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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Sep 03. 2017

지노 배낭여행기 - 남태평양편 17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1)

2017년 6월1일 (목) 쾌청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1)


원래는 누메아 인포센터에서 추천한대로 리뿌(Lifou)섬으로 가려고 했으나 뱅기표를 사려 공항에 갔더니 이번 주말까지 표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에 여기 뉴칼레도니아에 무슨 연휴가 끼여 있어 주말까지 Lifou행 표는 매진되어서 그렇다고 하였다. 그래서 대안으로 피지에서 올 때 뱅기 안에서 만난 젊은이들이 입을 모아 이구동성으로 외친 우베아(Ouvea)로 가기로 하였다.



우베아는 본섬의 오른편에 있는 로얄티제도중 맨 위쪽에 자리하고 있다


길쭉한 우베아 지도. 길은 남북으로 외길

로얄티섬 중에서   쪽에 있는 섬이다. 크지는 않지만 남북으로 일자로 길게 뻗은 25km 백사장을 자랑한다. 섬의 남북 길이가 30km이고 폭은 넓은 곳은 5km, 좁은 곳은 겨우 40m 불과하다. 도로는 남북으로 일자로 나있고 하나 뿐이다. 누메아에서 275 km , 옆의  리푸에서 

88 km 떨어져 있다.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은 어디?


영화 포스트 <天国に一番近い島>.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

한국인에게는 <꽃보다 남자> 드라마에 소개되어 뉴칼레도니아가 알려졌고, 일본인에게는 여류작가 모리무라 가쓰라(森村桂:1940-2004)가 1965년 발표한 연애소설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 <天国に一番近い島> 과 그 후 1984년 영화로 발표된 후 일본인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신혼여행지 1위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 소설 표제가 바로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으로 뉴칼레도니아, 일데빵과 우베아섬이 영화에 등장한다. 인터넷 찾아보면 누구는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이 뉴칼레도니아 본섬이라 하고, 누구는 일데뺭이라 하고 혹자는 우베아섬이라고 하는데 소설의 내용으로 보아서는 우베아섬을 말하는 것 같다.



소설속의 한 구절을 인용해 보면


<작은 돛단배를 타고 바다를 향해 계속해서 노를 저어 나가면 지구의 끝에 다다르기 전 새하얀 산호섬이 하나 나온단다. 그곳은 바로 신이 살고 있는 천국에 제일 가까운 섬이지. 지구 어딘가에서 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신께서는 일단 그 섬에 내려온 후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한단다.>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 우베아섬의 해변으로 저 멀리 보이는                    해안선의 끝이 섬의 최남단 지점이다.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여주인공 카츠라기마리(桂木万里)는 급사한 부친의 장례를 치루고 생전에 아버지가 늘 이야기했던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으로 가보고 싶었다. 마리는 겨울 방학(대학생인듯)을 이용하여 혼자 뉴칼레도니아로 날아간다. 수도 누메아에서 자전거를 빌려 시내를 혼자 돌아 다니다가 일본계 3세 청년인 타로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타로의 도움으로 우베아섬으로 건너간 마리는 우베아섬의 길고 아름다운 백사장, 코발트색의 바다, 섬 주민들의 순진무구한 인간성등에 반하게 되어 부친이 들려 준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을 찾아 보려고 노력한다. 우베아섬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생기지만 타로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극복하고, 둘은 서서히 끌리게 되고....그런 타로의 도움으로 마리는 부친이 늘상 들려주던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은 바로 우베아(Ouvea)섬임을 확신하고, 타로는 마리와 함께 했던 시간 덕분에 마침내 그동안 본인이 깨닭지 못한 일본인의 정체성을 되찾게 된다.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 우베아섬 해변

작가 모리무라 가쓰라(森村桂:1940-2004)의 이력을 읽어보니 부친도 소설작가였고 모친은 가수였다. 모리무라가 19세때 소설속의 이야기처럼 부친이 급사하여 대학교를 매우 어렵고 힘들게 마쳤다고 한다. 부친의 나이를 추정해보니 1910년생 정도로 태평양전쟁에 참전한 경력이 있는 듯하다. 부친이 태평양전쟁에 참전하여 남태평양 어느 섬에서 지내면서 알게된 뉴칼레도니아와 그 부근 섬에 대한 이야기를 모리무라에게 들려준 듯하다.

