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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그림 Feb 19. 2023

드라마의 후유증

꽈배기의 맛을 아시나요?

원래 드라마를 잘 못 본다.

이런 나에게 유튜브가 신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 주었다.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옛날에 리더스 다이제스트란 잡지(난 조금 오래된 사람)가 있었다.(물론 지금도 있다?)

재미있는 글도 실려 있었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줄거리만 읽고 잘난척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두꺼운 책들을 요약해서 잡지에 실어주기도 했었다.(물론 이런 일은 이제 유튜브가 해주고 있다. 열일하는 유튜브에게 찬사를…)


‘다이제스트’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기똥차게 잘 지은 이름이다. 내 머리로는 ‘소화’시키기 어려운 책을 잘 ’ 소화‘되도록 만들어 주겠다는 사명감이 보이지 않는가 말이다. 한국에서 만들었다면 ‘리더스 까스명수’가 나올 뻔했는데, 이건 좀 다행이다. 지독한 영어사대주의자인 나로서는 좀처럼 참기 어려운 언어조합이다.


아무튼 길고 긴 드라마를 못 보는 나 같은 ‘선택적 집중력 부족 신드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하여 오늘도 불철주야 ‘다이제스트용 짤’을 만들어내고 계신 유튜버들을 위하여 건배!

아, 단점이라면 마지막이 어찌 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거다. 뭐 크게 개념치 않는다. 궁금한 채로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렇게 해서 보게 된 드라마가 몇 가지 있다. <카지노>, <해방일기>, <멜로가 체질>. 엇, 모두 손석구가 나오네. 요새 손석구가 대세인가?


좌우간 멜로가 체질의 손석구를 보다가 그의 연기에 살짝 심취했다. 며칠 전 일층 카페에 차 한잔 하러 가니 손님은 없고 사장님 혼자 심심해하는 눈치이다.


카페 사장님: 뭐 드릴까요?

나: 으음, 만들기 제일 귀찮은 게 뭐예요? (메뉴판을 보며) 아인슈페너 콜드브루가 좀 귀찮으시려나?

카페: 꼭 말을 해도…(큭큭 거리신다) 좀 친절하게 말하면 어디가 덧나요?

나: 친절하게 보이는 거 싫어요.

카페: (뜨악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나: 아, 미안, 쏘리…요새 드라마에 빠져서요.


근데 멜로가 체질이 언제 나온 드라마인지 아시는 분?

손석구가 다큐감독의 눈에 건배하는 장면 나오잖아요.

오늘 아침 민숙 초이의 ‘꽈배기의 맛’ 109페이지 첫째줄에서 이걸 발견했당!


자,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언제 출판된 책인지 ‘무단복제경고페이지’를 찾아보니 2017년 10월 28일이네. 오호, 둘 중 하나는 이 대목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결론인데, 누가 먼저인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두 ‘감명받은 글귀’가 나오면 잘 기억해 두었다가 써먹어야지.


그냥 그렇다구요.


민숙 초이 작가의 한마디 중에 나의 심금을 울리는 대목이 있었으니 그것은 ‘에세이를 쓰기 위해 소설가가 되었다’는 말이었다. 한국에서 에세이를 쓰기 위해선 ‘박지성’ 아니면 ‘김연아’가 되어야 하고, 그게 불가능하다면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어야 한다, 고 그는 강변하고 있다. 에세이로 책을 팔아 먹기가 이렇게 힘든 일이다.


에휴…그냥, 그렇다구요.


p.s 그린제이님이 위 대사는 카사블랑카에 나왔던 대사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오래된 고전의 힘이었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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