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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그림 Nov 12. 2022

출간 일기 - 이탈리아 골목길 드로잉 산책

두근두근... 출간으로 가는 길(11)

  에필로그까지 교정을 끝내고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표지에 사용된 그림에 대하여는 아직도 할 말이 있지만 편집자의 전문적인 식견을 믿기로 했습니다. 다만 이곳이 어디인지 조그마하게라도 언급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주셨습니다. 책날개에 이곳이 어디인지 밝혀두었습니다.


  출판사 대표님이 출간일을 21일로 알려주셨습니다. 이곳저곳에 빈약한 인맥이지만 표지 디자인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확실히 시각적인 효과가 큰 것 같습니다. 활자로 출간을 이야기할 때와 반응의 강도와 속도가 다릅니다.


  화사하고 예쁜 표지가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딱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미처 그 생각은 못했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기왕이면 '크리스마스 에디션'이라는 문구도 넣자고 할 걸 그랬습니다. 하하, 달랑 초판 1쇄 찍어내면서 꿈도 야무집니다.


  직원들에게 선물로 적당 할까를 묻는 데는 뭐라고 대답을 못했습니다. 책 선물이 좀 그렇잖아요.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좋은 선물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참으로 고약한 선물이잖아요. 참 오지랖도 넓습니다. 제가 찬물, 더운물을 가릴 처지는 아니잖아요. 선물로 좋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좋다고 해야 하는데... 그게 또 그렇더라구요.


  난생처음 내 책인데 천덕꾸러기가 되는 건 싫은 거 있죠. 책을 한 네댓 권 내신 작가분이 자신의 첫 번째 책을 이야기하면서 몹시 부끄러워하셨습니다. 그냥 첫 번째 책은 버리는 거라고 하시더군요. 그때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당연히 첫 번째 책이 부끄러웠을 리가 없었을 거예요. 아마도 나에게 자신감을 갖게 해주려고 한 것이었겠죠.


  제 책에 <피렌체의 오래된 다리>라는 꼭지가 있습니다. 제 책의 첫 번째 꼭지입니다. 평생에 걸쳐해야 할 사랑을 단 하룻밤에 서로에게 모두 쏟아부은 남녀가 나옵니다. 젊은이들의 사랑과 비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지만 저도 첫 번째 책을 쓰면서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것은 활자로 옮긴 것 같습니다.


  '뜯어먹기 좋은 풀밭'을 조금씩 뜯어먹는 대신 한꺼번에 모두 뜯어먹어 버린 것이면 어떡하죠. 이런 여행 에세이는 다시 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지난 20년을 두고 조금씩 알게 된 이탈리아를 이렇게 한 번에 다 털어낸 셈이거든요. 다시 여행을 하게 되면 그땐 이렇게 두고두고 곱씹어볼 수 있는 역사가 없는 여행이 될 거잖아요. 그러니 이런 책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는 거죠.


  한 달만 살아보고 쓰는 여행 에세이는 다시 쓸 수 있을지 몰라요. 1년간 살아보고 쓰는 여행 에세이도 (살 수 있는 형편만 된다면) 쓸 수 있을지 몰라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로드무비 같은 글도 쓸 수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이탈리아 골목길 드로잉 산책>과 같은 책은 다시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아직 나오지도 않은 책이지만 애정이 듬뿍 갑니다. 운이 좋아서 계속 글을 쓰게 되고 책을 계속 출간하게 되어도 첫 번째 책에 대한 애정은 변할 것 같지 않아요.  


  이렇게 애정하는 책을 누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선물로 덜컥 주어서 '아 놔, 이건 처치곤란이네'하면서 중고서점에 넘겨버릴 수도 있잖아요. 1쇄가 다 팔리지도 않았는데 중고서점에서 제 책을 만난다면 만나기 한 시간 전까지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도 불행할 거예요. 정신건강을 위해서 중고서점에는 가지 말아야겠어요. 저를 괴롭힐 생각이시라면 중고서점에서 제 책을 발견하고 인증샷을 보내주시는 것도 좋은 생각인 거 같네요. 으으으...그러지 마세요. 생각만 해도 힘이 빠져요.


  읽어야 할 책이 있는데 활자가 눈에 안 들어와요. 이미 넘겨버려서 오탈자를 찾아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데 마지막 교정지를 들춰보고 있습니다. 이거 정상인가요. 그러다가 여기에 이렇게 넋두리를 하고 있네요. 빨리 월요일이 되어서 정신없이 바쁘게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일주일이 휘리릭 지나가겠지요.


  <여기부터는 광고>

아내에게 애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적합한 화사한 디자인의 책이 곧 출간됩니다. 바닷가 풍경이 크리스마스에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겨울에 따뜻한 상상을 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 책 안에도 따뜻한 느낌의 그림이 제법 많이 들어있어요. 게다가 이런 따뜻한 그림에 어울릴만한 이야기도 잔뜩(?) 들어있구요. 제가 이탈리아를 돌아다니면서 느꼈던 기분을 같이 즐기셨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가까운 서점에 들르셔도 좋고, 인터넷 서점에서는 10% 할인도 해줄 테니 좋고, 동네 공공도서관에 가셔서 도서 신청을 하신 후 대출해서 보셔도 좋습니다. ^^


뱀의 다리)

  출간 전에는 책이 나오기만 하면 친구들에게 막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근데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책을 읽지 않는 친구에게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선물일까 해서요.

  ‘만날 때 한 권 들고 와라’고 한 녀석에게 나를 만나서는 그냥 수다나 떨고 책이 궁금하고 읽고 싶으면 서점엘 다녀오라고 해주었습니다. 제가 좀 예민해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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