부친 사망연도가 1959년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던 작가가 회사를 그만두고 뉴칼레도니아를 다녀와서 집필하여 1965년에 발표한 소설이 바로 <天国に一番近い島>로 약 200만부가 팔려 돈방석에 앉은 모양이다. 그리고 1984년에는 영화로 히트하여 많은 일본인의 마음속에 뉴칼레도니아의 아름다운 경치를 각인시켜 주었다. 영화 촬영도 실제로 뉴칼레도니아의 누메아, 일데뺑과 우베아섬에서 찍었다고 한다.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 우베아섬 해변

그 후 모리무라는 일본 혼슈 중부에 위치한 온천 휴양지로 유명한 나가노현(長野県)의 가루이자와(軽井沢)에 <아리스의 언덕>이란 찻집을 열고 동화작가로 활동하다 2004년에 몰하였다.





   하늘길로 날아 우베아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우베아행 뱅기


하늘에서 내려다 본 누메아 모젤항

국내공항이 시내 가까이 있어 뱅기가 이륙하자마자 아름다운 모젤항이 눈아래 펼쳐졌다. 어제 아침에 일데뺑으로 출발한 여객선 터미널도 오른편으로 보인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누메아는 수도답게 해안에 위치하여 굴곡진 해안선에 산과 바다가 잘 어울리는 도시였다.


뉴칼레도니아 본섬의 동부 해안


산과 산이 겹겹이 연이어 있다.

아침 일찍 공항으로 택시타고 갔다. 뱅기가 7시10분 출발인데 1시간전까지 공항으로 오라고 해서 아침도 거르고 서둘렀다. 간편하게 카메라 2대만 들고 나갔다. 국내선이 들락거리는 마젠타(Magenta) 공항은 누메아 시내에서 별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뱅기는 승객을 2/3정도 채우고 하늘로 올랐다. 누메아에서 우베아까지는 35분 정도 걸렸다. 늘 하던대로 항공사진을 열심히 찍어댔다. 내가 계속 샤터를 눌러대자 내 뒤에 앉은 현지인 젊은이도 손전화기를 꺼내 나처럼 항공 사진을 찍기 시작하였다.



뱅기에서 내려다 본 무인도

동부해안을 훨씬 벗어나자 조그마한 섬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은 무인도 같았다. 섬의 동쪽은 파도선이 하얗게 형성되어 있는데 반해 반대쪽은 남색 물빛으로 물들어 있어 아름다운 해안을 이루고 있었다.




구름사이로 빗줄기같이 흘러 내린 빛내림이 바다 위로 쏟아진다


우베아섬의 남부 Mouli 지역

뱅기에서 위 사진을 찍었을 때는 어디인지 몰랐는데 차를 타고 둘러 보았더니 우베아섬의 남부지역으로 특이하게 생긴 지형으로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우베아섬에서 가장 멋진 해변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Mouli District 이라고 한다.



공항 근처의 해안선

공항에 내려서 나와보니 어제 아침에 배를 타고 내린 선착장 Kuto의 풍경과 별 차이가 없었다. 공항이니 좀 빤뜻한 건물이나 부대시설이 있을 줄 기대했는데 아무 것도 없었다. 하다못해 공항내에 음료수나 커피라도 파는 매점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공중 화장실만 덜렁 있다. 공항이 아니고 그냥 소형 뱅기가 착륙하는 비행장 수준이었다. 내가 찾고 있었던 것은 당근 렌탈카나 버스였는데 공공 운송 수단은 전혀 없고 렌탈카는 사전 예약이 있어야 한다. 다른 공항같으면 택시들이 즐비하여 치열한 호객행위를 할텐데 여긴 택시라곤 찾아 볼 수도 없다. 오늘까지 이틀 연속하여 경험해보니 일데빵이나 우베아같은 부속섬의 관광은 호텔을 예약하거나 가이드를 예약해야 공항이나 선박 선착장에서 pickup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온몸으로 체험하는 귀중한 여행 정보였다. 어제처럼 좀 큰 마을로 나가면 택시라도 이용할 수 있겠거니하고 태평한 마음으로 비행장을 빠져나와 마을로 나가는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이제 겨우 아침 8시경으로 해는 이미 떠올라 따끈하게 내리 쬘 요량으로 공기를 서서히 달구기 시작하였다. 시원한 야자수 그늘을 따라 공항에서 마을로 나가는 도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히치하이킹으로 산뜻하게 하루를 시작


Hulup 비행장 부근의 지도

우베아섬은 길쭉하게 남북으로 뻗어 있는데 겨우 35km길이다. 지역은 크게 북부 Saint-Joseph지역, 비행장(공항이 아니고) 있는 중부 Fayaoue(빠야웨이)지역, 그리고 남부 Mouli지역으로 구분되어 있어  족장이 각각 통치하고 있다고 한다.


