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누아투(Vanuatu)로
2017년 6월2일 (금) 맑음
뉴칼레도니아 항공사 Aircalin이 수도 누메아(Noumea)를 허브로 해서 남태평양의 주요 도시를 취항하는 노선표로 호주의 브리즈번, 시드니, 멜버른으로, 뉴질랜드의 오클랜드로, 프렌치폴리네이션의 타히티로, 피지의 낭디로, 프랑스 해외 자치령인 왈리스&푸투나로, 그리고 오늘 오후에 내가 이동하려고 하는 Vanuatu의 Port Villa로 운항한다.
마지막 누메아 시내 투어
오후에 바누아투로 이동하기 위해 국제공항으로 가기 전에 무거운 배낭을 맨채로 누메아 시내의 마지막 시내 투어를 시작하였다. 배낭을 매고 카메라를 들고 해서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거리로 나왔다. 맨 먼저 둘러 본 곳은 호텔뒤로 올라 가는 언덕길을 따라간 성당이었다.
성 조셉 성당(St Joseph Cathedrale)
꼬꼬디에 광장에서 3블락 떨어진 언덕 위에 우뚝 자리한 성 조셉 성당은 1888년에 건설된 당시 남태평양 유일의 고딕성당으로 뉴칼레도니아로 유배된 죄수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건축물로 지금도 누메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성당 내부의 소리 울림이 좋아 파리 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이 공연을 한 적도 있다. 뉴칼레도니아 인구의 99%는 기독교이며 구교와 신교의 비중이 6:4 정도라고 한다.
새로운 곳을 찾아가면 좋은 사진을 위해 내가 항상 찾아 다니는 photo point에서 촬영한 관광 홍보용 사진으로 공항에서 찾아서 찍었다. 바로 성 조셉 성당뒤에서 두 종탑을 근경으로 해서 잡은 모젤항구의 모습이다. 다음에 누메아로 여행갈 계획이 있는 사람은 포토 포인트가 어디 있는지 잘 명심했다가 멋진 풍경사진을 만나 보기를 강추한다.
누메아 시내에 조성된 코코티에(cocotiers) 공원으로 시청옆에 위치한다. 코코티에가 영어로 코코넛으로 공원내에 코코넛 나무가 많아서 그런 이름이 붙여 졌다고 한다.
공원내에 비치된 벤치에서 시민들이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보통 이런 공원에는 homeless 부류의 떠돌이들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법한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일단 구걸하는 홈리스들이나 걸뱅이들이 없다. 그러나, 저녁에 나가서 불빛이 희미한 지역을 걸어 갈 적에 배고프다고 적선하라고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사람은 몇 명있었다. 시에서 상당히 단속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할머니와 함께 공원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 사진 찍는게 내내 쑥스러워 하는지 굳게 다문 입을 떼지 않았다. 내가 사진을 찍어 보니 여러 다양한 피사체들 중에서 제일 아름답고 아무리 찍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 순진무구한 어린 애들의 얼굴 모습이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대부분 성인들의 표정에는 가식과 꾸밈이 구름처럼 일어나는 것을 퍼뜩 알아 차리는데, 그에 비해 어린이들의 얼굴에는 그런 인위적인 가소로움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2015년 아프리카 배낭 여행중 좁은 미로로 유명한 잔지바르의 뒷골목에서 놀던 현지 애들을 촬영한 것으로 내가 <아프리카의 미소>로 제목을 붙였다. 언제 들여다 보아도 훈훈한 미소가 느껴지는 그런 소중한 사진중의 한 장이다.
공원에서 한 블락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시청(Mairie)의 철제 울타리에 걸어 논 포스트로 국토의 98%가 해양으로 Eco-System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본섬과 부속섬인 로얄티제도의 옅은 하늘색은 영해 12해리를 의미하고 점선으로 표시된 해양은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의미하는 것이다.
연도별로 입선작을 시청 건물을 사방으로 둘러친 철제 울타리에 삥 돌아가며 전시해 놓았다. 입선작들은 주로 해수면 아래에 서생하는 동물과 식물들의 멋진 순간적인 장면을 포착한 사진으로 감상할만한 작품들일 것 같아 한 점도 빼지 않고 모두 담아 왔다. 작품의 대부분이 수중 촬영한 것으로 가히 수중 촬영의 대가들이라 할 만 하다. 찬찬히 한 작품 한 작품 감상해 보시길 바란다.
첨에는 약간 맛이 간 젊은이인줄 알았는데 옆에 있던 친구에게 물어보니 독특한 패션일 뿐이라고 한다. 여기 절기로 보면 겨울은 맞다. 춥지도 않은 겨울 날씨에 우모잠바에 털모자까지 뒤집어 쓴 젊은이의 배포가 살짝 엿보인다.
