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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Sep 07. 2017

지노 배낭여행기 - 남태평양편 18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2)

2017년 6월1일 (목) 쾌청


   섬 최남단(Southernmost) Point로


섬 남단 Mouli 지도

중형 트럭이 내려 오길래 손을 들어 올리자 차가 갓길로 정차하였다. 어차피 통하지 않는 말보다 위 지도를 들여댔다. Mouli 끝까지 가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지도에 표시된 최남단 point를 짚어 주었다. 불어로 나에게 뭐라고 물어 보는데 잘 모르겠지만 통밥을 짚어 보니 혼자 왔냐고 묻는 것 같아 위(Oui)라고 대답해 주었다. 불어 Oui가 영어로 Yes이고 Non은 No에 해당한다.


Mouli 끝으로 이어지는 도로

남쪽 끝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내려 갈수록 더 좁아졌다. 키 큰 야자수가 키다리 아저씨처럼 삐쭉하게 튀어 나왔고, 녹색의 열대 우림의 수풀이 도로 좌우로 가득하였다. 한참을 내려 갔다. 아무도 오지도 않을 것 같은 그런 오지같기도 하였다. 그래도 내심으로 Southernmost Point인데 하면서 무엇인가 굉장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기대하면서 마지막 도로 끝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걸어 갔다.


섬 최남단으로 내려 가는 길


울창한 숲속으로 뚤린 도로


우베아섬 최남단 해안 풍경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은 돌맹이 투성이의 너덜길이었고, 작은 배를 띄울 수 있도록 트럭이 견인할 수 있는 차길도 나 있었다. 최남단 그곳에는 모래사장은 없었고 해안의 바위들이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여러 모양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그래도 청정한 바다는 여전했다.



악어바위

흡사 두 마리 악어가 앞을 응시하며 엎드려 있는 형상이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악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어떤 동물이 엎드려 있는 모양만은 분명하다.



물속에서 여물먹는 물소

또 다른 형상의 바위는 물 속에서 여물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동물(나는 물소라고)이 있었다. 이런 것들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일 수도 있으니 물소라고 별로 우길 마음도 없다. 그냥 보는 이가 좋을대로 상상하면 된다.



바위섬에도 꽃은 피나

옆으로 비켜 앉아 있는 바위에 이끼가 덮여 있어 그 위로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언젠가는 바람에 날려 온 홀씨가 바위 위에 사뿐이 내려 앉아 꽃을 피울 날이 있으리라.



청정수 바닷물

어찌 저렇게 투명한 바닷물이 연한 남색으로 눈길을 끄는지 목이 마를 때는 그냥 한바가지 퍼서 벌컥 벌컥 마시고 싶었다. 해양 생태계(marine eco-system) 보존 유지가 뉴칼레도니아 국가 과제로 책정되어 엄격하게 관리 통제된 결과이기도 하다.



물이 빠진 해변에서




3번째 히치하이킹 제공자 - 직업은 어부인 Eudoxi로 54세 현지인이다


우베아섬 현지 주민

마침 이웃 주민이 낚시하러 해안에 나와 있었다. 낚시 방법도 낚시대가 아니라 물밖에서 던지는 작살이었다. 고기 개체가 얼마나 풍부하면 작살로 고기를 잡을 수 있을까? 두 현지 주민을 모델로 하여 인증샷으로 남겼다.



섬남단의 아름다운 해안선

우베아섬 최남단에 서서 내가 내려온 북쪽 해안선을 돌아 보았다. 최남단 그곳에는 백사장은 아니고 화산지대에서 볼 수 있는 구멍이 뻥뻥 뚤린 현무암으로 온통 뒤덮였다. 그래도 바닷물만은 청정수를 뽐내고 남색의 물색으로 어디서나 찰랑거리고 있었다. 최남단 point로 운좋게 내려와서 - 그것도 히치하이킹으로 -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는 행운이 있는 걸로 보아 오늘도 퍽 괜찮은 하루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섬 최남단에서 바라본 해안선으로 북쪽으로 25km 이어져 있다





    점심은 생선구이로


Didewa Mafatou 음식점

우베아섬 최남쪽에 있는 간이 음식점이다. 관광지도에는 식당이 아니고 스낵바로 표시되어 있다. 조금 전에 차를 태워준 현지인 유독씨(Eudoxi)의 딸이 운영하는 곳으로 점심을 먹을 수 있다기에 따라 왔다.


