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2023년 9월 4일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안과에 왔다.
우리집 홍여사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병원에 가는 날임을 알려주었다. 병원에 다녀와서 결과를 한 치의 거짓도 없이 고할 것을 당부한다. 같이 가겠다고 하는 걸 말렸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아이도 노인도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혼자만 알고 안 가르쳐 줄까 그렇단다.
아프다고 한 적도 별로 없지만, 아프면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곰처럼 침대를 찾아들어가 혼자 끙끙 앓다가 나오는 것을 몇 번 봐서 그런가 보다. 그럴 때마다 미련 곰탱이 같단다. 당연한 거 아닌가. 우리 원래 ‘곰’이었잖어. 벌써 잊었어? ㅎㅎㅎ
나를 걱정하는 그녀의 속마음은 어떤 상태일까. 여러 가지 마음의 가지들이 복잡하게 엉켜있겠지. 뻥을 좀 치자면, 전혀 다른 우주가 만나 고작 80m2의 공간에 서로 가진 모든 것을 구겨 넣은 채, 보석이 될지, 숯덩어리가 될지 모를 화학적 융합이라는 운에 기대는 것이 결혼생활이잖아. 지금까지는 비교적 운이 좋았는데 말이야.
그동안 가족을 무탈하게 건사하느라 몸의 이곳저곳에서 이상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을 가엽게 여기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아이는 아직 돌봐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경제적인 자유는 먼 나라 이야기이니 조금 더 버텨주길 바라기도 하겠구나.
한참을 기다려 30초 면담한 의사샘 말로는 의심이 되니 1년 뒤에 다시 한번 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으음. 좀 더 버틸 수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