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그림 Aug 05. 2020

다시 찾은 로마

방구석 드로잉 여행 15

  로마를 다시 찾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 뒤였다. 이번엔 진짜로 관광객이 되어 스페인광장, 트레비분수, 피오나광장, 나보나광장, 판테온, 유대인 지구의 골목길, 바티칸을 차근차근 다녀 보았다. 가이드님의 설명도 열심히 듣고 줄을 서서 바티칸 박물관도 구경하면서 로마를 좀 더 알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책에서만 보던 그림과 조각을 직접 마주하는 감동적인 순간도 있었고 시스티나 성당에서 옆 사람과 떠들다가 쫓겨나는 일도 있었지만 대체로 아주 만족스러운 관광이었다. 다만 시스티나 성당의 천지창조는 숨이 멎을 만한 멋진 벽화였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많은 사람으로 인하여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매일같이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하여 몸살을 앓고 있는 오버투어리즘의 현장을 보는 기분이다.


  오드리가 젤라또를 먹던 스페인계단에서는 더 이상 젤라또를 먹을 수가 없었고(법으로 금지!) 이제 계단에 앉아 있는 것조차 허락이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젤라또 대신 폼피Pompi에서 사온 티라미수를 한 입 넣었다. 주변을 감시하는 경찰과 눈이 마주쳤다. 손가락을 흔들면서 안 된다고 한다. 나도 손가락으로 폼피 상표를 가리키며 젤라또가 아니라고 손가락을 흔들어 준다.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자리를 뜨기로 하고 다른 곳으로 가겠다는 손가락 신호를 보내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트레비 분수 역시 사람들로 넘쳤고 진실의 입은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적이 사라진 포폴로 광장에서 맞이한 로마의 새벽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너무 많은 곳은 싫어하는가 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고양이들이 살고 있는 고대로마의 폐허와 유대인 지구 골목길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정보를 처리하려다 보니 뇌에 무리가 갔던 모양이다. 그냥 멍하니 고양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휴식과 위안이 되는 기분이었다. 로마에 가게 되면 고양이들이 살고 있는 폐허도 잊지 말고 들려 보는 것을 추천한다. 폐허의 이름은 라르고 디 토레 아르젠티나(Largo di Torre Argentina)이고 판테온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두 번째 로마여행을 하면서 찍어두었던 몇 장의 사진을 그리면서 로마여행의 추억을 되살려 보았다.                                                                 



  로마에 관한 이야기로 책을 쓴다고 했더니 중국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로마토박이 친구가 도와줄 일이 없냐고 물어왔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식당 소개를 부탁했다. 이태리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사랑은 연인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진지하다. 오죽하면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같은 두꺼운 인문서적도 있는 지경이다.


  여기 로마토박이가 추천하는 식당이 한 곳 있다. 관광지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들려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관광지에서 맛 볼 수 없는 훌륭한 로마음식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친구와 우연하게 서로 맞아 떨어진 휴가기간, 로마에 왔으면 당연히 자기의 초대를 응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우리는 마지못해 응하는 척(?)하며 방문을 했고 그날 저녁, 정체를 알 수 없는 해산물의 향연과 검은 송로버섯을 토핑으로 사용한 피자로 로마에서의 잊지 못할 저녁을 우리가족에게 선물했다. 아이들은 아마도 로마 음식이 이렇게 짠 줄은 몰랐을 것이다. 하하하


번역과 함께 내 친구 쟝프랑코가 보내온 원문을 실었다.          



안녕 여러분     


  내 이름은 장프랑코이고 로마에서 왔어요.(로마의 휴일을 보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아름다운 그 도시 맞아요) 또는 왔었다고 해야 할까요. 왜냐하면 지난 25년간을 중국에서 기계제조회사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거든요. 더 이상 로마에 살고 있진 않지만 그곳에는 아직도 엄마, 형제 그리고 좋은 친구들이 살고 있어요. 지금도 일 년에 최소한 3번 정도는 로마에 가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고 로마의 성벽 밖에서는 맛볼 수 없는 로마음식을 즐기고 있어요.


  내 친구중의 하나인 아우구스토(맞아요, 오래전 황제와 같은 이름이에요)는 Piazza Zama 5 a/c에서 ‘라 마디아’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곳에서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주방 직원들과 식당 직원들을 지휘하고 있지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그렇듯이 결과에 절대 만족하는 법이 없지만 식탁에 음식이 놓여 졌을 때 여러분은 거의 완벽하다고 느끼실 거예요.


