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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Dec 10. 2020

가만한 나날

한동안 59명에서 꿈적하지 않던 코로나 확진자 수가 갑자기 102명으로 급증했다. 수도권에서는 몇 백 명이 넘는 확진자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동안 조용했던 제주에서는 여간 큰일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다. 장을 보러 나가고 밥 먹으러 다니는 동네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자 주변 사람들은 더 술렁이기 시작했다. 바로 코 앞까지 코로나의 여파가 미치자 불안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나도 모르게 코로나 감염이 된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갑자기 배가 아파도, 재채기가 나와도, 간혹 머리가 아파도 이거 다 코로나 증상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기게 되었다. 수술하기 전 코로나 검사 확인증을 제출해야 해서 주말에는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불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만 했다.

이런 불안과 의심은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갖고 있을 것 같다. 이런 막연한 두려움은 오히려 조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타인에 대한 의심이었다. 불현듯 배가 너무 아프자 이것도 코로나 아닐까 생각이 들었고 며칠 전 우연히 만나 이야기 나눴던 사람들이 자꾸 생각났다. 동네에 확진자가 나왔다니 더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읍내에 볼일을 많이 보러 다닐 텐데 혹시?’ 이런 생각이 들며 불안감이 더 커졌다. 믿을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코로나가 가져온 사람 간의 불신이 너무 무서웠다. 지금 같은 상황이 생길 것이라 예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책방을 쉬지 않고 열었다면 어떤 상황이었을지 잠시 상상해보았다. 내가 확진자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가 확진자가 되어 다녀갈 수 있도 있었다. 무엇이든 간에 찾아와 주신 분들께 민폐가 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한 달간 수입이 없어도 다행이라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모두 다 이 시기를 무탈히 건너가기를 간절히 희망하지만 세상은 우리 뜻대로 굴러가지만은 않는다. “오래오래 잘 버텨냅시다”라는 인사가 처음에는 의지와 희망을 주었지만 이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진다. 불안과 불신이 극에 달한 것 같다. 그래도 어찌할 바가 없을 땐 그저 견디는 게 답일 수도 있다. 나 하나의 개인적 이탈이 사회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는 상황이니 답답해도 조용히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 얼마나 수동적이고 무책임한 대답이냐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손쓸 수 없는 상황 앞에서는 납작 엎드려 지내기도 해야 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조금만 더 힘을 내었으면 좋겠다. 빚이 잔뜩 쌓여 생계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너무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그래도 살아있으니 다시금 좋은 날이 오리라 희망을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휘청이는 삶의 파도 위에 서있는 분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사람 간의 불신으로 희망의 싹을 자르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저 서로의 안전을 위해 더 조심히 그리고 조용히 지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독한 불행에도 어떻게든 결말은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해피엔딩을 기대하면서 또 하루를 보낸다.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깝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보다 우리 모두를 생각할 때니 나의 조용한 하루가 힘든 사람들을 위한 기도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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