌리내리고 꼼짝없이 천년만년을 버티는 나무처럼 살란 말인가. 더 넓은 바다를 향해가는 물처럼 흐르는 대로 살아가고 싶었던 나는 엄마의 삶의 자세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나무처럼 살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한 곳에 뿌리내리고 살라는 의미도 아니었고, 가슴에 참을 인자를 새기며 인고의 세월을 버티라는 의미도 아니었다.


모든 나무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나무는 많이 변화하고 흔들린다. 사계절마다 싹이 트고, 잎이 나고,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고, 나이테가 하나씩 늘어난다. 가지와 잎들이 바람에 수없이 흔들리고 이겨낼 수 없이 강한 바람이 불면 줄기가 꺾여 부러지기도 하다. 흔들림 없이 단단하게 고정된 것 같지만 나무에게도 어느 정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꺾여 부러지고 말 것이다.

나무처럼 살라는 말은 바로 주변에서 부는 바람에 흔들리더라도 내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고 가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것은 내 뜻대로만 하겠다는 고집과는 다르다. 녹음이 단풍으로 변화하듯 때에 따라 나를 성장시키는 힘을 갖고 있어야 하고, 강한 바람에는 수많은 잎이 떨어지는 것을 감당하면서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흔들리는 마음의 유연함도 가져야 한다.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힘, 그러면서 내가 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을 잃지 않고 단단히 뿌리내리는 힘, 이것이 나무처럼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인 것이다.


흔들림과 단단히 뿌리내림의 균형. 조금이라도 어느 쪽으로 치우치면 휘어져버리고 중심을 잃게 된다. 마음처럼 몸도 그러하다. 브륵샤 아사나 (나무자세)는 한쪽 다리는 땅 밑으로 깊게 눌러 뿌리내려주고 다른 쪽 다리는 골반의 수평을 잃지 않게 하며 발목을 반대 다리 허벅지 안에 단단히 받힌다. 그리고 두 손을 합장하여 하늘로 쭉 올려준다. 이 아사나는 잡념이 많으면 자꾸 무너지게 된다. 어느 한 곳을 응시하거나 마음의 한 점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잡념을 버리고 집중해야 한다. 너무 힘이 들어가도 안되고 너무 힘이 없어도 불안하다.


브륵샤 아사나를 할 때는 깊게 뿌리내린 발목에 의식을 두면서 흔들리는 몸의 균형감을 살펴본다. 나무처럼 살아가라는 엄마의 조언이 없었더라면 불안과 불편한 상황에 마주했을 때 얼마나 흔들리고 무너졌을지 생각해본다. 누구나 살면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상황들을 수없이 겪으며 지낸다. 그때마다 사는 게 끔찍하게 느껴질 정도로 불안하다면 삶이 얼마나 불행해질까. 혹여라도 시련이 찾아온 때라면 이 아사나를 하며 마음의 균형을 찾길 권한다. 지금은 추운 바람을 견뎌내야 하는 혹한의 계절이라거나 아니면 강도가 매우 센 태풍이 불고 있는 계절이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나의 외부는 불안하고 불편하여 많이 흔들리겠지만, 이 또한 지나가고 나의 삶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장면들로 더 많이 채우는 날을 맞이할 것이라고 새기면 그 흔들림이 줄어들 것이다.


거주지의 문제로 하루하루 불안한 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당장이라도 이사를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마음을 달래며 브륵샤 아사나를 한다. 지금은 조금 더 흔들리고 있지만 나의 삶을 언제나 그랬듯 또 좋은 사람들과 보내는 행복한 시간으로 더 많이 채울 것이라고. 그러면 흔들리던 팔과 골반이 조금은 부드럽게 중심 잡히는 것이 느껴진다. 오직 나의 뿌리에 집중하는 시간, 이내 곧 평온한 마음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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