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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그림 Oct 10. 2022

기다리던 편집자님의 카톡

두근두근... 출간으로 가는 길(8)

  지난 달이었습니다. 아내에게 또다시 투덜거리고 있습니다.


"아니 이제 벌써 9월도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는데 우리의 편집자님은 어째서 연락이 없는 거지.

지난번 카톡 때 9월이 되면 편집 작업을 재개한다고 했었는데.

아직도 하던 일이 마무리가 안되어서 바쁜가"


"으이구, 또 시작이시네. 거 쫌 투덜대지 말고 진득하게 기다리라니깐.

알아서 다 하시겄지."


"^^~~~~"


  아내 말이 이번에도 옳았습니다. 참지 못하고 카톡을 보내는 대신 기다림을 택했더니 어제 드디어 카톡을 보내오셨습니다. 예의 그 비즈니스적인 말투로 딱 내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십니다. 변한 것이 없으십니다. 저도 ‘건조체’로 주말에 마무리한 후 주중에 메일로 보내드리겠다고 답변을 해드렸습니다. 또 하는 말이지만 나에게도 다정하고 조금은 수다스럽거나 오버를 하는 편집자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글감이 조금 넘쳤을까? 이러고 있었더니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


“책을 내준다는 것만 해도 고마워할 일이지. 뭐가 그렇게 바라는 게 많냐?”


맞는 말인지라 반박을 못하겠더군요. 제가 복에 겨워 헛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샘플 몇 장이라서 드럼 스캔 사장님이 바로 작업을 해 주셨지만, 이번에는 양이 제법 된다고 두고 가라십니다. 사장님도 바쁘신지 그날은 말씀을 줄이시고 눈치와 함께 박카스를 한 병 주십니다. 얼른 마시고 가라는 말씀이시겠지요. 이렇게 마지막 원고 작업이라고 여겨졌던 드럼 스캔도 끝이 났습니다. 편집자님은 원하지 않으셨지만 제가 꼭 책에 넣고 싶은 그림도 2장 더 스캔해서 메모와 함께 보내드렸습니다. 귀찮다고 하지 않으실지 모르겠군요.


  출판계의 불황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라고 하지만 '책'을 사서 보는 사람들이 점차로 줄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독서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다만 상당수가 이제 웹소설을 읽고 있다고 하네요. 출판시장은 줄어들고 있지만 웹소설 시장은 어마어마한 규모로 커지고 있는 것을 보면 부러울 따름입니다. 쓰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에세이와 웹소설은 서로 넘어갈 수 없는 벽이 있습니다. 웹소설은 대부분 장르소설(로맨스, 판타지, 무협 등)이라서 그런지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재미없으면 바로 구독취소, 무서워요. 물론 에세이도 재미가 있습니다만 다른 맛인 거죠. 재미의 정도를 맛으로 표현하자면 평양냉면의 심심한 맛과 짬뽕의 강렬한 맛 정도로 다르다고 해둘까요.   


  작아진 출판시장이지만 그래도 '책'을 꾸준히 내는 분들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재미로만 따지면 장르소설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작은 이야기들을 모은 에세이를 통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 분들이 있으니 쓰는 분들은 한 명의 독자를 위해서라도 기꺼이 글을 쓰고 계십니다. 이런 글들을 알아보시고 출판을 해주시는 편집자와 출판사 대표님들이 계셔서 행복합니다. 이 분들이 좀 더 행복해지려면 '책'이 잘 팔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만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인플루언서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의 위치는 '쪼렙'인지라 책이 나오면 봐주십사 하고 여기저기 아양을 떨고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책의 성격에 맞추어 별도로 마케팅을 하겠지만(하겠지요?) 저는 저대로 소심하게 출간 전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일전에는 이탈리아 문화원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제 책이 나름 이탈리아 여행 에세이+그림 에세이 정도로 분류가 되지 않겠습니까. 불라불라 이런 책을 출간하려 하고 있다. 출간이 되면 한 부 보내드릴 테니 이탈리아 문화원에 전시도 해주시고 가능하면 오시는 분들께 홍보도 부탁드린다는 내용으로 보냈습니다. 친절하게도 출간 축하한다는 답장과 함께 책을 보내주면 기꺼이 문화원에 전시를 해두고 어떻게 도와줄지 그때 가서 같이 생각해보자는 긍정의 회신을 받았습니다.


  책의 내용을 보면 이탈리아 소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많거든요. 소도시의 조그마한 골목길,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지라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대도시에서의 대형 출판사를 통한 마케팅보다 지방도시에 있는 서점에 마케팅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요. 출판사 대표님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이시니 어련히 알아서 잘하시겠지요. 전체 시장을 놓고 본다면 절대인구가 많은 서울에서의 매출이 중요하겠지만, 인구 대비 독서인구의 비율은 지방에 비해 결코 서울이 높다고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방 소도시에서 특색 있는 영업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문화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서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곳에 책을 들여놓을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먼저 '양질의 도서'가 있어야 하는데, 제 책이 이 범위에 들어갈 수 있는지 판단은 제가 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군산에 가면 한길문고가 있습니다. 군산 시민들이 사랑하고 있는 한길문고에서 상주작가로 근무하고 계신 브런치 친구(?)라고 하기엔...제가 너무 '쪼렙'...아무튼 만렙 작가님이 계십니다. 책이 나오면 이분께 제일 먼저 책을 보내드리고 객관적인 판단을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한길문고 매대에 올려놓아도 부끄럽지 않다고 하신다면 용기를 얻어서 지방도시 서점에 소심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 보려고 합니다.


  소규모 출판사를 운영하는 대표로서 겪는 매출과 이익에 대한 부담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책의 서두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책으로 인하여 출판사 대표님이 한숨을 쉬는 일은 어떻게든 보고 싶지 않군요. 지방도시에 어떤 서점들이 있을까요? 생각나시는 서점이 있으 댓글 부탁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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