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하는 세상이 아닌, 더 나은 내일이 될 수 있다면
2016년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2주기였다.
추모를 알리는 듯한 빗방울이 조금씩, 이내 우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쏟아져 내린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춰 함께했고, 차오르는 비만큼이나 많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작은 목소리가 모여 묻히지 않았고,
그들의 문제점을 드러냈으며,
기억하는 오늘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작년에는 분향소를 들어가지 못했다. 그 앞에서 영정사진의 생생한 눈을 마주치는 순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나의 무기력함에 화가 났고, 슬퍼할 자격이 있을까 싶어서 되돌아갔다.
이후 지하철 입구나 길에서 세월호를 알리는 분을 마주칠 때마다 음료수나마 건네드렸다. 그리고 그분들께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
그럼에도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것은 우리가 탑승한 우리나라의 현재, 조금이라도 더 오래 기억될 수 있다면.
그래서 떠나야 하는 세상이 아닌, 더 나은 내일이 될 수 있다면 아주 미세한 한 오라기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했다.
어쩌면 여전히 나 자신이 부끄럽기 때문에, 그 모습 조금이나마 감추려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못다한 미안함과 답답함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
추모가 끝나며 빗방울도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헌화를 기다리며 광화문을 감쌌다.
세월호 참사 2주기, 한국
2nd Anniversary Of Sewol Ferry Disaster, South Korea.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