첫번째 히치하이킹 - 작은 픽업 트럭

조금 걷다가 꾀가 생겨 어제 아침 일데뺑에서 했던 것처럼 가까운 마을로 가는 차를 얻어 타고 가는 것이 편할 것 같아 히치하이킹을 시도하였다.(다리가 아픈게 아니고 오늘 밖에 없는 너무 소중한 금싸래기 시간을 버리는 것같아) 작고 낡아 빠진 픽업트럭을 세웠다. 본섬에 나들이 갔다 온 손자를 마중나온 할아버지가 운전을 하고 있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되게 보이는 청년은 뱅기안에서 내 뒤에 앉아 나를 따라 셀폰으로 항공사진을 시도하였던 바로 그 젊은이였다. 또다시 영어와 불어가 물과 기름처럼 서로 겉돌았다. 그래도,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농아처럼 수화로 하면 의사소통이 된다.


2010년에 터어키로 배낭여행가서 열시간 정도 버스를 탄 적이 있었는데 옆자리 현지인과 열시간 동안 소위 말하는 소통(communication)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영어를 전혀 모르고 나는 현지어를 몰라도 그게 가능할 수 있었다. 갖고 다니던 메모수첩을 꺼네 원시인들이 알타미라 동굴 벽에 남겼던 그런 유치한 그림을 그려 가면서, 서로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나이는 나랑 갑장(동갑)이라 더욱 더 친밀감을 느꼈는데 나이는 내가 운전면허증 꺼내 보이니 지는 주민등록증 보여주니 생년을 확인해 보니 같은 해였다. 직업이 무엇인지는 돈을 그리고 빵과 고기를 그려 먹고사는 것을 표현해 보이면 알아듣고, 애가 몇인지는 여자애 남자애 모습을 수첩에 그려 보여주니 여자애를 짚고 손가락 셋을 펴보였다. 딸딸딸이 아빠였다. 이렇게 하면 궁금해서 물어 보고 싶은 질문은 다 할 수 있고 대답도 전혀 막힘없이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장황하게 소통의 방식에 대해서 떠벌리는 이유는 혹 브런치 독자중에 가고는 싶은데 영어가 안되서 배낭여행을 못간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공부해도 잘 되지않는 영어학원은 당장 때려 치우고 차라리 미술학원에 가서 스케치나 조금 배워서 페이지가 뚜꺼운 작은 메모수첩이나 두서너권 챙겨 들고 배낭여행을 떠나면 된다. 농담처럼 들리지 모르나 결코 우스개소리가 아니다. 나의 배낭여행에서 체험으로 얻은 산지식이다.



이정표. 도로가 하나 밖에 없어 선택은 남 아니면 북이다

나는 남쪽으로 가든 북쪽으로 가든 아무런 상관이 없는 여행객이었기에 할아버지가 가는데 까지 가기로 하고 픽업트럭 짐칸에 올라 탔다. 걷는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편하고 빠르게 좌우의 풍경이 흘러 갔다. 야자수가 즐비하게 늘어선 도로가에 전봇대만 일렬로 서 있고, 짙은 녹색의 열대 수림이 우거져 있었다. 허연 머리에 굴레수염을 기른 현지인 영감님이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트럭 짐칸에 앉아 있는 나랑 눈이 마주치자 아는 체를 하였다. 차가 달리면서 일어나는 아침 바람이 얼굴에 닿아 파도처럼 깨어지는 공기의 향기가 상쾌하였다.



차위에서 찍어 초점이 흔들렸지만 짐칸에 앉아서 가는 그때 나의 마음은 얼마나 평온하고 즐거웠는지 초점흐린 사진을보면서...


현지인 주거지

트럭은 공항을 빠져 나와 T자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북쪽으로 향하였다. 나에게 아무 상관없었다. 어느 쪽으로 가든지 간에 바닷가로 가고 싶었다. 한참을 북쪽으로 달리던 차는 속도를 줄이고 도로를 벗어나 샛길로 들어섰다. 할아버지가 사시는 마을에 도착한 모양이다. 이 상황이 세계 테마기행같아서면 촌장을 만나 인사하고 현지인 집으로 초대받아 그들의 고유한 생활방식을 보고 찍고해서 방송으로 내 보내겠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다. 벙어리 삼룡이같은 배낭 여행객 한 명이 히치하이킹으로 성스러운 그들의 마을 입구에 도착했을 뿐이다. 정확한 위치는 어디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북쪽 도로 어디쯤 일거다.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샛길을 걸어 나와 도로로 올라섰다.



