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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Dec 04. 2019

지노 배낭여행기-Atlantic Canada편 16

Bird's Nest를 찾아서

2011년 6월 12일(금) 맑음


이제 2주간의 여행도 거의 다 끝났다. 뉴펀들랜드 섬 꼭대기까지만 갈 때도 평범한 여행이었는데, 페리보트 타고 래브래이드로 건너가고 나서부터는 거의 탐험 수준이었다. 여행이던 탐험이던 새로운 볼거리를 만난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새로운 Twillingate를 차로 둘러보고, 내려오면서 한 군데 더 둘러본 곳이 Terra Nova 국립공원이다. 올라갈 때는 그냥 지나쳤기에 내려오면서 공원에 가 보니 정상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게 포장도로가 되어 있어 공원 끝까지 올라갔다.


   



      Terra Nova 국립공원


Terra Nova 국립공원 지도

공원은 지난 여행기 4편에 소개하였던 Bonavista

반도를 돌아가는 코너에 위치하고 있다. 올라갈 때는 공원 근처에서 묵고 갈 적당한 마을을 찾지 못해 그냥 통과했는데, 이제 내려가는 길로 국도 1번이 자연스레 공원 중앙을 통과하니까 길을 빠지지 않고도 쉽게 공원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지도를 보면 국도 1번이 국립공원 중앙을 관통하여 30km를 달린다. 1957년에 조성된 공원 전체 면적이 400 square km라고 하니 여의도(약 8 제곱 킬로미터) 크기의 50배 정도로 광대하다. 뉴펀들랜드에 있는 2개의 국립공원 중 하나이다.



공원 약도


울창한 국립공원의 숲

울창한 산림 속에 호수 및 강이 흘러 바다로 나가는 빠져나가는 길목에 국립공원이 자리하고 있어, 여러 종류의 트레일을 걸을 수 있고, 카약이나 커누로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주도 세인트 존스에서 약 3시간 드라이빙 거리에 있어 한여름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국립공원이다. 공원 이름 Terra Nova도

new land라는 뜻의 라틴어로 되어있다.



공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


공원을 관통하는 강

공원 정상인 Ochere Hill에서 내려다보니 공원을 가로지르는 강이 왼쪽에서 흘러 오른쪽으로 내려가며 바다로 빠져나간다. 그 양쪽으로 침엽수림이 울창하게 궁전의 근위병처럼 도열하고 있는 듯하였다. 잘 손질하여 놓은 풍경처럼 강과 바다와 울창한 산림이 산뜻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공원내의 트레킹 트레일



공원 정상에서 내려다 본 전경


강과 산이 절묘하게 어울려 멋을 자아낸다



산을 덮고있는 침엽수림


강을 건너는 나무 다리와 운치있는 가로등



강 중앙으로 흘러내린 한 줄기 땅덩이


공원내 선착장

공원 내에 있는 배 타는 곳. 공원이 큰 바다에 인접해있어, 여기서 투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고래들을 구경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카약이나 카누 등을 빌려서 근처 물가에서 즐길 수도 있다.



카누 놀이에도 적합한 조용한 강


공원 속의 강

캐나다 자연의 미는 한 마디로 물이다. 강이나 호수, 그리고 바다. 이런 것들이 다른 것들과 어우러져 눈을 즐겁게 한다.






      뉴펀들랜드의 진주 Twinllingate


진주(眞珠)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Twillingate를

충분히 구경 못하고 내려온 것이 무척 아쉬웠다. 하루나 이틀 정도의 시간만 있었다면 구석구석 멋진 곳을 찾아보고, 사진 찍고 왔을 텐데 시간이 없어 그러지 못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바닷바람은 어찌 그리도 사납게 불어대는지 걸어 다닐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밤을 홀딱 새우고 뜬눈으로 운전하고 내려왔기에 몸도 정상적으로 활동하기도 힘들었다.


어지러운 해안선 덕분으로 이쪽 해안에서 저쪽 해안을 볼 수 있다

인구는 약 2천 명 남짓한데, 아름다운 해안선으로 물가를 좋아하는 캐나다 주민들이 별장을 이 곳에 선호하는지 길가 군데군데에 부동산 회사 사무실 간판이 유난히 많이 걸려 있었다.


돌들이 세로로 비스듬히 서 있는 해변


어느 해변가의 부서진 접안 시설


앞편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해가 나오지 않아 사진 촬영하는데 애를 먹었다. 모든 풍경이 제각각의 색이 있는데 여기서 찍은 대부분 사진에는 그런 색감이 빠져 있었다.


바닷물은 길 끝에까지 들어와 있었다


바람에 춤추는 파도


이리저리 굽은 해안선에 바람에 밀려온 파도만 무심하다


물가 가까이 자리잡은 아담한 마을


바닷가 언덕위에 자리한 옛날집


폐선 - 바다를 그리워하는가


안개로 건너편 해안 풍경이 사라졌다


겹겹이 이어지는 해안선


작은 섬으로 둘러싸인 바다 풍경


물이 빠진 해안에는 속바닥을 내보이고


호젓하게 물가에 자리잡은 주거지


안개로 원경이 희미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이다


U자형 해안 안으로 자리잡은 마을


해안은 모래보다 돌들로 이루어지고


안개속으로 가물거리는 저편 해안선으로 가보고 싶었다


해안 안쪽으로 깊숙히 자라잡은 마을


Boat tour 간판을 볼 수 있다


Twillingate의 유빙 유람선

가는 날이 장날이라 비와 강풍으로 영업을 하지 않았다. 여기 위치가 그린랜드의 왼쪽 아래에 있다 보니, 그린랜드에서 떠내려온 유빙을 앞바다에서 볼 수 있어 배를 타고 나가서 유빙을 구경하는 투어를 즐길 수 있다.



