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그림 Aug 19. 2021

이탈리아 사람들 음식에 진심입니다

제이미의 이탈리아 음식여행

제이미 올리버를 아시나요?


영국 사람이고 요리사입니다. 영국 학교에서 급식으로 제공되는 정크푸드에 질겁을 하고 아이들에게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하려고 고군분투하던 리얼리티 요리쇼의 주인공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영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하지요.


성공적인 쇼 프로그램은 컨셉을 바꾸어가며 시즌을 이어가게 되는 것이 마케팅의 정석인지라 이번엔 제이미를 이탈리아로 보내 음식여행을 하게 합니다. 음식에 관해서는 진심인 제이미와 이탈리아 사람들이 만났으니 아마도 편집자 입장에서는 어떤 것을 취하고 버릴까 고민을 많이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이미는 이탈리아 여행을 리얼리티 쇼로 끝내지 않고 책을 만들게 됩니다. 'Jamie's Italy'

엄청난 음식 사진과 레시피와 제이미가 만났던 유쾌한 이탈리아 사람들 이야기로 가득 찬 매력 넘치는 책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예측형으로 쓰는 이유는 영어로 된 책이라서 속속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읽지도 못할 책을 뭐하러 샀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요. 뭐 쓰지 못할 걸 알면서도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게 있어서 집에 사 둔 경험 없으신가요?


이 책이 그렇습니다. 책방에서 스윽 펼쳐보는 순간 입에 군침이 돌았지만, 영어로 된 책이라는 부담도 있고 게다가 '요알못' 남자인 저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 책이란 걸 알았습니다. 책을 제자리에 두고 책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닙니다. 두어 바퀴 돌고 다시 와서 결국엔 보통 책값의 3배나 되는 거금을 주고 사 가지고 왔습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책을 들추어 봅니다. 우리가 김장 김치를 담그듯 매년 돼지를 직접 도살하여 뒷다리로 '프로슈또'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햄을 만드는 이야기와 사진을 봅니다. 공갈 젖꼭지를 물고 있는 꼬마 아기가 이 '처참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꼬마도 어른이 되면 아버지의 뒤를 이어 햄을 만들고 있을지 모르겠군요.


홍두깨(마타렐로)를 들고 파스타를 빚고 있는 이탈리아 아줌마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곳에도 꼬마 아이가 열심히 돕고 있습니다. 우리는 건면으로 만들어진 파스타를 먹고 있지만 많은 이탈리아 가정에서는 아직도 생면 파스타를 먹고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손가락으로 반죽을 밀어서 꼬물꼬물 벌레처럼 만든 생파스타를 먹어 본 적이 있습니다. 그걸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지만 쫄깃하고 묵직한 면발과 매콤한 아라비아따 소스 맛에 그만 정신줄을 놓아 버렸지 뭡니까.

커다란 칼을 들고 있는 키안티의 정육점 주인은 이 동네에서 인심이 후하기로 유명합니다. 공짜 음식과 와인을 맛보려는 동네 사람들로 항상 북적거립니다. 특별하게 기분 좋은 날에는 노래도 불러 줍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정육점을 운영하는 걸까요? 이런 훌륭하고 정감이 넘치는 정육점이 망하지 않도록 오늘도 동네 사람들은 열심히 팔아줍니다.(안 팔아 주면 죽을거 같지 않습니까?)

제이미가 겪은 이탈리아 사람들은 한결같습니다.

음식을 사랑하고 인생을 사랑합니다.

8월 한 달의 휴가를 위하여 일을 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음식과 사랑과 축구입니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 너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으면 또 다른 누군가가 와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피아노. 피아노." (천천히 천천히)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처음 입사했을 때의 일이 생각나는군요.

나에게 일을 가르쳐주던 '말라골리'라는 상사가 있었습니다. 이 양반 그야말로 일벌레였습니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을 담당하고 있던 지라 보통 해외 출장을 나오면 6주가 기본이었습니다. 이탈리아로 돌아가면 2주 동안 다음 6주를 위한 출장을 준비하러 간다고 농담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 2주 동안 본사에 있는 누군가에게는 악몽이라고 했습니다. 필요한 일을 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해줄 때까지 귀찮게 하는 타입입니다. 이렇게 1주일 정도 있으면 사장님이 조용히 말라골리를 불러 이제 1주 정도 집에 가서 쉬다 오라고 조용히 타일렀다고 합니다. "피아노 피아노" 하면서 말이죠.


파스타와 피자 말고도 이탈리아에는 어마어마한 로컬푸드가 있습니다. 책에서 몇 가지만 추려보았습니다.


담백하게 재료 본래의 맛을 살린 음식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재료에 자신이 없을수록 소스 맛이 강해집니다. 소스의 강한 향으로 후진 재료에서 나는 잡내를 가리려는 거겠지요.


제이미의 이탈리아를 뒤적거리고 있으니 빨리 다시 여행할 수 있는 날이 그리워집니다. 뭐니 뭐니 해도 먹방 여행이 최고 아닙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찾은 로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