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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Nov 30. 2019

지노 배낭여행기-Atlantic Canada편 15

세인트 존스로 돌아가는 길

2011년 6월 10일(목) 흐리고 비


호수 안 페리 영감님 집에서 이틀을 보내고 난 오늘 아침에는 하늘이 두 조각나더라도 다시 뉴펀들랜드로 나가야 한다. 아래 지도에서처럼 Goose Bay에서 비포장도로를 따라 뉴펀들랜드 건너가는 페리보트 타는 곳 Blanc-Sablon까지 거리가 정확하게

615km이고, 페리 타고 건너간 St. Barbe에서 St. John’s까지가 936km.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출발할 때는 멋모르고 달려갔지만, 돌아갈 때는 좋은 구경거리는 이미 다 보았고, 체력이 기진맥진할 때라 돌아가는 길이 엄청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 정상인데, 나는 비정상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무리 멀어도 지루하지는 않다. 오늘 아침도 비는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다.  


내가 돌아가야 하는 비포장도로. 정부가 3년 전부터 포장해준다고 약속해 놓고…… 현재까지 아무 말이 없다고 한다.



Goose Bay에서 St. John’s까지

할배집에서 세인트 존스 공항까지 정확하게 1551

km이다. Butter & Snow라는 무릉도원에서 이틀 동안 무위도식(無爲徒食)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는 것일까?


비가 온 뒤 안개가 자욱한 NW RIVER의 헤리티지 박물관

작별할 때 어제 시내에 나가서 비옷 살 때 영감님 담배 한 보루(캐나다 담배값이 졸나게 바싸다. 여기는 시골이라 더 비싸게 받는데 한 보루에 110불 캐나다 돈으로)하고 양주 한 병 사드리고 왔다. 내가 신세

진 것을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영감님께 당장 필요한 것은 사 주고 싶어서 마침 가스버너의 가스가 떨어져서 가스도 채워 주고 왔다. 지나가는 말로 겨울에 스노 모블 타러 다시 와도 되냐고 물어보니 영감님이 오지 마라 소리는 하지 않았다. 영감님도 이 달 말일에 독일에 사는 딸네 집에 2주 다녀온다고 여행 준비하고 있었다. 집안에 하이델베르크 관광 지도가 있어 물어보니 작년에 갔을 때 구경 갔다 하길래 나도 2009년에 갔었다고 둘이서 그곳 이바구도 좀 하고…… 떠나 오는 게 우째든 가슴이 좀 찡한데 독거노인이라 마음에 좀 걸리는 것일까?  


하이델베르크 성(2009.12.5)


성에서 내려다본 하이델베르크 마을(2009.12.5)




   


        하염없이 돌아가는 길


비온뒤의 비포장도로

비포장도로를 달리면 먼지가 많이 나는데 오늘은 비로 먼지는 없다. 이제부터는 그냥 시름시름 돌아 가는데 영감님 집에서 하루 더 죽치는 바람에 24시간 내리 운전해야 할 것 같다. 이미 각오하고 호수에서 잘 놀았는데 이제 그 대가를 치루어야 할 때이다.


다음의 일련의 사진들은 내려오면서 괜찮은 경치를 보면 주저 없이 건져 올린 것들이다.


궂은 날씨 속의 바닷가 경치는 쓸쓸하다


물도 많은 캐나다 동부 해안 지역


젖빠는 돼지 새끼들

이건 경치가 아니고 도로변에 얼어붙은 눈더미인데 녹으면서 지나가는 차들이 일으킨 먼지들이 달라붙어 퍽 재미있는 무늬를 보여 주길래 찍은 것이다. 꼭 새끼 돼지들이 어미젖 빠는 형상 같지 않나?