처음으로 만난 우베아섬 해변

샛길을 빠져나와 북쪽으로 향하는 도로를 조금 걸어 올라가다 보니 왼편으로 드문 드문 서있는 나무사이로 코발트색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도로를 벗어나 약간 경사진 언덕을 걸어 내려갔다.



위 사진과 같은 것인데 바다를 크게 넣어 다시 잡아 보았다


남으로 이어진 해변

모래사장으로 올라 서서 삼방(사방이 아니고 남북과 바다쪽으로)을 바라보니 가슴이 뻥 뚤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모래사장의 폭은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아래 위로 뻗어 있는 해변은 여행 안내서에 나와 있는대로 25 km나 연이어 뻗어있고 그 해변을 적시는 바닷물의 청정함과 눈을 사로잡는 바닷물색에 흠뻑 빠져 버렸다.


북으로 이어진 해변

고개를 돌려 북쪽으로 바라보니 모래사장이 올라가다 중간에 튀어 나온 야자수숲으로 끊어졌다. 모래사장의 폭이 조금 좁아 보이고 모래사장에 말라 비틀어진 쓰레기가 눈에 거슬렸지만 자세히 보니 떠밀려온 해초류가 말라 비틀어진 것이지 산업 쓰레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여기가 관광객을 위한 비치감은 아니었다.




채도가 단계적으로 구분되는 바다물색



남으로 향한 해안선

모래사장을 따라 남으로 걸어 내려 갔다. 해변가에 조그마한 조개 껍질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멀리 보면 기다란 해안선이 옆으로 연이어 이어지고 있었고, 하늘에는 무심한듯 흰구름만 풍선처럼 떠 있었다.



한참을 걸어 내려 와서 다시 잡은 남쪽 해안선

해변을 걸어서 한참을 내려 왔다. 불현듯 남쪽으로 이어진 해안선의 끝으로 가 보고 싶었다. 최남단(Southernmost)으로 가려고 마음을 먹고 다시 차를 얻어 타려고 도로가로 올라 섰다. 길이 일자로 뻗어 있어 차편을 얻어 타기도 수월한 것 같았다. 그러나, 히치하이킹이 그리 쉬운 것도 아니다. 지나가는 차를 세워 보려고 손을 들어도 차를 잘 세워 주지 않았다. 특히, 큰 차, 좋은 차, 백인이 운전하는 차, 호텔이나 관광안내 차량등은 모두들 내 속마음(돈도 있으면서 택시나 가이드 안부르고 구두쇠처럼 혼자 돌아 다니는)을 환히 들여다 보고 간파하고 있는 것처럼 들어 올린 팔만 무안스럽게 굉음만 남기고 쏜살같이 지나가 버렸다.



우베아에 유일한 도로로 남북으로 달린다

지금이 비수기라서 그럴까? 지나가는 차도 드문 드문 있고 근처에 인가라곤 없었다. 손을 들어 차가 서지 않으면 다시 남쪽으로 걸어 가면 된다. 해변을 오른편에 두고 길은 남으로 뻗어 있다. 지나가는 차마다 매번 손을 들어 올린건 아니다. 오는 차를 가까이 보고 별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그냥 내가 먼저 눈을 돌리고 계속 걸어 가버렸다.


현지인의 전통 가옥인 까즈(Case)

일데뺑에서는 보기 드문 현지인의 거주 가옥 형태다. 까즈(Case)라고 하는 그들만의 전통 가옥이다. 코코넛 나무로만드는데 크기에 따라 1주일에서 3달정도 걸리고 집 수명은 5-8년 간다고 한다.


해변이나 바다 경치를 찍을 때는 별다른 생각 없었는데 이런 원주민 관련한 소재를 촬영할 때는 조심스러워 했다. 세계 테마 여행기를 보면 이런데 와서는 그 지역을 관장하는 추장이나 족장을 방문해서 허락을 받는 의식이 있다고 해서 혹 원주민 누군가가 이런 나를 보고 자기들 영역을 침범했다고 칼이나 창을 들고 숲 속에서 튀어 나오면 어떻하나 그런 걱정이 때때로 들었다.