  눈치 채셨을지 모르지만 이제 나는 더 이상 젊은이가 아니에요. 55세가 되었고 ‘라 마디아’는 내가 아주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알던 곳이에요. 예전에 이곳은 ‘다 세베리노’였고 60년대에(그래요, 1960년과 1969년 사이 내가 그 중간에 태어났던 시절)는 아주 유명한 곳이었답니다, 그레고리 펙과 말론 브란도도 들리곤 했다니까요.


  대단한 식당이었어요. 그 식당 옆 약국에서 일하고 계시던 아버지와 식당주인은 60년 동안을 친구로 지내셨고 나에겐 행운이었어요. 그분들의 우정 덕분에 제가 경영학 학위를 받은 날 이곳에서 축하파티를 열 수 있었고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의 스케치를 가지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고 세베리노는 은퇴를 하고 그 곳에서 수년을 일하던 젊은이가 식당을 인수하여 ‘라 마디아’로 이름을 바꾸었어요. 이제 아우구스토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 곳은 아직도 ‘로마 음식’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그는 이제 도시에서 가장 근사한 피자중의 하나를 만들고 있어요.


  나의 아버지와 세베리노가 친구가 되었듯이 나와 아우구스토도 친구가 되었어요. 지난 25년간 로마로 돌아갈 때 마다 거의 매일 이곳에서 저녁을 먹었어요. 91세가 되신 나의 노모와 함께 마치 가족의 재상봉처럼 이곳을 방문하게 되면 아우구스또는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게살 스파게티를 준비하며 그녀가 쉽게 먹을 수 있도록 게의 껍질을 하나 하나 벗겨내 주곤 해요. 마치 아들이 엄마에게 하듯이, 형이 동생에게 하듯이.


  여기에서 진호와 그의 가족들이 로마를 방문했을 때 함께 식사를 하면서 ‘검은 송로버섯 피자’를 함께 발견했지요. 피자 외에도 다양한 정통로마식을 맛볼 수 있고 다양한 해산물 요리도 맛볼 수 있어요. 나와 같은 ‘고기성애자’에게 알맞은 음식도 있고요. 훌륭한 와인리스트와 행복한 저녁식사를 끝맺음해줄 달콤한 케잌, 그리고 딱 좋은 그라빠(포도주를 증류하여 만든 전통의 이태리 술, 30-40도에 달합니다)도 준비되어 있어요.


  여러분이 혹시 이곳을 들르게 되면 아우구스또에게 ‘차오’라고 제 대신 인사를 해주세요. 다만 화요일엔 가지 마세요!(문을 닫아요)     


Hi everybody,     


My name is Gianfranco and I am from Rome (yes, the beautiful city you surely loved in Roman Holiday). Or I should say I was, because I spent the last 25 years in China working mostly as a manager in mechanical companies. I don’t live in Rome anymore, but I still have my mom and my brother and a few good friends living there. I pass by Rome at least 3 times a year now to see them and to have a taste of Roman food which I can’t find outside the city walls.


One of these friends is Augusto (yes like the old emperor!) who is the owner of the restaurant “La Madia” in Piazza Zama 5 a/c. There he directs, as an orchestra director, the staff in the kitchen and around the restaurant. He is never satisfied as the orchestra directors, but when you get the dishes on your table you have the feeling that the results are almost perfect!

As you can see I am not that young anymore. I am 55 years old and I know the restaurant “La Madia” since I was a small kid.


In the past the place was called “Da Severino” and it was very famous during the sixties (yes I mean 1960 to 1969 and I was born in the middle…) and Gregory Peck or Marlon Brando were customers there.


A very sophisticated restaurant. Luckily the owner was a friend of my father who worked in a pharmacy next to the restaurant for more than 60 years. Thanks to their friendship I celebrate my degree in Business Management (during the eighties… at the beginning this time) with a dinner here. I got a sketch portrait of myself that night and I still keep it after many years.


Times passed and Severino retired and a young guy working there for several years got the restaurant and changed it into “La Madia”. Here comes Augusto in the picture. It is still famous for the “Roman Cuisine” but he started to make one of the best pizzas in town.


Now I can say that we are friends as Severino and my father were. In the last 25 years, every time I go back I had almost every dinner there. My 91 years old mom just go out to have dinner here as a family reunion and Augusto knows that she loves Spaghetti with clams and he opens the clams one by one to make it easier for her to eat it. Like a son for her and a brother for me.


Here I had dinner with Jinho and his family when he was in Rome and we discovered the “Black Truffles Pizza”. Obviously you can taste every typical Roman dish and fresh seafood and fish. It is also good for people like me that love meat! Great wine selection and to happily close the dinner there are many kinds of delicious cakes and the right Grappa (typical Italian Alcohol) to go on together with them.


If you pass by here don’t miss it and say 'Ciao' to Augusto from me! Just don’t go on Tuesday..It is closed �     

매거진의 이전글 로마의 휴일과 인연의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