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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그림 Oct 03. 2022

작가님? 작가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배지영 작가님과 이경 작가님

    브런치에 글을 언제부터 올리기 시작했을까 찾아보니 2020년 7월부터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120여 개의 글을 올렸으니 평균 10일에 한 번 정도 올린 셈이다. 매일매일 쉼 없이 올리는 작가님들도 있으니 이 정도 숫자는 꾸준하다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고 게으르다고 흉을 보기에는 조금은 성실하다. 대부분의 경우에서 반반을 유지하고 있는 딱 내 성격이다.

      

    브런치가 어떤 곳인지는 여기에 글을 쓰고 계신 작가님들은 모두 잘 알고 있다. 나보다 훨씬 잘 쓴 글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잘 쓸 수 있지?’ 질투심(?)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칭찬과 덕담을 건네는 진정한 인격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서로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면서 ‘우쭈쭈’ 정신을 잊지 않고 있는 곳이다.(아기가 뭔가를 해냈을 때 쓰는 말, 우리는 대부분 아기 작가들이니까)      


    아무리 ‘우쭈쭈’을 해주어도 자기 글은 자기가 제일 잘 아는 법이다. 글이 안 써지는 날은 하릴없이 브런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서 중원의 ‘고수’를 찾아다녀본다. 자기 계발,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 이유 또는 그만두어야 하는 이유, 짜증 나는 팀장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방법 등이 유난히 많은 걸 보면 ‘밥벌이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그러다가 어느 소규모 출판사의 대표 겸 편집을 하고 계신 작가님이 글을 발견했다. 작가를 발굴하고 떨리는 기분으로 첫 미팅을 잡아 우리와 같이 책을 내보자고 하는 어찌 보면 아주 루틴한 직장생활을 아주 감성적으로 올리고 계셨다. 이 출판사의 일하는 방식에 ‘혹’하고 빠져들었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마케팅을 펼쳐서 작가님의 책 판매부수를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담백한 마음에 진정을 담아 책을 만들고 독자에게 보여주는 과정이 따뜻해서 좋았다.     


    대표님이 올린 글을 찬찬히 읽어보다가 (가끔은 댓글도 달고) 이경이라는 작가를 언급하는 것을 보았다. 이제 이경 작가를 찾아 들어가 본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이미 몇 권 출간한 ‘넘사벽’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작가 지망생’이라고 우기는 분이다. 내가 쓰고 싶은 ‘술술 읽히는 글’이라서 몹시 부러웠다.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고 하지만 오해가 없으면 좋겠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 ‘비급’을 사사받기 위하여 책을 구매한다면 그것은 ‘빅 미스테이크 big mistake’이다.(프리티우먼에서 줄리아의 옷차림을 보고 옷을 팔지 않던 거만한 종업원들에게 한껏 차려입고 다시 나타나서 나를 알아보겠냐며 하고서는 ‘빅 미스테이크’를 통쾌하게 날리고 가는 장면이 갑자기 떠오르네)


    어떤 책일지 궁금할지 모르는 분을 위하여 잠깐 사족을 붙이자면, 글을 쓰면서 느꼈던 감정들과 책을 출간하기까지의 지난한 경험을 아주 담백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책 제목은 <난생처음 내 책>과 <작가의 목소리>이다. 두 권 모두 아주 재미있다. 책을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두 권을 출간했지만, 처음 내려던 책은 ‘음악 에세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책을 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출간에 가까이 갔다가 멀어지고, 상심하고, 다시 용기를 얻어 쓰게 되고, 이 심경의 변화를 평소 좋아하는 작가에게 소심하게 때로는 응석을 부리듯이 드러냈던 모양이다.     


    세상일은 참 알 수 없는 거지. 이렇게 좋아하던 작가에게 보냈던 팬심과 심경을 모아 서간체의 소설로 만들어서 첫 책을 출간하게 되었으니, 음악 에세이의 실패가 아주 실패는 아니었으니 ‘끝나야 끝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이 <작가님? 작가님?>이다. 책을 출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출간 때까지 어떤 기분일지 미리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다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나는 아주 재미있었다.

