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그림 Nov 17. 2022

출간을 기다리는 마음

두근두근 출간으로 가는 길(12)

  출간의 과정 중 가장 지루한 시간은 마지막 교정지를 보내 놓고 인쇄와 제본을 기다리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이년 하고도 6개월을 끌어온 일인데 겨우 열흘 남 짓을 남겨두고 못 견뎌하다니 참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이렇게 가벼운 것인가 싶습니다. 책이 나오는 일은 즐거운 일인데 그다음에 무얼 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합니다. 뭐 원래 밥벌이를 하고 있는 본캐가 있으니 무얼 해야 하는 고민이라기보다는 무얼 써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겠지요.      


  글을 쓰는 일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같지는 않습니다. 인세라는 것이 소중하지만 너무도 작고 귀여운 것이어서 말입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순전한 이기심에 기인하기 때문에 사실 인세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은 하지만 초대박 베스트셀러가 되어 주체할  없는 인세를 받게 된다면  생각이 달라지겠지요.(출판시장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있을 수 없는 일) 지금 당장은 쓰는 일이 즐거우니 계속 뭔가를 쓰고 싶습니다.      


  무얼 써야 할까요. 기왕에 여행과 그림을 가지고 책을 한 권 만들었으니 또 다른 여행 이야기로 한 권을 더 만들어볼까요. 그러자면 일부러라도 취재 여행차 어디라도 다녀와야 하는 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인세를 받아서 다음번 여행경비가 된다면야 좋겠지만 그건 너무 요행을 바라는 것일 테고. 자기 계발서를 써보라는 친구의 말에 ‘나도 안 읽는 책을 쓸 수는 없다’라고 일축해 버렸지만 사실은 쓰지 못한다는 말이 맞을 겁니다. 계발은 무슨 얼어 죽을 계발. 그렇게 자기 계발을 잘했으면 이렇게 방구석에 앉아서 키보드나 두드리고 있지는 않겠지요.     


  소설 같은 일을 상상해 봅니다. 출판사에서 영업을 잘해준 덕분에 대형서점의 매대에 책을 깔리게 된 거지요. 기왕에 서점에 깔렸으니 저자 사인본도 준비해서 팔아보자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흥분된 마음으로 서점에 가서 이 책을 위하여 특별히 준비한 사인도 책 내지에 그려 넣고 그것만으로는 조금 심심하니까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문구도 몇 가지 준비해서 써넣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요.     


- 이 책을 고르신 안목 높은 독자분! 행복하세요

- 가장 훌륭한 독자는 누구? 제 책을 읽어주시는 당신입니다.

- 책을 읽는 당신이 바로 WINNER.(특히 제 책을...)

- 오늘도 보람찬 하루 보내세요.(제 책을 읽으시면서...)

- 세상에 숨길 수 없는 세 가지... 재채기와 사랑과 뭐더라? 세 번째가 제 책이면 좋겠다능...

- 책을 읽는 이유...멈춤을 배우기 위해서래요. 책을 읽다가 어떤 문장에 걸려서 생각을 하기 위해 멈추잖아요. 제 책에도 그런 부분이 있어야 할 텐데 말이죠...

- 밥벌이가 고되고 집안일이 지겨울 때...그리하여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이 책이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 제 책을 읽으시면서 떠오르는 추억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운 마음도 좋고요.

- 어쩌다 마주친 ‘이 책’에 마음을 빼앗겨버렸으면 좋겠어요.(송골매를 아시나요)     


  

  사실 제가 창작한 것은 아니고 여기저기도 표절해 온 것들입니다. 으음, 오마쥬라고 해두죠. 표절은 좀 무서운 단어네요.  제가 이러면서 (한심하게)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원래는 21일이 예정일인데요. 내일이라도 나올 수 있다는 연락을 받으면 잽싸게 파주에 있는 제작사에 가서 저자 증정본을 직접 받아오려고 하루 종일 출판사 대표님의 카톡을 기다렸어요. 계획대로 뭐가 잘 안 되었는지 결국 아무 연락이 없으시네요.

으으으으. 궁금해요. 궁금해.


#이탈리아 골목길 드로잉 산책

#미디어샘


매거진의 이전글 출간 일기 - 이탈리아 골목길 드로잉 산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