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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Dec 15. 2020

불안할 때 꺼내보아요

지난 주말부터 컨디션이 떨어졌다. 어디가 특별히 아픈 것은 아닌데 깊은 잠에 들기 어렵고 청각이 깨어있어 작은 소리에도 쉽게 잠이 깼다. 눈을 감고 있어도 뇌의 회로는 쉬지 않고 풀가동되는 기분이었다. 주말에는 그래도 요가 수련을 하면서 마음과 몸을 가라앉혔다. 그런데 일요일부터는 걷잡을 수없이 통제되지 않았다. 무언가 불편한 기운이 몸속을 휘젓고 다니는 기분이었고 손톱을 계속 뜯고 입에 먹을 것을 쉬지 않고 넣어댔다. 불안하다는 뜻이었다. 아마도 병원에 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음을 몸은 의식하고 있는 듯했다. 이어지는 확진자 수 증가에 코로나 검사 결과받는 것도 내내 불안했고 입원 전에 하는 심전도 검사를 받는 것도 불안했다. 전에 수술할 때, 부정맥이 발견되어 세 번이나 심장내과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결과가 좋지 않아 수술 못 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여 이대로 수술하다간 죽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었다. 그걸 또다시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사이 건강에 유의하며 지내고 운동도 많이 했지만 몸의 깊은 속사정은 내 의지로 알아낼 수는 없는 것이었다. 불안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하고 날씨도 저혈압인 내게 영향을 줄 만큼 무겁게 가라앉아 있고 뉴스는 온통 흉흉한 소식뿐. 건강한 누구라도 스트레스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멍하니 하루를 보내고 있자니 기분이 더 가라앉기만 했다. 글을 써서 뭐하나, 밥을 먹어서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기분에 사로잡혀 나를 갉아먹히게 두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하던 것, 쉽게 하던 것들을 하며 기분 전환을 하기로 했다. 이럴 땐 집중력도 너무 떨어져 요가에도 몰입하기 어려웠다. 쉽게 할 수 있는 심호흡을 여러 차례 했다. 그리고 따뜻하게 끓인 뱅쇼를 한 잔 마셨다. 낮게 가라앉았던 혈압이 조금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음이 심란할 때 심심풀이로 해보는 타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예전에 리딩하는 것을 몇 차례 특강을 들어 배웠었는데, 깊게 공부한 게 아니라 잘 해석할 줄은 모른다. 카드가 나오면 블로그나 책을 샅샅이 뒤져 다양한 해석을 읽어보고 나의 상황에 맞게 대강 추리해본다. 전문가가 아니니 그냥 오늘의 운세 정도로 재미있게 보는데 이게 꽤 잘 맞는 것 같아 재미있다.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카드를 섞었다.

“내일모레 할 수술 결과가 어떨까?”

어느 때보다 침착하고 신중하게 3장의 카드를 집었다.


“ knight of cups”, “ ace of swords”, “page of pentacles”

타로를 잘 모르는 입장이라 해석이 쉽지 않아 여러 글을 뒤적이며 해석을 찾아보았다. 컵의 기사는 감정적인 영역을 다루고 있고 컵 안에 무엇이 들었고 나에게 주려는 것인지는 본인이 보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나는 이 컵에 희망이 담겨 있고 그것을 내게 전하러 온 전령같이 느껴졌다. 날개 달린 모자와 신발을 보니 좋은 소식을 알려주러 그리고 컵 안에 든 희망을 쏟지 않으려 꼿꼿하게 들고 온 것 같았다. 희망적인 카드로 보였다. 두 번째는 검의 에이스인데, 검을 들고 무언가 결단을 내리는 모습이라 해석을 했다. 드디어 때가 도래한 것이다. 검에 씌여있는 왕관과 월계수 잎, 올리브는 성공과 평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때가 되었고 성공이 도래할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는 펜타클의 시종이 나왔는데 우선 이 카드는 밝고 화사한 색감이 딱 봐도 좋아 보였다. 배경으로 보이는 풍요로운 들판과 잘 갈려있는 밭 등을 보니 앞으로 내가 자라날 토대 위에 서 있는 것 같았다. 한 블로그 글에서 이 카드를 “자신의 손에서 태어난 하나의 결과를 바라보며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라고 하여 정말 잘 될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 나쁜 것들이 빠져나간 내 몸을 바라보며 나는 아마 카드의 주인공 같은 표정을 지을 것이다.


카드 단 석 장에 마음의 불안이 줄어들었다. 해석하기 나름이고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마음이 스스로 움직일 수 없을 땐 이렇게 최소한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회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카드로 코로나 종식 시점이나 지구의 평화가 도래할 시기 등을 알아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 발등에 떨어진 작은 문제들이 이렇게 또 지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타로카드는 많은 도움이 된다. 답답한 시기를 건너는 모두에게 각자 자신만의 작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길 권한다. 감정이 나를 갉아먹는 속도는 생각보다 빨라서 조금이라도 멈추지 말고 좋은 생각을 꺼내 들어야 한다. 모두 오늘도 평안하길, 모두 좋은 카드들을 가슴에 품고 있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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