우베아 남단 물리지역의 약도

L이 아침을 먹은 Moague 호텔이고 M이 Eudoxi 딸이 운영하는 Didewa Mafatou라고 하는 간이 음식점이다. 이런 간이 음식점이 섬에 총 4군데 있다고 한다. N도 간이 음식점이고 K는 Mouli 지역을 관장하는 부족장을 표시한다.



야외 식탁



식당 테이블

8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이 가로 세로로 2개 놓여있는 간이 음식점이다. 생선구이가 된다 하길래 그걸로 점심을 주문했다. 늦은 아침먹고 또 늦은 점심까지 챙겨 먹는다.



파파야 샐라드


점심 메뉴 - 생선구이

파파야샐러드에 <삑꾸>라는 생선을 구워서 감자샐러드와 밥을 내어 왔다. 이번 여행중에서 그래도 오늘이 제때에 점심을 찾아 먹는 것 같았다. 생선의 뼈는 단단하고 껍질도 엷은 가죽같았지만 속살은 고소하였다. 원래부터 내가 생선 발라먹는 기술을 터득하여 한마리 생선이 밥상에 올라오면 대강 먹는 법이 없이 철저하게 발라먹어 뼈만 그대로 밥상에 남게 된다. 오늘 점심도 예외는 아니다. 머리부터 꼬리끝까지 철저하게 공략하여 요리한 사람을 기쁘게 해주었다.



밥집 근방의 물가

점심으로 생선을 완전하게 발라먹고 나서 주변을 돌아 보았다.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어 가장자리에서 아래 물가를 내려다 보니 물이 저렇게 청정한게 바닥이 환하게 드러나 보였다.



북쪽 해변을 바라보며

이 음식점의 위치가 늦은 아침을 먹은 Moague 호텔과 섬 남단 도로끝 사이에 있기에 사진에 보이는 북쪽 해변의 중간 어디 쯤에 Moague 호텔이 있을 것이다. 아침을 Moague 호텔에서 먹었다고 했더니 그 호텔 매니저가 삼촌(Eudoxi 동생)이라고 해서 기억을 더듬어 보니 Eudoxi와 비슷한 외모인 것 같았다.



해변은 암석에서 모래사장으로 이어지고


저기 어디쯤 Moague 호텔이 있을텐데



밥집에서 바라본 떨어져 나가 앉은 섬 남단의 무인도 섬들




   전속 가족사진사가 되어


Eudoxi 가족사진

점심을 먹는 동안 전화로 남편과 남동생을 불러 냈다. 디보아는 밥집 주인으로 24세다. 애는 둘이나 4살짜리 아들은 유치원에 가고 없고 1살된 아밀리아를 아빠가 안고 있다. 그 옆에 선 젊은이가 21살의 디디에로 디보아 남동생이다. 찍어 놓고 보니 아밀리아 할매가 빠져 있어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일하러 갔다고 한다. 할매가 빠진 사진이 못내 서운했지만 가족을 모아서 사진을 찍어 보니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 같이 훈훈하였다.


정다운 부녀 사진

불어로 진우를 어떻게 스펠링하는지는 몰라도 남편이름이 진우라고 한다. 나랑 같은 진자 돌림이라 항렬이라도 맞춰보고 싶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우베아섬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더니 몇 가지 정보를 알려 주었다.


섬 전체 인구는 약 3500명 정도이고, 북부, 중부 그리고 남부로 구분된 3지역에 무려 47종류의 부족이 있다고 한다. <야이> <대파가> 라는 2개의 원주민어가 있어 지금도 원주민들은 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야이>가 어디서 본 듯하여 Iaai라고 쓰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우베아섬 관광 안내도

우베아섬 관광 안내서를 보면 Iaai라고 표기된 것이 바로 부족어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Lifou섬을 다른 말로 Drehu라고, Mare섬을 Nengone, 그리고 일데뺑을 Kunie라고 불렀다. 이런 섬의 별칭들이 그 섬의 부족이 사용하는 부족언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집의 귀염둥이 아밀리아


 

아밀리아 할배 Eudoxi

세상에는 인연이란게 있어 모든 일들이 앞뒤로 서로 물리고 얽혀 엮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사건 하나 하나가 이야기가 되고 작은 역사가 되어 마침내 나의 배낭 여행기 한 곳에 자리를 잡게 된다.


