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조지아엔 뭐가 있는데요? 권호영
내가 원래 팔랑귀로 태어났다.
누군가 내 귀에 속삭인다.
조지아라는 곳이 있는데 말이야.
미국에 있잖어?
아니, 미국 말고 유럽도 아니고 아시아도 아닌 곳에 있어. 옛날 소비에트 연방 때는 그루지아라고 불리던 곳이야.
아. 들어봤다. 옛날 영화 중에 그루지아 출신 마약범죄자를 잡으려고 소련 경찰이 미국에 온 영화가 있었는데... 제목이 뭐더라? 무서운 곳 아녀?
아냐, 영화는 원래 좀 뻥이 세.
계속해봐.
스위스 사람들이 산을 보러 오고
프랑스 사람들이 와인을 먹으러 오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러 오는 곳 이래
코카서스 산맥 아래 예쁘고 오래된 동네를 잇는 길을 걸으면서 산을 보고 저녁엔 와인에 맛있는 음식을 곁들이는 거지.
그래? 그렇게 좋은 곳이라면 가봐야겠다.
어디를 가야 최대치의 황홀감을 느낄까.
무엇을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이런... 김칫국부터 마시는 건 아니지.
아내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가랑비에 옷을 적시듯 아주 조금씩 ‘조지아’를 흘리고 있다.
책을 구해서 잘 보이는 탁자에 무심히 던져둔다.
멋지고 그리기 만만한 풍경을 골라 그림을 그린다.
조지아라는 곳인데 멋지지 않냐?
아내는 전혀 관심이 없는 척(?)한다.
더 늙기 전에 빨리 은퇴를 하고 놀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