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2)

이것도 해보고 싶었어.

by 한진호

고등학교 진학을 외국어 고등학교로 했다.

이과 체질도 아닐 뿐더러 그냥 외고가 가보고 싶었고, 운이 좋게도 붙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했더니 공부 잘하는 괴물같은 아이들이 너무나 많았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질풍노도의 시절 한복판을 지내고 있었기에 치기 어린 반항심이 꿈틀거렸다.

'공부로는 1등하기 글른 거 같으니 다른거 해야겠다'

진심이었다.


고등학교 진학 후 가장 친했던 친구가 고 1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구 수지가 무려 150 이었다 -_-

(당시는 그게 대단한 일인지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마무시하다.)

그 친구와 함께 당구장에 갔는데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길로 당구에 빠졌다.


심지어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외고에서 보충수업 빼고 순수 방학은 열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내내

보충수업만 마치면 자율학습 빼먹고 당구장에서 일했다. 당구 실력이 쑥쑥 늘었다. 어디 내놔도 쉽게 지지 않을

그런 실력이 되었다. 원체 남한테 지는거 싫어하는 성격이라 더 독하게 했던 거 같다.

그렇게 200이 되었다. 고2때...


당구장 사장님이 용인대 체육학과 당구특기생에 추천해주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밤늦게 이불덮고 하이킥 할 내용이지만 당시에는 진지했다) 막상 대학교에 가도 뭔가 하고 싶은게 없었던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었다.


집에가서 부모님께는 말 못하겠어서 형한테 말해봤다. (형은 의대를 다니고 있었다 -_-;;)

나 : '형, 나 당구로 대학갈까?'

형 : '.....'

나 : '아니, 당구장 아저씨가 용인대 당구학과에 추천도 해주신다고 했어~'

형 : '디질래???'

나 : '.....아니 뭐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당구로 대학 좀 가면 안되겠냐????'

형 :'휴..... 퍽이나 부모님이 좋아라 하시겠다.'


그걸로 그냥 또 하나의 꿈은 접혔다.

내가 다짐했던대로 당구는 전교에서 1등으로 졸업했다.

지금은 300을 치고 있다.


그 때 당구학과 갔으면 sbs당구대회에 나올 정도 됐을까??


가끔 뜬금없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