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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Feb 05. 2017

지노 배낭여행기 - 뉴질랜드편 22

똑같은 가방땜에 착각


  똑같은 가방땜에 착각해서

내가 이번에 가지고 간 TENBA 카매라 가방

내가 이번에 갈 때는 배낭말고 따로 TENBA라고 하는 카매라 전문가방을 들고 갔다. 그런데 이 가방 때문에 졸지에 미친 놈 내지 도둑놈 비슷하게 취급되기도 하였다. 물론 나의 착각으로 그런 일이 생긴거다. 사연인즉……

아래층 로비에서 졸고 있던 모델 K 가 배가 웰링톤을  빠져나와 쿡 해협으로 들어서도 올라 오지 않아 아래층 로비로 내려가 보았다. 아까 졸고 있던 자리에 모델 K는 없고 그 앞에 놓인 둥근 탁자 위에 내

TENBA 카매라 가방이 홀로 얹혀 있길래 혼자 속으로 모델 K가 카매라 가방을 놓아 두고 밖으로 담배피우러 간 걸로 생각하고 카매라 가방을 가지고 올라 가려고 가방 끈을 끌어 당기는데…… 웬 중년 백인 아줌마가 소리를 지르면서, “당신, 지금 뭐 하는거요.” 하면서 얼굴에 불쾌한 노기가 가득하다. 그러면서  내 손에서 가방을 낚아채어 자기 앞으로 가깝게 탁자 위에 올려 놓는 것이었다. 이 아줌마가 뭘 착각하고 있는 걸로 생각하고 다시 한번 가방을 집으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더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그 바람에 로비에 있던 모든 승객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모델K는 졸던 자리에 없고 TENBA 카매라 가방은 탁자 위에 있는데 순간적으로 내가 갖고 올라 가야지하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근데 그게 나의 순간적인 생각이었고 두 번씩이나 성질을 내는 아줌마의 성난 얼굴을 보고서야 나의 행동에 뭔가 잘못되었다고  직감했다. 실제로 카매라 가방은 내가 상층 갑판 위에 좀 전에 가지고 올라 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같은 TENBA 카매라가방임에는 틀림이 없어나 내 것은 위층 갑판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자명해졌다. 같은 가방으로 착각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였으나 아줌마는 머리 위로 뜨거운 수증기를 내뿜고 있는 것 같았다. 민망한 마음을 가지고 황급히 로비를 빠져 나왔다. 어떻게 그런 황당한 실수를 할 수 있을까. 그 아줌마는 나를 가방 도둑놈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겠지. 그렇다고 내 TENBA 가방을 가지고 내려 가서 가방이 똑같아서 실수했다고 변명하기도 머시기하고 해서 얼굴 붉히며 슬그머니 로비를 빠져 나올 수 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이 무슨 망신이야?  일종의 치매내지 노망끼가 일찍 찾아 온건가?


배의 상갑판 앞부분

다시 배의 상갑판 앞 부분으로 올라 갔다. 그 곳에는 사람이 없다.  사람이 하나도 안 보이는 이유는 상갑판 안으로 들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저 끝이 배의 선수이므로 저 앞에 서면 전망이 확 트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저 앞 쪽을 막아 놓았기에 사람들은 배의 양쪽으로 흩어져서 경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양쪽을 다 보려면 이편 저편으로 왔다 갔다 해야 한다. 나도 사진을 찍을려고 양쪽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남섬 수로에 들어서자 눈에 쏙 들어오는 잘생긴 섬들

남섬 수로로 들어서자 잘 생긴 작은 섬들이 하나 둘 씩 보이기 시작한다. 대부분 무인도이지만 간간이 별장같은 형태의 집들이 보이기도 한다. WATERFRONT를 좋아하는 사람은 저런 곳에 조용한 별장을 가지고 싶어 하겠다.



침엽수림으로 빡빡한 남섬

위 사진처럼 섬들의 작은 구릉에 나무들이 무성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녹색의 초지가 덮여있다. 단정하게 면도를 한 것같은  모습이다. 침엽수림으로 빡빡하게 들어찬 섬도 있다. 청정수역이다 보니 해산물 양식장도 있는 모양이다. 가지런하게 수포를 띄어 표시한 곳에는 뭔가를 양식하고 있는 모양이다. 혹 우리가 미국에서 사먹는 홍합이 아닐까?


