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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그림 Nov 02. 2022

고구마 전

먼저 가버린 아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이의 엄마가 고구마로 전을 만들었습니다. 옆에서 서성거리고 있으니 따끈할 때 먹어야 맛있다며 굽다 말고 하나를 입에 넣어줍니다.

‘앗 뜨거워’ 하면서도 호호 불면서 먹었습니다. 폭신하고 달콤한 맛에 마음마저 따뜻해집니다.     


  고구마 전은 아이도 아주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오자마자 먹을 것을 찾습니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 앞에 고구마 전 한 접시를 놓아줍니다.  아이는 배가 고팠었는지 냠냠 잘 먹습니다.


  아이의 엄마와 아빠는 잘 먹는 아이를 보면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고 있습니다. 고구마의 맛을 음미한다기보다는 아이의 먹는 모습을 음미하는 것 같습니다.     


  이윽고 고구마 전 한 개가 남았습니다.

아이가 슬쩍 눈치를 보면서 ‘이제 되었다’고 말합니다. 엄마와 아빠에게는 아이의 마음속이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 우리는 단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에 아이는 ‘그럼 내가 먹어도 되냐’고 물어봅니다.

엄마와 아빠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이런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내일보다 죽음을 먼저 맞이한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고구마를 먹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니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이런 참사에 대하여 책임을 통감해야 할 자들이 오히려 책임을 지울 희생양을 찾고 있다는 뉴스에 부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핼러윈 축제에 왜 갔냐고 묻는 사람들에게도 되묻고 싶습니다. 벚꽃축제, 불꽃축제와 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루 저녁 즐겁게 놀고 싶었던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겁니다.


  이런 글을 남기는 것도 망자들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뭔가를 남겨놓지 않으면 망각을 하게 될까 봐서요.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믿고 싶지는 않지만 취임 후 그의 행적을 보면 한숨이 나오고 의심이 드는 일은 어쩔 수가 없군요. 내 마음이니 뭐라고 하지 마세요.


오늘은 어제보다 쌀쌀하네요. 추워지는 계절에 마음마저도 오그라드는 오후입니다. 겨울이 시작되기도 전에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간사해져서 싫어집니다. 아이들이 춥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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