Moague 호텔에서 걸어서 내려 오다 마주친 유독씨(Eudoxi) 나를 그의 트럭에 태워 주었고, 최남단 해안가로 내려가서  곳을 돌아 보고, 점심을 먹을  있다고 해서 딸이 운영하는 음식점에 들렸고, <삑꾸>라는 생선구이로 점심을 먹고, 잠깐 전속 사진사처럼 이들의 가족 사진을 찍을  있었다.  인연은 여기까지가 아니고 다음과 같이  장면  이어진다.





    Fishing point로


Fishing point로 가는 길

가족 사진 촬영을 끝내고 쉬고 있는데 디보아가 여기 주민들만 가는 fishing point가 있는데 데려가 줄까하고 물어 본다. 나의 화두는 언제나 멋진 경치를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니까 절경이냐고 물어 보니 그렇다고 하길래 남편 진우가 모는 스쿠터 뒤에 앉아서 갔다. 아까 트럭으로 내려 갔던 그 길을 이번에는 스쿠터를 타고 조금 내려 가다가 왼편으로 꺾어 작은 길로 한참을 갔다. 길이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끊어졌다. 스쿠터를 세워 놓고 걸어서 수풀사이로 길을 찾아 걸어 들어 갔다. 수풀을 지나자 이번에는 돌멩이 투성으로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은 것이 돌길이 평평하지 않아 잘못 디디면 발이 돌멩이 사이로 빠지기 때문이다.



한 발이 묶인 어미 염소와 아기 염소


엄마옆에 붙어 있는 아기 염소

그 돌길에 염소를 놓아 기르고 있었다. 이 섬사람들이 희안한 방법으로 고안해서 방목을 하는데, 어미 염소의 한 발에 긴 끈을 묶어 말뚝에 걸어 놓았다. 풀을 뜯어 먹을 수는 있지만 멀리 달아날 수가 없고, 어미가 있으니까 새끼들도 어미 주변에서 뛰놀고 있어 멀리 달아날 걱정은 안해도 되는 것이었다.



fishing point에서

가족사진에 대한 답례인지 관광 가이드에도 나와 있지 않은 fishing point를 보여 주었다. 그 곳은 온통 바위로 되어 있어 편안하게 발을 붙이고 서 있을 데도 없었다. 해안 경치 사진을 몇 장 훔치고 돌아섰다.



밥집 아지매 디보아도 스쿠터를 타고 피싱포인트로 따라 왔다





    호텔 파라다이스로


호텔 Paradis d'Ouvea

이제 볼 일은 다 본 것 같아 떠나려고 하자 디보아가 가는 길에 엄마보러 가자고 스쿠터 뒤에 타라고 한다. 남편 진우는 딸래미 아말리아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고 했다. 사는 집은 밥집에서 위쪽으로 올라 가야 한다고 했다. 어차피 나도 지금부터는 부지런히 북쪽으로 길을 가야 하기에 스쿠터 뒤에 앉아서 디보아엄마가 일하고 있는 파라다이스 호텔로 올라 갔다.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에서 천국 호텔로 가는 셈이었다.



섬 남단 해안선

스쿠터를 타고 올라 오다 숲사이로 백사장이 보여 스쿠터에 내려서 둘러 보니 남쪽으로 이어진 해변 백사장이 끝나는 곳이다. 디보아밥집이 바위로 된 해안선 중간쯤 있을 듯하다. 이것이 마지막으로 바라 본 섬 남쪽 해변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섬 북쪽 해변


섬 공동묘지

바로 옆에 공동묘지가 있었다. 모두가 카톨릭 신자였는지 나무 십자가가 빼곶이 서 있었다. 섬에서 살다 섬에서 죽어 섬에서 묻혀 바다의 내음새 - 곧 고향의 향기에 싸여 영면에 든 영혼들이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에서 잠들어 있었다. 혹시 여기서 삶을 마감하면 하늘 나라로 제일 빨리 갈 수 있을까 하고 부질없는 망상을 해 보았다.