어업에 종사하는 어선들

대부분 주민들은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여름 한 계절에 잠깐 부업으로 관광객을 상대로 유빙이나 근처

투어로 생계를 이어가지만 본업은 그래도 고기잡이가 그들의 주 수입원이다.




       고개 넘어 St. John’s로


국도 1번에서 46km 남겨놓고 세인트 존스까지

Goose Bay의 영감님 댁을 어제 아침 7시에 출발해서 밤새워 운전하고, 다시 Twillingate로 올라가서 차로 한번 둘러보고, 오늘 오후 6시경이 되어서야 이제 저 표지판을 보게 된다. 고작 46킬로 남았다. 어젯밤을 홀딱 새워 운전한 덕분으로 거의 다 오게 된 것이다.


혼자서 장거리 운전하는 게 힘든 것보다 이제 여행이 막바지에 왔다고 생각하니 그게 서운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천상 돌아 올 기약조차 할 수 없는 그런 머나먼 배낭 여행길을 떠나야 속이 후련할 것 같다. 그래서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될 그런 끝이 없을듯한 배낭 여행길을 혼자서 상상한다. 언젠가는 그런 배낭 여행길 위에서 지나온 여정을 더듬어 보며 미련하게 살아온 나의 반평생을 돌아보더라도, 결코 다시는 돌아갈 수 없고 그리고 돌아가지 않아도 좋을 그런 외롭고 긴 배낭 여행길을 기다려 본다.



세인트 존스 근처의 저녁 하늘

세인트 존스로 돌아오는 날의 날씨도 떠날 때의 그런 우중충한 날씨였다. 하늘은 짙은 회색의 구름이 낮게 깔리고, 바람이 몹시 세게 불고 있었다.


Goose Bay에서 St. John’s까지

하루 반 만에 Goose Bay에서  St. John’s까지 무사히 완파했다. 어제저녁에 한번 애를 태웠던 것은 페리를 타고 해협을 건너와 기름을 가득 채웠는데 Gros Morne 국립공원을 지나고 Deer Lake 마을 근처에서 다시 기름을 채워야 했지만, 길이 바로 하이웨이로 연결되는 바람에 기름을 채우지 못하고 다음 마을에서 기름을 채우려고 했는데 그게 여의치 않았다. 결국 게이지 눈금은 바닥에 바싹 붙어버리고, 다음 마을은 많이 남았고 해서 자정쯤 길 위에서 속을 끓였다. 문제는 미국처럼 24시간 영업하는 주유소가 별로 없어 한 밤중에 찾아다니느라 생고생을 하면서 가슴을 심하게 졸았는데, 게이지가 바닥에 붙은 채로 다행히 심야 영업하는 주유소를 찾아서 해결했다.



세인트 존스 가기전 마지막 고개길

저 고개만 넘어가면 St. John’s의 출발점이다. 대장정의 시작이자 마무리가 되는 곳이다. 배도 고프다. 아침에 바람 부는 Twillingate에서 마지막 남은 김치 사발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지금까지 운전하고 있다. 목적지에 다 왔다는 안도감이 몰려오자 이번에는 배고픔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런 고생이 그래도 즐겁다니?





    무언가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면 할만한가?


간판부터 사람을 살살 녹인다

2주간의 고생을 이런 Room Salon에서 보상받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세인트 존스에 들어오자마자 호텔에 짐을 풀고, 우선 배부터 채우려고 시내에 나왔다가 여기를 보았다. 한자로는 조가(鳥家) - 말 그대로 새들의 집이라는 소리다. 과연 어떤 이쁜 새들이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새는 몸이 날렵한 종달새, 목소리가 이쁜 꾀꼬리, 그리고 이쁘게 재잘거리는 노고지리…… 이쁜 새는  다 좋지?


육중한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니 주인인듯한 짙은 향수 내음새를 발산하는 중년의 마담이 다정스레 물어 온다. 첫눈에 보아도 중국인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한 분이세요?”  

그 말이 마치 단체 손님이 아니라서 실망스럽다는 말처럼 들린다. 한쪽 벽 장식에는 여러 가지 중국풍 벽화로 채워 놓고, 뒤편에는 간판과 비슷한 그림을 그려 놓았다. 이런 룸살롱을 가 본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는가?  뉴저지에서 S그룹에 다닐 때는 서울서 VIP 출장 손님이 오면 뉴욕 맨해튼에 있는 룸살롱에는 몇 번 가본 적이 있었는데, S그룹을 떠나고 나서는 업무상 이런 곳에 갈 일이 전혀 없었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런 오지로 배낭여행을 와서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Room Salon에서 혼자서 객포를 풀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하지만 오늘 저녁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잊지 못할 추억을 찐하게 만들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들어섰다. 그런데 들은 이바구로는 중국에서는 이런 유형의 Room Salon에서는 손님이 들어서면 이쁜 새들이 좌우로 두 줄로 서서 제각각의 자태를 선보여주면, 그중에서 손님이 가장 마음에 드는 새를 골라서 새장으로 데리고 간다고 하던데…… 어찌 이 집은 양쪽으로 줄 서 있는 새들이 안 보인다. 새 대신에 나를 맞이하는 것은?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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