   2번째 히치하이킹으로 물리(Mouli)로


두번째 히치하이킹 - 작고 낡은 토요타 승용차

미국에서는 폐차장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작고 낡아 빠진 토요타 승용차 한 대가  멈춰 섰다. 다른 말은 전혀 필요없고 내가 가고자 하는 행선지만 말하면 된다. 중간쯤 있는 마을인 빠야웨이(Payaoue)를 외쳤다. 현지인 운전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으로 뒷좌석에 타라고 했다.


타고보니 앞 좌석에는 그의 반쪽인 듯한 여자분이 앉아 있었다. 영어가 통하는 경우라면, 매우 의례적인 인사말 -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우베아섬에서 태어 났는지, 어디서 살고 있는지, 살기는 편한지 등등 - 을 나눌 수 있었겠지만 우리는 꿀먹은 벙어리마냥 조용한 침묵 속에 남으로 달렸다. 조금 달리다가 길 가에 있는 주유소로 들어가서 기름을 주유하러 차를 세웠다. 나가는 운전자에게 2000프랑 지폐(미화 20불)를 건넸더니 첨에는 손사래치며 받지 않으려고 하길래 억지로 손에 쥐어 주었다. 택시타는 그런 수준으로 보상을 해 준 셈이다. 나를 태어준 그 부부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였다.



달리는 차안에서 잡은 해안 절벽 풍경

원래 인간이란 동물이 매우 곤경한 처지를 벗어 나게되면 곧 이전의 처지를 잊어 버리고 본분을 벗어난 망상을 하게 되는 모양이었다. 남으로 내려오면서 어느 지점을 지나는데 왼편 해변에 멋있는 해안 풍경이 눈을 사로 잡았다. 택시나 관광 가이드의 차를 타고 있었으면 차를 세워 달라고 부탁을 할 수 있었겠지만 히치하이킹으로 어렵게 차를 얻어탄 주제에 차마 세워 달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뻔뻔스럽게 차를 세워 달라고 해서 잠시 사진을 찍고 쉬고 가자고 말하고 싶은 욕심이 순간적으로 생겼다.


빠야웨이(Fayaoue)에 거의 다온 모양인지 운전자가 손으로 저만치 앞을 가르키며 빠야웨이라고 하였다. 지도를 꺼내 보았더니 빠야웨이에서 섬 최남단인 Mouli(물리)까지는 꽤 멀어 보여서, 지도를 보여주며 물리(Mouli)라고 말하였더니 웃으면서 손으로 자기 가슴을 가르키며 물리 물리라고 말하는 폼이 자기도 물리에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남과 북으로 갈라지는 이정표

공항에서 나와 만나는 T자 지점에 있는 이정표로 빠야웨이는 남으로 가는 길이고 내가 가고자 하는 물리(Mouli)는 빠야웨이에서 약 10km를 더 남으로 내려 가야 한다. 이왕 얻어 탄 차를 타고 최남단 물리(Mouli)까지 내려 가는게 좋을 듯해서 행선지를 빠야웨이에서 물리로 변경하였다. 빠야웨이로 가려고 한 이유는 빠야웨이가 우베아섬에서 제일 큰 마을로 그곳에서 택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는데 이제 물리(Mouli)로 직행할 수 있어서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Moague 호텔에서 아침을


섬 남부지역 물리(Mouli) 지도

그 부부의 집이 위 지도에서 L 근방에 있었다. 최남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운좋게도 근처에 내려 주었다. 완벽한 2차 히치하이킹이었다. 1, 2차 하치하이킹을 만족하게 끝내고 나니 오늘은 택시 대절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하고 잠깐 의기양양하게 자만하기도 하였다.


Moague 호텔 건판

도로를 따라 조금 걸어서 내려오니 호텔(위 지도의 L) 입간판이 보였다. 우베아섬에 총 8개 호텔이 있는데 2개는 현대식 호텔이고 6개는 Tribal Lodging라고 표시되어 있다. Moague 호텔은 그 6개중의 한 호텔이다.



호텔 입구

호텔 입구에 들어 서니까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낙타도 없이 사막을 걸어서 헤매다가 조그마한 옹달샘이 있는 오아시스를 마침내 찾았다고나 할까. 옹달샘보다 아침을 걸러 배가 무지하게 고팠다.



