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 ‘30일 만에 XX되는 법’ 같은 비법서는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이 책을 읽고 나면 글쓰기를 포기할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니 이제 글쓰기를 시작한 분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이미 이 책을 접해본 분들은 내가 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듯싶다. 본인 표현으로는 아주 부드러운 ‘두부체’의 사용하고 있지만 두부 속에 들어있는 내용은 결코 말캉말캉하지 않다.
예를 들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내용의 글은 되도록 배제하라고 했다. 공적인 글쓰기는 남에게 보여주는 글이기 때문에 혼자만 알 수 있도록 쓴다면 그것은 자기도취에 불과하다면서 ‘두부‘같이 부드러운 말로 정곡을 찌르고 있다. ‘사랑했기에 사랑했고, 미안했기에 미안하고, 그동안 고마웠다’ 같이 도돌이표 같은 글은 지양하라고 했다. 적확한 표현으로 구체적인 경험을 써 내려가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은유작가는 글쓰기의 고단함과 지난함을 물어보는 여러 질문에 다양한 예시와 본인의 경험을 풀어가면서 상냥하게 대답해 주는 형식으로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쓸 때조차도 작가는 소홀하게 대하는 법이 없다. 힘겹게 살아가는 일상에서도 좋은 책을 만나게 되면 위로를 받게 되고, 이 멋진 경험을 통째로 저장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고 했다. 작가의 리뷰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읽은 내용을 단순하게 요약하거나 마음에 드는 인용글로 채우는 리뷰와는 다를 것이다. 리뷰가 어때야 하는지는 이미 작가의 책에서 언급을 해두었다. 리뷰를 쓰면서 작가의 마음으로 찾아 들어온 직간접적인 경험을 이야기한다고 했다.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글을 쓰는 이유는 자기 생각을 내보이고 논증을 해서 독자를 설득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누구를 설득하는 것은 내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사안을 이해함에 있어 경험이 있다면 이해의 깊이가 다를 수 밖에 없다.
글을 쓰기 위하여 반드시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자세로 책을 읽어야 글쓰기에 도움이 될지 알 것 같다. ‘은유작가의 자세’로 책을 읽어내다 보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원래 없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고 이때부터 보이는 세상의 모든 것에 한번쯤 의심을 품게 된다. 작가들은 기본적으로 과학자들과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의심하고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하고, 상식과 관습을 뒤집어 볼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지극한 모성애’가 얼마나 가부장적인 말인지, 성폭력을 당한 여성에게 사용되는 ‘씻을 수 없는 상처’란 말 자체가 ‘순결주의’에 따른 낙인이고 사라져야 할 말이라는 것을. 작가는 특유의 ‘두부체’로 말하고 있다.
다신 한번 말하지만 글을 이제 쓰기 시작하려는 분은 되도록 이 책을 멀리 했으면 좋겠다. 의욕을 불어넣기보다는 의기소침하게 만들 여지가 많은 책처럼 보인다. 작가도 이 점을 서문에서 분명히 했다.
“<글쓰기의 최전선>은 수학의 정석같이 기본 원리를 일러주는 책이고, <쓰기의 말들>은 사전처럼 옆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는 책이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자습서 같은 책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기 전에 앞의 두 책을 먼저 읽고 나서, 글쓰기를 열심히 하다가 의문이 생기면 ‘아. 이제 이 책을 읽을 때로구나.‘ 하고 서점으로, 도서관으로 달려가시면 되겠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책을 썼을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은유작가처럼 삶에서 얻은 가장 귀한 것을 세상에 돌려주는 마음이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자기도취에 빠진 글들을 보면서, 책을 출간함으로서 잘난척하고 싶던 마음이 컸던거 같아서 부끄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