해양 생태시스템 보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모된 사진들중 입선작들을 일일이 찍고 버스로 공항으로 이동해보니 젠장 4시간이나 연발되었다. 싼 시내버스를 타고와서 그나마 덜 억울했지 비싼 택시나 3000프랑 짜리 셔틀버스를 타고왔으면 얼마나 억울해 했을까? 물어보니 기체 메케니칼 문제로 4시간 정도 지연된다고 하니 도착지인 Port Vila에는 자정쯤이 되어야 들어갈 것 같다.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이 공항 내에 만들어 놓은 정원인데 심어 놓은 화초나 나무가 진짜라는 것이다. 공항 지붕을 유리로 하여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을 통과하도록 만들어 공기정화에도 도움이 되고 시각적으로 멋진 정원이었다.
공항 벽에 크게 붙어 있는 광고판으로 멋진 사진이 눈길을 확 끌었다. 자세히 사진을 살펴보니 이쁜 모델의 목걸이, 팔찌와 귀걸이와 주변에 널브러진 보석이 전부 진주로 되어 있다. 진주의 집(La Maison de la Perle)이란 상호를 가진 진주 보석 판매점의 광고판이었다.
이 사진을 올린 이유는 기가 막혀서 올렸다. 꽂아도 충전이 전혀 되지 않았다. 가만 보니 앉은 자리 발밑에 자전거 페달같은 것이 붙어 있어 발로 페달을 돌려야 전기가 생겨 셀폰이 충전되는 것이다. 몇번 돌려 보았는데 페달을 돌리는게 쉽지 않은 것이 발 길이가 긴 서양인 체형에 맞춰있어 어려웠고, 페달을 돌리다가 조금만 쉬면 충전이 되지 않았다. 금방 접어 버리고 공항내 자리가 비어있는 info center 옆에 콘센트가 있어 그 곳을 이용하였다.
Port-Vila로 가는 뱅기 안에서 바로 옆에 앉은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지금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가 있냐고 물었더니 자신만만하게 있다고 한다. 너무 늦어 택시를 잡아 타고 시내로 들어갈까 하고 생각했는데 버스가 있다는데 구태여 그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Port Vila 국제공항에 내려 밖으로 나와도 택시타라고 호객하는 기사양반도 없다. 전기사정이 안 좋은지 가로등 하나 켜놓지 않았다. 그런 컴컴한 곳에서도 사람들은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행인 한 명을 잡고 물어 보았다.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냐고. 공항을 빠져나가는 조그만 길을 가리키며 저 곳으로 가보라고 한다. 가보니 버스 스탑이나 그런 비슷한 팻말도 전혀없다. 조금전 이리로 가라고 가르켜준 그 현지인이 나를 따라왔다. 머리는 빡빡밀어 영화배우 율불린너를 연상시키는 배는 약간 나와 풍채가 좋은 절간의 주지 스님같았다. 갑자기 경계심이 불길같이 일어났다.
"너 여기가 처음이니?" 영어로 친근하게 물어왔다. 친근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넘을 더 경계하라는 배낭여행 수칙이 번개처럼 머리에 떠 올랐다.
"시내가는 버스가 어디 서는데?" 다소 박력있게 물어봤다. 나도 남자고 어느 정도 고함은 칠 수 있고 저항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과시라도 하려는듯이. 그 때 컴컴한 어둠 속에서 한국의 마을버스보다도 작은 봉고버스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주지스님이 봉고 운전수에게 현지어로 뭐라뭐라 하더니 나보고 시내들어간다고 타라고 한다. 봉고버스가 오기 전까지 몇마디 나눠보았는데 자기는 택시운전수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시내까지는 버스비가 싸다면서 택시 타고가라고 권유조차 하지도 않았다. 버스를 타고 보니 차안에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의심이 또 구름같이 일어났다.
남미여행 괴담중의 하나에 이런 것이 있다. 국경지역에서 걸어가기에는 애매하고 혼자 타고 가기에는 비용이 제법 나오는 구간에는 택시 합승을 해서 1/n 로 정산하는 방법이 있다. 누가 국경지역을 넘어가려고 이 택시를 합승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택시기사와 합승객으로 위장해서 미리 타고 있던 일당들에게 으쓱한 곳으로 끌려가서 다 털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시계를 보니 밤 11시가 훌쩍 넘었다. 무섭고 겁이 나는가? 이유는? 내가 몸에 지니고 있는것들이 돈되는게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버스기사는 젊은 현지인 같은데 머리는 레게스타일이다. 심한 영국식 액센트가 내내 귀에 거슬릴 정도로 말을 부쳐왔다. 혹시 아까 그 주지스님과 한통속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은 곧 다른 승객이 몇 명 타면서 사라졌다. 밤길이라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는 어둑한 Port Vila 밤길을 이리 저리 돌고 돌아 내가 일러 준 예약한 호텔 바로 앞에 내려 주었다. 이렇게 하여 길고 길었던 하루를 겨우 마무리할 수 있었다.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