식당 벽에 장식된 각종 조개와 고동 껍데기


남태평양 섬나라들의 관행으로 예약된 관광가이드나 호텔에서 마중나온 사람들이 공항에서 손님을 픽압할 때 또는 공항에서 환송할 때 목에 위 사진과 같은 조개목걸이를 걸어 준다. 어떤 관광객은 저런 조개 목걸이를 서너개 목에 걸고 뱅기 트랩에 오르는 것을 본 적도 있었다.



소라고동 껍질



소박한 아침, 그러나 꿀맛이었다

보다시피 진수성찬은 아니다. 빵과 쥬스 한 잔과 티가 전부다. 관광 가이드를 찾아보니 우베아섬에서 음식을 파는 식당이 총 9군데 있다고 되어있다. 식당말고 음료수와 간단한 빵이나 샌드위치를 파는 곳이 4군데로 나와 있다.  시장이 반찬으로 꿀맛일 수 밖에 없었다.



호텔 야외 식탁

늦은 아침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차 트렁크에 여행가방을 싣고 있는 인도계 프랑스 여인을 만났다. 물어보니 프랑스 파리에서 휴가와서 3일 쉬다가 오늘 우베아섬을 떠난다고 하였다. 여기가 어땠냐고 물어보니 입에 침이 마르게 좋았다고 수다를 떨었다. 내가 그냥 보아도 그런 찬사를 구태여 듣지 않아도 엄청 좋을 것 같았다.



호텔 뒤뜰에서 바로 해변으로 나갈 수 있다


호텔 뒤뜰에서 바라본 바다



무성한 야자수 속에 파묻힌 호텔



천국에 가장 가까운 우베아 해변

물가에 나가 남쪽 해안선을 바라 보았다. 해안선은 오른쪽으로 둥글게 돌아나가 앉아 있었다. 맑은 하늘에서 내리 퍼붓는 적도의 태양이 해변의 물 속을 관통하고 있었다. 이렇게 긴 해변에 혼자 서 있다고 생각하니 당연히 밀려 들어와야 할 외로움보다도 열락이 솟아 났다. 1960년대 초 어느 날인가 모리무라(森村) 처자도 이 곳을 찾아 와서 나처럼 저 해안선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그녀는 무얼 생각하고 있었을까? 여기가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이라고 생각했을까? 한참동안 남쪽 해안선을 바라 보았다.




남쪽으로 한참을 걸어 내려와서 다시 잡아 보았다. 끝까지 걸어서 내려가 보기에는 짧은 거리가 아니었다.



맨발의 청춘이 되어 보다


북쪽 우베아 해안선

해변을 충분히 집어 넣어 북쪽 해변을 잡아 보았다. 까마득하게 끝이 보이지 않았다. 조업을 하는 배들이 물위로 떠 다녔다. 조용하게 파도만 밀려 왔다 돌아 가곤 하였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해변에서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고요한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을 잊고 한참을 서 있었다.



북쪽 해변을 따라 올라 가다 잡은 해안선


남쪽 해안선에서 떨어져 나가 앉은 무인도


한참을 해변을 따라 걸어서 내려 왔다


북쪽으로 바라 본 해안선

마음같아서는 아래 위 해변을 몽땅 걷고 싶었는데 제한된 시간때문에 그럴 수는 없었다. 만약, 만약에 말이야, 내가 다음 번에 우베아로 오게 된다면 Moague 호텔에 숙박하면서 저 해변을 밑에서 위에 까지 몽땅 걸어 볼테야하고 나 자신에게 새끼 손가락을 걸었다.





   세번째 히치하이킹으로 섬 최남단으로


섬 남단 Mouli 지도

Moague 호텔근처 백사장에서 그렇게 해변을 아래 위로 어쩡쩡 걸어 다니다가 해변에서 바라 보이는 섬 최남단으로 가려고 도로쪽으로 걸어 나왔다. 이제 3번째 히치하이킹을 할 참이었다. 여기가 섬의 거의 남쪽으로 치우쳐서 그런지 왕래하는 차들이 보이지 않았다. 차가 보이지 않으면 걷고 또 부지런히 걸었다. 한참을 걸어 가다 뒤를 돌아보니 튼튼한 중형 트럭이 한 대 내려 오고 있었다. 운전자가 현지인임을 확인하고 손을 들었다. -JH-



우베아섬 최남단의 해변 경치


섬 최남단의 바위섬


맑고 푸른 바닷물


섬 남단의 악어바위


섬 남단의 해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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