바다의 무법자 세일보트

세일링을 즐기고 있는현지인이 우리 배 옆으로 항해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세일보트를 좋아해서 시간나면 일본까지 가서  연수받고 왔다카더라. 보기에는 쉬운 것같지만 의외로 많은 기술과 훈련이 요구되는 수상 스포츠다. 시간과 돈이 뒷받침되면 도전 해볼만한 취미생활인데 ……… 죽기전에 한번 해봐야 할텐데.  


남섬 수로에 있는 낮고 완만한 구릉과 산들

배가 남섬의 좁은 수로로 들어서면 양쪽으로 낮고 완만한 구릉과 산들이 청정한 바닷물과 함께 멋진 경치를 선사한다. 모두들 사진찍기를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열심이다. 청정한 바다와 무인도같은 여러 섬들 사이로 작은 동력선들이 숨박꼭질하듯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져 버린다. 몇 십년전(정확하게 말하면 부산에서 직장 다니면서 자취생활할 때)에 주말에 부산에서 배를 타고 한려수도갔을 때 보았던 청정해역의 추억이 뭉실하게 떠 오른다. 그 때는 나를 구속하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을 때 싱글 청춘예찬의 시절로 주말에는 주로 낡은 아사히펜탁스 필름 카매라들고 부산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거제도 해금강, 한려수도, 충무, 통영등으로 사진찍으러 다녔었다. 30년이 훌쩍 시공을 뛰어 넘은 그 때의 추억이 아련하다.


청정한 바다에 떠있는 무인도같은 여러 섬들


가슴으로 다가오는 남섬의 아름다운 풍경

어머니가 애기를 포근하게 감싸듯 청정바다가 여러 작은 섬을 따뜻하게 보다듬고 있는 것 같다. 큰 바다에서 느끼는 평화스러운 모성애가 뉴질랜드 남섬에서도 가슴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그 어머니와 애기가 너무 깨끗하고 이쁘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남섬의 바다가 모성애를 느끼게하고 그것이 연쇄반응으로 한국에 계신 늙으신 어머니를 생각하게 만든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어무이한테 전화 한 번 안하고 혼자 놀러 다니는 나 자신을 생각해 보면 ‘불효자는 웁니다’ 같은 노래라도 한 곡 불러야 할 것 같은데 배 양편으로 스쳐 지나가는 남섬의 경치를 보느라고 불효자는 또 어머니 생각을 금세 잊어 버렸다. 신이 하사한 망각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것일까?


배가 도착하는 남섬 PICTON 항구 전경

배가 드디어 남섬 PICTON 항구에 도착했다. 아담하고 조그마한 포구로 인구도 3-4천명 남짓한 작은 도시다. 관광객을 싣고 오는 페리때문에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PICTON  해변가의 야자수 나무가 남국의 정취를 물씬 뿜어낸다. 이 포구도 원래는 1820년대 당시 성행한 포경기지로 시작된 항구다. 그 당시 유럽에서 제일 귀하게 팔린 상품이 고래에서 채취한 고래기름이다. 우리는 고래하면 365가지 고래고기를 떠 올리지만 고기는 뒷전이고 고래기름이 돈이 되는 비지니스였다. 그래서 모두들 고래잡으러 삼등열차타고 동해바다로 간게 아니고 새로 발견된 카나다 동부해안, 호주 및 뉴질랜드 해안이 새로운 고래잡이 기지로 점차 발전하게 된 것이다.  


남섬 페리보트 종착지 Picton의 해변

큰 배낭을 찾아서 매고 나오니 렌트카 사무실이 바로 코 앞에 있다. 웰링톤에서 반납한 차량과 똑같은 차인데 새 차 같다. PICTON 시내로 나오니 큰 거리는 없고 관광객들이 득실한 식당들만 붐빈다. 남섬 해안도로를 달리기 전에 FOOD MARKET에 들러서 필요한 물과 주전버리를 한아름 준비해서 채우고 지도를 보고 길을 챙겨본다.  

아프리카를 탐험한 리빙스턴 박사는 그 당시 탐험의 즐거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탐험되지 않은 야생의 땅을 여행하는 동물적인 즐거움은 한없이 크다.” 비록 우리는 탐험은 아니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남섬의 땅을 밟아보는 즐거움은 푸른 하늘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오후의 하늘은 매우 쾌청하고 내리쬐는 햇살도 싱싱한 VITAMIN D 를 생성하기에도 충분한 온도다. 이렇게 남섬 속으로 우리는 천천히 들어갔다.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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