       

    이경 작가님이 이렇게 의지하고 애정을 보이는 작가는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찾고자 마음만 먹으면 너무 쉽게 찾아지는  요즘 세상이다. 브런치북 대상을 받고  출간을  이후 벌써 10권의 책을 내신 작가님이라니, 궁금해져서 얼른 최근에 출간한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배송받았다.     


    재능을 타고난 작가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좋았다. 스토리텔링을 기가 막히게 해내는 재능을 타고난 작가(예를 들면, 김영하, 조정래) 들을 보면 좌절하게 되지만, 배지영 작가님의 글은 뭔가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용기를 갖게 한다. 작가님의 글이 ‘만만해서’하는 말이 아님을 강조한다. 작가님의 글도 ‘넘사벽’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냥 한 권 사서 읽어보시기 바란다.     


    누구나 가진 ‘뜯어먹기 좋은 풀밭’이 있다고 했다. 대단한 업적을 이룬 사람을 인터뷰하는 대신 주변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평범한 ‘청춘’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글로 만들었다. 책방에 서 일하는 ‘상주작가’로서 겪은 일들을 엮어 책을 만들었다. 책방에 모여 글쓰기를 배우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을 만들었다. 이런 작가 주변의 이야기들이 ‘뜯어먹기 좋은 풀밭’이었다. 어떤 인생이라도 책 한 권을 쓰지 못할 인생은 없다는 말도 아마 ‘풀밭’과 상통하는 말일 것이다. 글을 쓰고 싶다면 얼른 내 주변에 나를 이루고 있던 ‘풀밭’을 찾아보라고 은근하게 권한다. 배 작가님의 미덕은 찾아보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대신, 자신의 풀밭과 다른 이들의 풀밭을 보여준다.

       

    글을 쓰게 되면 필히 드러나게 되는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가치관과 태도, 말과 행동을 숨기기 어렵게 된다. 때로는 마음속 너무 깊은 곳을 건드려서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슬픔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기도 하고, 그 상처가 너무 심해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그래도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멈출 수가 없다고 했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구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찌 글쓰기를 멈출 수 있을까.     


    어떤 글을 써야 할까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세상에 그런 문제에 대한 해답이 어디 있을까. 그래도 책을 한 권 모두 읽었는데 아무것도 얻어가지 못한다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그런 분들에게 자그마한 선물처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몇 가지 조언을 적어 두었다. 글쓰기를 배웠던 수강생들과 울고 웃으며 경험했던 소중한 이야기들로 만들어진 예시이기 때문에 조언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아주 재미있다. 그래서 정곡을 찔려도 아프지 않다.      

 

  ‘팬심 가득한 독자는 단어 하나에서도 작가의 취향과 유머, 생활태도를 유추한다. 그래서 어떤 글은 자기를 창조해서 세상에 보내준 글쓴이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방어한다. 글쓴이의 내향성이 티 나지 않게 문장은 호탕해지고 글쓴이의 외향성에 묻히지 않게 문장은 세심해진다’     


    이 글을 보는 순간 개인적으로 나를 알고 내 글을 읽어주었던 친구들의 말이 떠오른다.         


    "다 좋아. 그런데 너를 조금 더 글 속에 드러내도 좋을 것 같어"     


    쉽지 않다. 노력은 해 보겠지만 타고난 성격이 쉽게 바뀌겠는가 말이다. 그래도 쉬운 것부터 따라 해보려 한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 ‘들여 쓰기’를 하지 않았는데, 작가님의 조언대로 이제 들여 쓰기를 하고 있다. 습관이 무서운지라, 나쁜 습관을 알았을 때 얼른 버려야 상책이다.

#배지영작가님

#쓰는사람이되고싶다면

#이경작가님

#작가님?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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