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그림 Aug 09. 2022

비 오는 밤

오늘도 그림 일기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그칠 줄을 모른다. 시화공단에 외근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붓고 있다. 와이퍼는 미친 사람처럼 좌우로 흔들어대고 있다. 이런 날은 오히려 차가 막히는 것이 고맙다. 강제로 천천히 천천히 달려야 하니 빗길 사고는 나더라도 크지 않고 가볍다.


저녁이 되고 밤이 되어도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그래도 친구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았는데 살아 내는 것이 좀 힘겹다고 했다. 어떤 날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도 했다. 깜짝 놀라서 얼른 병원부터 가서 약을 처방받자고 했더니, 이미 처방약이 있단다. 어떤 날은 이 약조차 소용없는 날이 있다며 한숨을 내쉰다.


축 처진 어깨에 손을 얹고 토닥여주고 싶었지만 어쩐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그 날이후로 아침에 카톡을 보내는 일이 잦아졌다. 그냥 별 일 아닌 이야기로, 어떤 날은 퇴근길 노을 사진으로 안부를 묻곤 했다.


며칠전 술을 한 잔 하고 사람들과 헤어져서 전철역까지 돌아오는 길에 고맙다고 해주었다. 아침에 보내는 카톡에 재까닥 답을 해주어서. 피식 웃으며 자기도 고맙다고 했다. 원래 내가 농도가 아주 얕은 관계를 좋아하는데, 어쩌다가 이 친구 하고는 농도가 좀 진한 관계가 되어 버린 듯하다.


이 친구가 현재 집 앞 상황이라며 침수된 도로 사진을 보내왔다. 정전이 된 곳도 보인다고 했다. 뭐하러 밖에 나갔냐구 핀잔을 줬더니 오랜만에 퍼붓는 소낙비에 호기심이 발동했단다.


아, 좋은 신호네.


웃음 이모티콘 하나 날려주었다.


2022-08-08

비 오는 밤.


작가의 이전글 오늘도 그림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