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그림 Aug 28. 2022

글을 안 쓰고 있네요.

오늘도 역시 일기.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면 이상하게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많습니다. 너저분하게 깔려 있는 책들도 정리하고 싶고, 괜히 연필도 깎고 싶고 그렇습니다. 지금도 필통에는 가지런하게 깎아 놓은 연필이 몇 자루 있습니다. 아니 연필은 잘 쓰지도 않으면서 한 자루도 아닌 세 자루를 예쁘게 깎아놓은 내 마음속을 모르겠습니다. 그냥 뾰족하게 깎아 놓은 연필을 보는 것이 좋은 거였을까요. 아니지. 공부가 하기 싫은 거겠지요. 워밍업을 핑계로 이리저리 시간만 끌고 있는 거죠.


이번 주만 해도 그렇습니다.

글쓰기가 게을러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최근에 올린 글이 언제였더라. 들락거리면서 끄적이다가 에잇 하고 지워버리고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에게 댓글만 달고 나온 날이 벌써 며칠째인지 모릅니다. 글쓰기로 밥을 먹고살고 있다면 해야 할 일이니 머리를 싸매고 하고 있겠지요. 그냥 취미로 하는 글쓰기인데 이런 걸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나를 아내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매일 쓰는 사람이 존경스럽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지 궁금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립니다. 하루에 일정한 시간에 출근해서 무조건 몇 페이지의 글을 쓰는 분이 있더라구요. 글이 갑자기 터져 나와도 정해 놓은 시간이 되면 연필을 놓는다고 했습니다. 글쓰기도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라서 꾸준한 운동이 필수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체력을 위해서 달리기를 시작하고 그러다가 마라톤도 해보고 이런 경험을 또 책으로 써보고... 아주 바람직한 선순환입니다. 자전거도 있군요. 허벅지가 퍽퍽해지도록 페달을 굴리는 것과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연필로 꾹꾹 눌러 글을 쓰는 것이 다르지 않은 분입니다.   


이렇게 일을 하는 것처럼 글을 쓰고 계신 분들도 있지만 또 다른 부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사람입니다.

"나는 앙드레가 작품을 어떻게 쓰는지 궁금했어. 그래서 물어봤더니 창의력이란 게 신비로운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거야. 글이 수도꼭지에서 물 흐르듯 쏟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자기 의지대로 끌 수가 없대. 그리고 작가가 진짜 훌륭한 무엇을 쓰기 위해선 시간을 두고 아이디어에 풍미를 더해야 한대"


하. 진짜. 이 두 부류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결론은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다'인 것인가!

앞서간 선배들이 하는 말이니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냥 '나는 그렇다'라는 정도로 참고만 해야 할까요. 그래도 경험이 글쓰기의 밑천이 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헤밍웨이가 스페인 내전을 경험한 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썼고, 이경 작가는 골프를 배웠던 경험을 삼아 '힘 빼고 스윙 스윙 랄랄라'를 썼다고 했으니까요. (이경 작가님 보고 있나요? 헤밍웨이와 동급의 반열에 올려드렸습니다. 헛헛헛)

그러고 보니 나의 첫 책이 될지 모르는 녀석은 여행 경험이 주재료가 되었군요.


<잠깐 광고>

이탈리아 출장을 다니면서 가 보았던 조그만 도시, 큰 도시, 멋진 도시, 예쁜 도시 등등으로 여행 에세이를 썼습니다. 사진 대신 직접 그린 그림도 넣었습니다. 글보다 그림이 더 봐줄 만하다고 하는 분들도 있고, 그림보단 글이 더 읽어줄 만하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림보다 글에 정이 갑니다. 11월경에는 책이 나올 듯합니다. 출간되면 다시 한번 광고성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꾸벅.


경험이 부족하다면 어찌 채워야 할까요. 직접 경험은 시간적으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니 간접 경험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간접 경험 중에 최고봉은 역시 '다른 사람의 책 읽기'가 아니겠습니까. 글을 쓰지 않는 핑계로도 이만한 게 없습니다. 늦은 나이에 주책맞게도 연애가 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아내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으니 실천에 옮겼다간 죽음입니다. 박범신의 '은교'를 읽었습니다. 영화는 그저 그랬는데 소설은 훨씬 더 관능적이더군요. 차분하게 한 번 더 읽고 독후감도 올려 볼 생각입니다.


피렌체에 관한 책들도 몇 권 더 읽었습니다. 혹시나 내가 쓴 여행 에세이에 오류가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읽어보았습니다. 여행 에세이를 참고해서 논문을 쓰려는 덜 떨어진 학자들은 없을 테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류는 바로 잡아야 하겠기에 졸린 눈을 부릅뜨며 읽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유지'와 같은 참사는 벌어지지 않을 듯합니다.


제가 이렇게 첫 번째 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줍지 않게 두 번째 책을 궁리 중에 있습니다. 아직 생각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와 같긴 합니다. 손에 안 잡혀요.

누군가는 첫 번째 책은 버리는 거라 했습니다. 또 누군가는 한 권의 책을 낼 인생은 누구나 살아왔다고 했습니다. 이 말이 맞다면 첫 번째 책이 마지막 책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른다니 이리저리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뭐 그런다고 결과물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무슨 이야기를 쓰다가 여기까지 흘러왔을까요.

뭐라도 써야 할 것 같아서 쓰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매일매일 글을 쓰고 계신 존경스러운 작가님들. 어떻게 그 일을 해내고 계신가요?




작가의 이전글 비 오는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