정다운 모녀

딸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여유만만하게 포즈를 취하는 디보아 엄마.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종업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파라다이스 호텔은 이 섬에 두 개있는 현대식 호텔중 하나로 Mouli에서 규모가 제일 큰 현대식 호텔이다. 지금은 비수기라 그런지 투숙객이 별로 없었다.



아밀리아 할매와 호텔 동료들

내가 디보아와 함께 호텔을 찾았을 때 바쁘지 않은지 디보아엄마와 동료 직원들은 베란다에서 모여 한가롭게 수다를 떨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내친 김에 그 동료들과 단체 사진도 찍어 주었다. 왼편 아지매는 옷차림새로 보아 요리사인 듯 하였다. 속으로 궁금한 것이 이런 호텔의 주인이 누구인지 - 아마도 프랑스계 백인일 듯 하다 - 그리고, 일하는 현지인들의 최저 임금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몇 가지 물어 볼 것들이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여기서 디보아와 작별 인사를 하였다. 헤어지는 것이 못내 서운한 듯 이제껏 쾌활했던 디보아가 풀이 죽어 시무룩하였다. 내 생각에 섬을 자유롭게 훌쩍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그녀도 얼마나 그렇게 하고 싶을까해서 그런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Mouli(물리) 다리 위에서


물리지역 지도로 J가 파라다이스 호텔이다

호텔에서 디보아와 헤어지고 호텔에서 내려와 혼자서 도로가로 나서서 북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조금 걷다보니 오른편으로 탁 트인 해변이 황홀하게 전개되었다.


Mouli 다리 밑 비치

백사장이 아래 위로 펼쳐진 해변에는 파도도 없는 잔잔한 강과 같은 바다가 호수처럼 둥근 타원처럼 남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당근 해변가로 내려 갔다.


Mouli 해변

철이른 관광시즌이라 그런지 이렇게도 멋진 해변에 사람 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혼자노는 남자 관광객이 있었다.눈에 확 띄는 이유가 수영복을 입었는데 아래 위의 하얀 피부가 샴페인 컬러의 해변 모래와 잘 어울렸기 때문이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 보니 프랑스 노르망디 근처에 산다고 하였다. 혹시나 싶어 혼자 왔냐 물어 보니 그렇다고 하면서 우베아섬에서 3박 일정으로 파라다이스 호텔에 있다고 한다. 나이는 40대 초반 정도로 키도 크고 외모도 멀쩡하게 진품으로 생겼는데 혼놀(혼자 놀기)하고 있다니....하나의 흠을 잡자면 언어장애가 약간 있는 듯하게 말이 조금 어눌한 듯 하였다. 혼자서 이 멋진 해변에서 즐기고 있다니 조금 외로워 보이지만 진짜 아무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처럼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걸 전문가 용어로 뭐라고 하나?  동병상련(同病相隣)


철이른 해변에서 혼놀하는 프랑스 본토인


잔잔한 호수같은 바다


나무 시체도 아름다워 보이고

아름다운 해변에 널브러진 나무 토막도 멋지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렇게 호수처럼 막힌 것 같은 바다를 주위를  찬찬히 살펴 보니 먼 바다로 나가는 문이 있었다.


Lekiny Bay의 왼쪽의 Cliff와 오른쪽의 Fayawa 섬

지도를 펴보니 왼편의 Lekiny 절벽과 오른편의 Fawaya섬이 양쪽에서 큰 바다의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큰 파도가 밀려 오지 않는 호수같은 내만이 형성되었다. 성수기에는 사람들로 엄청 붐빌 것같은 멋진 해변이었다. 특히, 파도가 없는 잔잔한 물결로 스노클링에 아주 적합한 해변이라고 한다.



왼편의 Lekiny Cliff


오른편의 Fawaya Island



Fawaya 섬

오른편에 있는 Fawaya Island를 망원렌즈로 크게 찍어 보았다. 원주민 전통 가옥 까즈가 보여 사람들이 거주하는 섬 같았다. (우베아)섬에서 다른 섬으로 건너 가서 사는 셈이다.



이만치 내려와서 뒤를 돌아 본 해변



해변으로 와요 1

말 그대로 이렇게 풍광이 수려한 곳에서는 어디를 찍어도 그냥 한 장의 그림엽서가 되어 메모리 카드에 저장된다. 우베아섬의 해변이 거의 이런 풍경이라고 보면 된다.


