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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Feb 22. 2017

지노 배낭여행기 - 호주편 39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Wyrrabalong 국립공원에 처음으로 헛발질을


New Castle 가는 루트 지도

로컬 해안도로를 타고 New Castle로 향하는 길을 아래 지도가 보여준다. 색연필로 동그라미 친 곳이 국립공원으로 그 타이틀에 현혹(?)되어 길에서 빠져 나갔다. 공원이름이 Wyrrabalong 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에게 이곳은 훌륭한 교훈을 주었다. 호주도 뉴질랜드 국립공원과 마찬가지로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다. 반대로 미국은 공짜로 들어가는 국립공원은 없다. 그래서 미국에서 멋있는 자연경치를 보려면 무조건 국립공원으로 가면 된다.


국립공원 이정표

공원입구에 세워져 있는 Info 이정표보니 2.3Km짜리 Redgum Trail이 있어 그 길로 올라 갔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트레일을 지나가면 바닷가로 나가는 길이 있지 않을까하고 열심히 걸어갔다. Red Gum Trail로 들어가는 입구의 길은 트레일이 바닷가 가까운 곳에 있어서 그런지 온통 모래바닥이다. 카매라만 매고 걸어도 발이 푹푹 빠지는게 보통길보다 걷는데 두 배나 힘들다. 여기가 왜 국립공원인지 점점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나무들은 사진처럼 전부 한꺼풀씩 벗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옷들을 훌러당 벗어제낀 나체와 다름이 없다. 가도 가도 저런 벌거벗은 나무들만 서 있고 해변가로 나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나체 나무만 보고 계속 나아갈 수는 없었다. 푹푹 빠지는 트레일에 보이는 것이라곤 붉은 나체 나무밖에 없었다. 이럴 때는 내 경험으로 볼 때 일찍 접는 것이 상책이었다. 처음으로 호주 국립공원에서 물먹고 철수하였다. 내려와서 트레일 이정표를 다시 보니 Red Gum Trail은 바닷가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길이었다. 일찍감치 잘 접었다고 생각했다.  


공원내 Trail Info


Red Gum Trail 이정표


Red Gum Trail로 들어가는 입구


나무 껍질이 벗겨져 속살이 훤히 보이는 나체목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영화 포스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 영화 제목이다. 1996년 작품으로 무료한 일상생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로 영화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은 작품인데도 국내에서는 히트하지 못하고 해외 영화제에서 작은 상을 받은 작품이다. 돼지를 우리 차로, 우물대신 모래사장으로 대체시키면 답이 나오는 장면이다. 렌트카는 앞으로나 뒤태를 봐도 사륜구동차로 보이는데 그리고 차 렌트할 때 4X4 달라고 해서 그런줄 알았는데 여기와서야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앞 왼쪽 바퀴가 모래에 빠져 앞으로도 뒤로도 꼼짝을 안한다.



모래에 빠진 돼지


차가 빠진 곳을 보여주는 지도로 Evance Head라는 곳이다

지도를 보니 모래사장에 빠진 곳이 New Castle을 훨씬 지나 다음 목적지인 Gold Coast보다 훨씬 아래인 Evance Head에서 였다. 아침 일찍 해변가로 산책나가는 사람외에는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도움을 청할 곳도 없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마침 아침 산책나왔다가 들어가는 호주 백인 아주머니가 이런 사정을 알아 채리고 집에 가서 남편을 보내주겠다고 한다. 호주 시골 마을에도 사마리안 여인이 있다. 곧 뚱뚱한 아저씨가 폼나는 4 X 4 트럭을 몰고 나와서 굵은 밧줄을 묶어 금방 빼내 주었다. 돼지가 우물에 빠졌다가 다시 살아 우물밖으로 나왔다. 차를 파킹장에 놔두고 걸어서 해변가로 갔다.



Evance Head의 이른 아침 해변 풍경 1

EVANS HEAD 해변의 아침 전경이다. 아침해는 벌써 떠 올라 구름 속에 숨었지만 누런 햇살은 바다 위를 따뜻하게 색칠한다. 아무도 찾지않은 긴 백사장에는 조용한 파도만 무심하게 밀려 왔다가 사라진다. 돼지가 우물에 빠져도 이만한 경치로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런 해변을 보기위해 밤늦게까지 차를 몰아 북쪽으로 올라 온 것이 아닌가. 일찍 아침을 열고 찾아온 바다 갈매기말고는 아무도 없다.



Evance Head의 이른 아침 해변 풍경 2


Evance Head의 이른 아침 해변 풍경 3


이쁜 바다 갈매기

Evance Head를 뒤로하고 계속 로칼길로 올라 가면  Ballina 마을을 만나는데 역시 해변을 끼고 있는데 아래쪽으로는 Angel Beach, 위쪽으로는 Sharpes Beach가 있다.




   Ballina의 아름다운 해변들


Ballina 마을의 아래 위 해변약도

Angel Beach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나무 사이로 걸어 놓은 해먹이다. 햇볕에 노출되면 곧 바로 더위를 느낄만한 날씨이기에 나무그늘에 걸어놓은 해먹에 달려가 들어 눕고 싶었다. 재미있는 책을 읽다가 잠이 오면 그대로 잠이 들고 잠이 깨면 시원한 바닷바람이 더위를 확 씻어주는 지상 최대의 안식처가 바로 이 나무 밑 해먹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호젓한 Angel Beach


앤젤비치에 있는 나무 그늘 아래의 해먹

위쪽에 위치한 Sharpes Beach의 해변도  Angel Beach처럼 조용하고 호젓하다. 관광지는 아니지만 어느 관광지에 견주어보아도 뒤떨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비치가 있다.



꼬마애들이 놀고 있는 Sharpe Beach


아름다운 백사장이 길게 펼처져 있다

행글라이더가 바로 머리 위로 날고 있어 고개를 들어 보니까 강사와 연습생이 같이 타고 있다. 여기는 Ballina가 아니고 그 위쪽인 Lennox Head라는 곳인데 높은 언덕이 있어 행글라이드를 띄우기에 좋은 지형이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이 있어 올라가면 Pat Morton 전망대가 나온다. 올라 가보니 넓게 펼쳐진 비치가 시원하게 눈 아래에 전개된다. 활처럼 길쭉한 모래사장이 길쭉하게 마을따라 내려가고 전망대 아래쪽에는 백사장대신 거무틱틱한 자갈로 뒤덮여 있다. 같은 전망대에서 이번에는 Wide angle로 잡아 보았다. 오른편 아래로 보이는 비치까지는 꽤 높이가 있는 곳이다. 전망대에서 내려 오면서 보니까 행글라이드 AD(광고) 차량이 보인다. 초보자라도 아래 사진처럼 선생하고 같이 탈 수 있다고 적혀있다. 돈 내면 새처럼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다는 광고에는 구미가 당기는데 Old Dog은 New Trick을 배우기 어렵다는 서양격언을 따라야 할 것 같다. 그저 전망대 정상에서 시원한 해변 경치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길을 다시 재촉하였다.


머리 위로 비행하는 행글라이더


Lennox Headland에 있는 Pat Morton 전망대로 올라 가는 길


Pat Morton 전망대에서  본 Lennox Head Beach


Wide angle왜 잡아본 Lennox Head Beach.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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