곧 여름이 다가올 시절임에도 먼 산의 잔설은 사라질 기미가 없다


바다로 향한 먼 산의 치달음도 안개속으로 사라지고


우중충한 날씨 속의 모래 해변선


유난히 잔설이 많이 남아있는 해안





       뉴펀들랜드의 진주 – Twillingate


내가 가지고 간 캐나다 관광 책에도 트위린게이트(Twillingate) 소개가 있기는 있었는데 그냥 해안 사진  한 장으로 설명해 놓았다. 그래서 올라갈 때는 가 보지 않고 그냥 지나쳤는데, Cartwright에서 보트 투어 하는 George라는 친구가 내려갈 때 볼만 하다고 꼭 가보라 하길래 밤을 새워 운전하며 내려가다가 들렸다.


뉴펀들랜드의 Twillingate


해안선이 매우 복잡한 Twillingate

위치는 위 지도에서 보면 중간 푸른색 점선이 끝나는 Gander에서 올라 가는데 북쪽 바닷가의 여러 섬들로 이루어진 관광지이다.


Twillingate로 올라갈 때는 새벽으로 해가 뜨지 않아 길 말고는 좌우 경치를 볼 수가 없었는데, 아침에 해가 뜨고 나서야 시야가 식별되면서 경치를 보니까 그 친구 말이 맞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매우 복잡한 해안선에 기묘한 암석이나 아름다운 해안을 배경으로 작은 마을과 아담한 포구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고 보면 된다. 마음 같아서는 그곳에서도 하루 시간 내어 샅샅이 구경하고 싶었는데 그려면 St. John’s에는 새벽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러지는 못하고, 차로 이리저리 다니면서 사진만 찍어 왔다. 여기도 비가 내리고 바람이 하도 세게 불어 차 밖으로 나갈 엄두를 못 내어 거의 사진을 차 안에서 창문을 내리고 찍은 것 들이다.



맨 위쪽에 위치한 Twillingate Island 약도

TRAIL을 걸어서는 못 가보고 주로 차도로로 들락날락하면서 사진을 모았다. 여기 지명이 Cove 아니면 Point가 끝에 붙는데, 말 그대로 지형이 움푹하게 들어간 곳은 Cove이고,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은

Point다. 사진은 두서없이 나열한다.



해안으로 돌출된 바위가 눈길을 끄는 아름다은 해변


섬에 있는 유일한 등대

트위린게이트 등대.  밤을 새워 차를 운전해서 새벽에 Twillingate로 올라가서 등대 밑에 있는 파킹장에 차를 대 놓고 토막잠을 잤다.



날이 흐려 아름다운 풍광에 비해 자연색을 볼 수가 없었다


비바람에 침식된 바위돌이 해변을 갈라놓고 있다


해안선이 너무 복잡하여 물길이 이리저리 들락거린다


작은 마을들이 주로 전망좋은 물가에 자리잡고 있다


섬 트레일에서 잡은 전경


언덕위의 하얀집이 바다로 향해 앉아 있다


Twillingate의 대부분 사진들이 해가 나오지 않아 색감이 조금 칙칙하다. 내가 사진을 잘못 찍은 것은 아닐 텐데. 날씨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풍경 사진이 전부 본연의 색감이 빠져 있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위의 집


전망좋은 물가에 띄엄띄엄 자리잡은 마을


해안선을 이루고 있는 바위돌


한 폭의 수채화같은 Twillingate 풍광


밤을 패어 달려 내려가고 있는 길이 멀기만 느껴진다. 그만큼 많은 곳을 지나 멀리 올라갔다는 소리이겠지. 뉴펀들랜드 땅덩어리가 부족해서 바다를 건너 새로운 신천지 라브래이드까지 올라갔다는 - 물론 삼천포로 빠지다 보니 그렇게 되었지만 - 것만 보아도, 아직도 나에겐 지도 속에 숨겨진 미지의 땅에 대한 호기심은 살아 있는 것 같다. 그 찬란한 호기심이 배낭여행의 기폭제가 되어줄 만한 충분한 마중물로

작용하겠지만, 그것도 시간이 차차 지나면 점점 사그라들어 아무리 뽐뿌질을 해도 자극이나 충동이라는 물이 고갈되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이런 짓거리도 이제는 더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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