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의 <포구기행>
시인이 보는 세상은 우리와 다른가 보다.
무얼 하나 보더라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지 않는다.
만 리길을 날아온 철새를 보며 우리는 조류독감을 걱정하지만
시인은 철새에게서 꿈의 냄새를 맡는다.
단지 먹을 것을 위하여 만 리길을 날아왔을 리가 없단다.
시인은 쓸쓸함을 그리워하는 존재이다.
포구의 어른거리는 불빛을 보면서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보리피리를 부는 아이들을 보면서 지나간 세월을 그리워한다.
하룻밤 거처를 내어준 할머니의 홑이불 속에서 괜히 훌쩍거린다.
침묵은 시인의 밥이다.
꾸역꾸역 침묵을 먹고 더 이상 참지 못해 배설을 하면 시가 된다.
그런 시인이 산문을 쓰면 시처럼 아름답다.
포구사람들이 척박한 삶을 살아내는 것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날 것 그대로이지만 시인의 손길을 거치면 다르게 보인다.
힘든 일을 하고 있는 부두의 사내들에게 시원한 물을 돌리고 있는 포구다방의 미쓰김
이렇게 힘들게 모은 돈을 허투루 쓰지 않을까 시인은 걱정한다.
착한 일을 하고도 의심을 사는 미쓰김은 억울하다.
시인은 기어코 미쓰김의 포구다방을 찾아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안심하고 미안해한다.
포구에 가면 그럴까.
포구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갯내음이 커피향보다 고소할까.
두고 온 지지리 못난 이야기도 이곳에 가면 그리움이 될까.
못 이룬 꿈을 기억해내고 어쩐지 그 꿈을 이룰 것 같은 희망을 생각한다.
나는 시인이 아니므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곽재구의 <포구기행>을 읽고 그리다.
사족)
일주일 전에 강릉 출장 갔다가 저녁 먹으러 갔던 식당에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다고 코로나 검사받으란다. (조금전 문자를 받았다.)
괜히 몸이 후끈해지는것 같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심난한 저녁이로세.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