해변으로 와요 2


물리 다리로 올라 가는 길

한참 동안을 해변에서 사진 촬영을 마치고 다시 도로로 올라 가서 조금 걸어 올라 갔더니 긴 다리가 나왔다. 지도에 표시된 Mouli 다리로 고상한 불어로 표현하면 Pont de Mouli로 길이가 50m나 되는 긴 다리다. 원래 섬으로 떨어져 있던 Mouli를 다리로 이어 우베아섬으로 연결시켰다.



Pont de Mouli

다리를 건너가기 직전에 왼편 비탈길로 해서 해변으로 내려 섰다. 샴페인 칼러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으로 내려 서보니 새로운 풍광이 눈길을 끌었다. 왼편은 섬의 서해안 바다로 하얀 구름아래 사정없이 내리 쬐는 태양의 빛을 받아 물결이 반짝반짝 빛났고, 오른편은 조금 전에 내려 오면서 보았던 Lekiny Bay로 Lekiny Cliff와 Fawaya Island가 방파제 역할을 하여 잔잔한 호수같은 물결을 이루다가 그 사이로 먼 바다로 빠져 나가는 섬의 동해안 바다로 이어진다.



내가 찍은 물리지역 항공사진. 화살표시가 물리다리


항공사진으로 보는 물리 다리(여행가이드북에서 발췌)

여행 가이드북에서 본 물리다리의 항공사진이다. 본래 Mouli는 본섬과 떨어진 섬이었는데 50m 길이의 물리 다리를 놓아 연결된 것이다. 연결된 마을이 바로 Lekiny로 오른편으로 빙 돌아서 나가면 Lekiny Cliff를 볼 수 있다.



뱅기에서 운좋게 잡은 Mouli 지역 항공사진


물리 다리 밑에서 본 서해안 바다


물리다리 밑에서 보는 서해안 바다



물리다리 밑에서 보는 Lekiny Bay와 동해안 먼 바다




파도가 없는 물리바치

Mouli 다리 밑에서 바라본 Lekiny Bay로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이 Fayawa Island의 일부이고 왼편으로 길게 이어진 것이 위 항공사진의 Lekiny Cliff에 해당하는 곳이다. 일단 Fayawa섬과 Lekiny 절벽이 큰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활을 하여 파도가 없는 조용한 내만을 형성하여 우베아 최고의 비치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물리 다리 밑에서 본 Lekiny Bay

특히 파도없는 잔잔한 물결로 수경을 쓰고 스노클링하기에는 안성마춤인 해변이라고 한다. 그래서 성수기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공항으로 - 마지막 히치하이킹


마지막 히치하이킹으로 공항으로 향했다

같은 풍경을 여러번 찍었다. 그렇게 해도 무언가 아쉬움이 가슴 한 곳에 계속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무엇이지? 다시 비탈길을 올라 도로로 들어 섰다. 다리를 걸어서 건너 갔다. 다리 폭은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이고 양쪽으로 인도를 만들어 놓았다. 계속 걸었다. 무거운 배낭이 없기 망정이지 겨우 카메라 두 대를 양쪽 어깨에 매고 걷는 것 조차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머리와 어깨 위로 내리 쬐는 오후의 태양열이 마치 불새가 먹이를 쪼는 것처럼 목덜미가 따끔거렸다. 시간을 보니 아직 뱅기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만 걸어서 공항까지 갈 거리는 아니었다. 조그만 더 걷다가 한번 더 히치하이킹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Lekiny 마을을 벗어 난다는 마을 표시판으로 붉은 사선을 그었다.     반대로 마을로 진입할 때는 표시판에 붉은 사선이 없다

