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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방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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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Dec 02. 2020

기본에 충실하는 책방

서점원은 서점원만의 고유한 판매지수가 있다. 우리 책방 같은 경우는 모든 책을 1부터 10까지 판매지수를 긴다. 예컨대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을 기준 삼아)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일인칭 단수, 정세랑 작가의 보건교사 안은영」이 판매지수가 10이라면, 「나의 비거니즘 만화」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는 5 된다.  아래로 내려가면 언제 팔릴지 장담을   없는 이다. 판매지수 2 되는 책은  「마리나의 눈」,  「버나드  지성의 연대기」 정도   다. 1 정도 되는 책은 주로 다루는 주제의 폭이 좁고 깊게 들어가는 철학, 인문, 예술 이다.

 책에 등급을 정하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서점원에게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판매지수에 맞춰 팔릴 부수를 예상하고 주문의 폭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예상하는 수치가 어긋날수록 서점의 이윤은 떨어지게 된다. 특히 작은 책방의 경우는 대부분의 책을 현매 (책을 선지불하고 들여놓는 개념. 반품은 거의  된다. 반면  책방들은 위탁 거래가 은데 위탁거래란 책을 빌려와서 판매가 되면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때는 반품도 가능하다) 받기 때문에 더욱 판매지수를 따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도 있다. 판매지수를 정확히 따질수록 지수가 5 미만인 책들은 들여놓기를 려지기 마련이다. 당장에 책이 팔려 돈이 돌아야 하는데 책이 오랜 기간 묶여있게 되면 운영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기서 서점은 깊은 고민에 지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만의 특색을 내세운 진열과 결로 서점을 꾸리다, 결국엔 5 미만의 책은 진열하지 않고 5 이상만 진열하는 방향으로 가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과 차별화가 생기지 않게 된다. 점점 방향을 잃어가는 것이다. 동네 서점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이유는 도서정가제나 공급률의 문제가 아닌 소극적인 운영 태도인  . 대형 출판사가 굿즈와 각종 특별 에디션으로 프로모션하는, 판매가 확실한 책에 집중하고 정작 작은 책방에서 빛날 책은 소극적으로 대하는 태도의 결과가 아닌  다.

팔릴 책과 팔리지 않을  사이에서 책방지기는 늘 고민한다. 지금 당장 대형 출판사의 인지도 있는 저자들 책의 비중을 늘린다면 매출이 바로 반응할 것이지만 그 책에만 매달리지 않는 이유는 오래가지 않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팔리지 않을 책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어떻게든  책들이 독자들에게 닿을  있게 의미를 부여하고 진열을 고민하게 된다. 그래도  되면 책의 주인이  법한 분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권해드리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책을 판매하냐 못하냐가 아니라 과정에 다. 독자들은 서점원이 가치 있는 책을 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책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사랑하는지 느끼게 된다. 이것은 결국 서점에 대한 신뢰로 뀌게 되고 이것이 동네서점이 살아남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힘들수록 초심을 기억하는 책방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기본에 충실하는 서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독자들이 동네서점의 진가를 알아봐 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 많은 책방과 책방을 아끼는 독자분들이 함께  이겨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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