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단조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늘은 오전 요가 후 하루 종일 집 안에서 꼼짝을 하지 않았다. 장염에 걸린 것인지 계속해서 복통이 있어 더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참에 푹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따뜻한 차를 우려 마시고 찜질을 하며 푹 쉬었다. 그리고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아 글을 쓰려고 앉아 있는데 아무리 해도 무엇을 쓰고 싶은지 감이 오지 않았다.
정보를 주는 기사나 학업을 위한 논문도 아니고 그저 나의 삶을 돌아보는 글을 쓰고 있는데, 삶이 이토록 단조로워지니 쓸 소재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전에는 주로 산책을 하며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며 글 쓸 소재들을 찾았다. 도심에서는 길을 걷다 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삶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너무 익숙해서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한 걸음 떼어놓고 보면 객관적으로 다시 보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글 쓸 소재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굳이 사람을 찾아 나서야 만날 수 있는 시골에서는 다양한 삶을 목격하기가 어렵다. 책방에서 만나게 되는 분들이나 요가하며 나눈 이야기들이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는데 도움이 되지만, 지금은 책방은 쉬고 있고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요가원에서도 차담도 하지 않는다. 이런 날이 지속되니 오직 나의 내면의 이야기만 가지고 글을 써야 한다. 내면의 울림도 어떤 사건이나 대화 등을 통해 오는 것인데 사건이 없으니 하루하루 비슷한 생각뿐이다.
거장들의 작품은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서재에 틀여 박혀 글만 써야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머릿속으로 구상한 내용을 글로 옮겨 적는 작업은 고독하게 혼자만의 시간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것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글을 쓰고자 하는데, 결국 필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사람들이었다. 이토록 사람의 온기가 그리울 수가 없다. 이 고난이 지나고 나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길을 찾고 싶다.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내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생각들의 가지를 정리하며 천천히 걷고 싶다. 걷다 예쁜 하늘이 보이면 사진도 찍고 바다가 보이면 가만히 앉아 파도소리를 듣고 싶다. ‘저 사람 혹시 코로나?’ 하는 의심도 없이 오손도손 모여 앉아 사는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무한한 신뢰와 응원을 보내주고 싶다. 너무 흔해서 소중한지도 몰랐던 사람 간의 온기가 거리두기로 인해 멀어지고 나니 절실하게 필요해진다.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이 온기가 많아야 할 것 같다. 일상의 회복과 소소한 삶의 즐거움이 더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