Lekiny 마을을 벗어 나는 표지판을 보았다. 마을을 벗어 나자 바로 무임승차를 시도하였다. 이것이 오늘 4번째 히치하이킹이 되는 셈이다. 이제는 요령이 생겨 아무 차에 손을 들지 않았다. 현지인이 운전하는 못 생긴 고물차를 골라서 추파를 던지기로 하였다. 두세번 시도 끝에 현지인이 운전하는 낡은 픽업 트럭이 멈춰 섰다. 트럭 앞좌석에 두명이 타고 있었고 뒤 짐칸에도 현지인 한 명이 타고 있었다. 곧 짐칸에도 둘이가 되어 눈빛으로 인사를 교환하고 행선지가 어디인지 물어 보니 북쪽 끝까지 간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새로운 모험심이 생겼다. 이 차를 얻어 타고 북쪽 끝까지 올라 가볼까? 가서 다시 공항으로 내려 오기에는 시간이 빠듯하였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접었다. 예전에 그런 빠듯한 시간으로 짜투리 시간 활용한다고 쫄래쫄래 길을 나섰다가 무참하게 깨진 아픈 추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밸기에 브루지(Brugge)의 landmark인 Belfort

2009년 늦가을에 유럽을 자동차로 혼자서 근 2달동안 돌아 다니다가 마지막 날 벨기에의 항구마을 오스텐트(Oostende)에서 런던에서 렌트한 자동차를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 오기 위해 영국 Dover로 가는 야간페리선을 예약해 놓고 짜투리 시간을 활용한다고 근처 브루지(그들 발음으로 브뤼허) Brugge 에 구경갔다가 - 벨기에서 잠시 살다가 미국으로 돌아 온 절친이 이쁜 마을이라고 강추해서 - 예약한 페리시간에 못맞추어 페리 놓치고 배값 75불도 덩달아 날리고, 사색이 되어(뱅기도 놓치고 집에도 못갈까봐) 배편을 찾는다고 벨기에 해안을 남하하여 프랑스 해안으로 넘어 가서, 2차 세계대전 발발하여 3개월만에 프랑스가 나치에 점령되기 직전에 됭케르크(Dunkerque) 해안에 고립된 연합군 40만명이 극적으로 탈출한 바로 됭케르크(Dunkerque)에서 드라마틱하게(극적으로와 동일표현) 밤12시에 떠나는 페리선을 타고, 1940년 연합군이 탈출했듯이 나는 2009년 겨울초 어느 날 역시 극적으로 탈출하여 런던공항에서 렌트차를 반납하고 겨우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별로 상기하고 싶지 않은 쓰라린 탈출작전이었다.


탈출경로는 브뤼허 -> 오스텐트 -> Dunkerque -> 됭케르크 ->도버



공항으로 가는 이정표

북쪽으로 가는 픽업트럭은 공항가기 바로 1km 전에 있는 가게에서 나를 내려 주고 음료수와 먹거리를 잔뜩 사서 떠났다. 가게에 들어 서기 전에 현지인 운전수에게 2000프랑 지폐를 건네니 깜짝 놀라면서 받지 않으려고 하였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눈치가 더욱 더 마음에 와 닿아 손에 쥐어 주고 돌아 섰다.



구멍가게같은 비행장 건물

1km를 느긋하게 걸어 갔다. 더 이상 히치하이킹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바람불어 재수좋은 날인 것 같았다. 4번의 히치하이킹으로 우베아(Ouvea)섬을 돌아 다녔다는 것이 참으로 기대하지도 계획하지도 않았는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았다. 고마운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기적같은 여행이 아닐 수 없었다.



운좋게 잡은 Mouli 지역의 일몰로 중간의 하얀 곳이 물리다리가 있는 곳이다


우베아의 황혼

오늘의 끝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 덕분에 하루의 길이가 조금 길어졌지만 하루의 마감은 동일한 것이었다. 뱅기 차창에 눈을 떼지 못하고 어둠에 묻혀 가는 섬을 시야에서 사라질 때 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하루에 만났던 검은 얼굴들이 하나 둘씩 머리에 떠 올랐다. 차편 얻어타는데 기꺼이 허락하여 도움을 받은 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꼈다. 다시 오게 되면 전망좋은 디보아밥집에서 <삑꾸> 생선구이를 다시 먹을테고, 그동안 자라난 아밀리아의 사진을 다시 찍을테고, 디보아 남편 진우와 항렬도 한번 맟춰 봐야 할테고, 그리고 빛나는 금빛 모래사장이 뒷뜰인 Moague Hotel에 배낭을 풀고 우베아 밤 하늘의 별도 헤아려 볼테인데, 그 때 쯤이면 그녀가 같이 와 줄련지. 점점 붉어지는 황혼 속에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은 점점 천국으로 더 가까이 향하고 있었다.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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