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섬에서의 마지막 여정
위 사진이 항공사진으로 보는 Milford Sound의 모습으로 여행 안내서에 수록된 사진이다. 피요르드식 해협으로 그 길이가 약 16Km 나 된다. 약 2백만년전의 빙하에 의해 깍인 U자형 계곡에 바닷물이 채워진 것이다. 왼쪽 긴 활주로가 밀포드해협의 비행장이다. 배를 타고 나가면 맨 먼저 왼편으로 높은 산이 보이는데 모양새가 카톨릭 교회의 주교가 쓰는 모자와 닮았다고 해서 Mitre 봉우리라고 한다. 우리 배가 바다로 나가는데 하늘은 찡그리고 비까지 오락가락한다. 날씨가 궂어 춥고해서 관광객이 적다. 다 합쳐 봐야 12명 남짓하다. 모두들 구경하고 5시45분전에 여기를 빠져 나갈 모양이다.
배가 조금 더 해협안으로 들어서자 오른편으로 눈에 띄는 것이 산중턱에서 바로 바다 위로 떨어지는 폭포이다. Bowen Fall로 높이가 160미터나 된다. 암석 속 구멍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조금 더 가서 보이는 다른 폭포는 Sterling Fall로 높이가 146미터로 조금 낮으나 수량은 Bowen Fall보다 훨씬 많다.
해협 좌우로 높이 솟은 산들의 꼭대기도 짙은 구름과 안개로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빗발이 심해지고 해가 먹구름으로 가려 빛이 거의 없을 때 사진을 찍어보니 산들의 이중 삼중으로 겹쳐 보이는 윤곽선이 마치 X레이 사진의 갈비뼈의 그것처럼 희미하게 겹쳐 보인다. 배가 출발하자 바로 비가 오락가락한다. 때론 세찬 비를 뿌리치다가 곧 비줄기가 가늘어지다가 때론 한 쪽 하늘에는 푸른 하늘이 보이다가 다시 구름에 쌓이곤 한다. 투어 내내 비가 오락가락 하였다.
조금 더 해협 안쪽으로 배가 들어서니 평평한 바위 위에서 낮잠을 즐기는 FUR SEAL들을 볼 수 있었다. 때로는 물개외에 돌핀들과 해협에서 뛰놀고 있는 펭귄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오른편으로 접안시설이 보이는데 관광포인트 지도에 있는 마지막 32번인 해양생태계 보호센터이다. 밀포드 해협에 자생하는 수중 생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보기가 흔치않은 흑산호초, 적산호초, 말미잘, 불가사리등 여기 바다에 사는 각종 어종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곳으로 가려면 별도로 가는 배를 타야한다.
시간이 없어 밀포드해협을 끝까지 빠져 나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배를 돌려 다시 출발한 선착장으로 부랴부랴 나와야만 했었다. 늦게 나가면 바리케이드가 내려져서 나갈 수 없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도 있다.
크루즈 투어를 5시30분경 마치고 배는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부랴부라 서둘러 밀로드 로드로 나가보니 바리케이드 내리는 곳에 Ranger가 기다리고 있다. 진눈깨비가 바람에 실려 하늘에서 춤추고 있었다. 아침에 모텔에서 나올 때 주인장이 일기예보를 알려주었다. 오후에 눈이 올 것이라고 했는데 그말대로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시 터널로 올라 가는 고갯길로 한참 올라갔다. 계곡 좌우로 높이 솟은 산들의 봉우리는 짙은 구름에 가려 온통 하얀 색이고 바위 사이 사이로 흘러 내린 눈 녹은 작은 물줄기가 이리저리로 흘러 내린다. 진눈깨비는 터널을 빠져 나오자마자 바로 그쳤다. 비가 그친 뒤에 바로 무지개가 하늘로 나왔다. 그것도 쌍무지개가 떴다. 빨주노초파남보라색 무지개가 공기가 맑아서 그런지 이렇게 선명한 무지개는 처음 보는 것 같다.
밀포드 사운드에서 크라이스트처치까지 지도로 보여주는 것도 쉽지 않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렇다. 거리로 약 900KM이면 서울-부산 경부고속도로를 두번 왕복해야 할 거리다. 오후 5시 45분에 밀포드 사운드를 출발했다. 밤새워 운전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둘이서 번갈아 가면서 운전했기에 겨우 겨우 다음날 아침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밤새워 운전해보면 제일 힘든 시간이 새벽 3시에서 6시 사이다. 가능한 졸음 운전을 하지 않으려고 용을 써보지만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졸면서 운전을 할 때도 있었다. 위험한 일이다. 소위 영화제목처럼 "지상에서 영원으로(From Here To Eternity) 한방에 갈 수 있다. 특히 여기 차도가 왕복 1차선이기 때문에 졸음 운전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나도 몇 번 졸면서 운전을 했지만 이렇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을 보면 상당히 운이 좋았다고 해야할까? 그러나 아직 호주에서 15일동안 더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운이 계속 좋을지는 어떨련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배를 타고 남섬으로 건너와서 다닌 길들을 한번 돌아보니 거의 국립공원만 찾아 다닌 것 같다. 촉박한 일정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돌아 보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기만 하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장면을 떠 올려보면 이런거다.
- 말보로 해협의 청정한 바다 경치에 푹 빠지고
- ABEL TASMAN 국립공원을 차로 한번 돌아보고
- PAPAROA 국립공원의 흐린 하늘 아래의 호젓한 해안선을 따라 내려와 회색빛 바다를 마음껏 들이키다가
- 험한 ARTHUR 고갯길을 그 옛날 개척자처럼 넘고 넘어
- 마운트 쿡 국립공원의 웅장한 산 앞에 멈추어 서서
- 정상까지는 못가보고 산 기슭 언저리에서 짧은 트레킹만 즐기다가
- MILFORD ROAD를 따라 올라가서 FIORDLAND 국립공원을 거쳐 마침내 마지막 여정인 밀포드해협에 도착했다.
- 비를 맞으며 MILFORD SOUND를 크루즈배로 한번 돌아보고 부리나케 밤새워 차를 몰아 CHRISTCHURCH 로 돌아갔다.
우리들의 남섬에서의 얼치기 둘러보기는 이렇게 끝났다. (뉴질랜드편 끝)-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