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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Nov 24. 2019

지노 배낭여행기-Atlantic Canada편 14

Butter & Snow 에서

2011년 6월 9일(수) 흐림, 비


아침을 여는 햇살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영감님은 커피 한 잔에 담배 한 개피로, 나는 홍차 한 잔으로 아침을 때우고…

나는 마치 영감님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낼 전기작가처럼 이것저것 물어 보았다. 우린 어제 저녁에는 통성명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영감님은 나에대해 관심도 없는지 무엇하나 물어 보는 것도 없다. 모든 질문은 내가 하고 모든 답은 영감님이 하신다.

영감님은 1941년 2월 3일생이다. 이름은 Perry

Micheline으로 이름만 들어도 그냥 할배의 선조가 어디서 왔는지 그냥 머리에 떠 오른다. Laborador 역사관에서 공부했듯이 1600-1700년대 유럽에서 이주한 Settler중에서 프랑스계가 Perry의 선조다. 아마도 Innuit와 결혼하여 대를 이어왔는지 페리의 외모도 Innuit에 더 가깝다.  



호수의 낙조

들어보니 페리의 가족은 여러 형과 누이를 가지고 있는데, 몇 명은 근처에 살고 있어 한번씩 만나는 모양이다. 페리는 결혼하여 아들(30대중반)과 딸(40대 초반)을 각각 두고 있는데, 아들은 NW River에 거주하면서 중병인이나 지체부자유인들의 도우미로 살아가며 딸 하나를 두고있고, 딸은 독일로 시집가서 지금은 프랑크푸르트에 살며 아들 둘을 두고 있다. 페리는 손자녀가 3명이라고 자랑한다.

페리 처는 15년전에 심장질환으로 떠났고 바로 처를 사별하고 NW River에 있는 삶의 터를 정리하고 지금의 호수가 Butter & Snow로 옮겨 왔다고 한다. 그래서 이 호숫가에 거주한 날수가 15년이 되는 것이다. <그녀를 떠나 보내고 나서 정든 새와 이별하듯> 그런 노랫말처럼 그녀를 떠나보낸지 햇 수가 15년이 된다는 말이다.


페리는 건강하다. 보트 젓는 동작이나 장작패는 것을 보면 나보다 나아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근심 걱정없이 공기좋고 경치가 빼어난 곳에서 살아와서 그렇게 되는 것일까? 나도 이런 곳에서 살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염치없이 하루 더 지내고


보트로 출퇴근하는 Perry

다음날 아침 6시30분에 페리와 같이 박물관으로 출근했다. 새벽에 타는 보트는 한기를 느낀다, 이 오뉴월에도…… Perry는 역전의 용사답게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정확하다. 나오면서 하늘을 보더니 오늘 비가 오겠단다. 그려면 정확하게 비가 온다.  저녁에 들어가서 내일은 맑게 개인다하면 정확하게 날이 좋다. 덫사냥꾼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리라.


그나저나 오늘은 뉴펀들랜드로 출발해야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가기 싫었다. 그래서, 페리에게 오늘 저녁 하루만 더 신세지고자 요청하니 흔쾌히 그렇게 하란다. 뉴펀들랜드 나갈 때는 밤을 새워 운전하더라도 오늘 하루만 더 무릉도원같은 호수로 돌아 가고 싶었다.



N.W.R에 세워논 덫사냥꾼 동상

페리의 전직은 Trapper다. 약 40년 가까이 그런 덫사냥꾼으로 살아 온 셈이다. 이렇게 외진 곳에서 혼자서 지내면 무섭지 않냐는 나의 질문에 페리는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12살부터 숲속에서 혼자 캠핑을 시작했소.  그리고 16세부터는 매년 가을부터 봄초까지 혼자서 Trapper로 산속에서 생활하였소. 그러니 저 숲속은 나의 고향과 마찬가지요.”  

그렇듯이 페리는 도시에 나가 2주가 지나면 깝깝해서 지내기가 불편하다고 한다. 일년에 2주는 휴가를 받아 오타와(토론토 근처로 캐나다 수도) 친구집을 방문하거나, 독일 딸네 집으로 여행간단다. 독일 딸도 혼자 지내는 아버지가 보기 안되어 독일에 와서 같이 살자고 하는데 이 영감님은 호수와 숲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어 이렇게 혼자서 살고 있는 것이다.


  



        Goose Bay에서 시간을 보내고


Goose Bay에 있는 캐나다 공군기지

아침 7시에 나는 다시 Goose Bay로 나왔다. 이른 아침부터 갈 곳이 없어 커피점에 들어가서 빵과 커피를 시켜 2차 아침을 먹고, 그냥 커피점에서 밀린 여행기를 정리하다보니 비가 심하게 뿌리기 시작한다. 페리 예언이 적중한거다. 여행기를 좀 정리하다 빗줄기가 가늘어 지기 시작하자 Goose Bay에 있는 5 WING을 찾아 갔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캐나다 동북쪽이 북미에서 유럽으로 건너가는 비행루트속에 포함되어 여기 Goose Bay에 공군 비행장이 있는데, 이게 2차 세계대전 때에는 연합군 조종사 양성소였다고 한다. 지금도 NATO 공군기지가 있다고 한다. 찾아 가다 보니 또 다시 빗발이 점점 세지길래 비행장 주차장에 차를 대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위 표말에 써있는 CFB는 CANADIAN

FORCES BASE의 약자로 캐나다 공군기지다. 이 공군 비행장안에 민간 비행장이 있는 셈이다. 여기에 비행장이 건설된 사유도 알아보니,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유럽을 침공한 독일군의 캐나다 영토 침범을 우려하여 당시에 건설된 공군기지라는 것이다. 이 안에 비행기 박물관이 볼 만하다고 해서 찾아 갔는데 비 때문에 돌아 섰다. 난 비행기 구경보다 호수로 다시 돌아 가고 싶었다.



비온 뒤 안개로 싸인 N.W.R 마을

아침에 박물관에서 페리와 헤어질 때, 나중에 내가  점심을 사가지고 올테니 같이 먹자고 했다. 내가 뻔하게 페리가 점심을 안먹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배가 고파 안되니까 먹자고 한거다. 그래서, 비행장에 있다가 비가 좀 그치자 SUBWAY로 가서 샌드위치 2개를 사 가지고 다시 NW RIVER로 33km를 빗속에 질주했다. 박물관에 있는 부엌 식탁에서 빵을 먹고 난 후, 페리는 커피, 나는 홍차로 입가심을 하고 난 후, 페리가 비가 오니  보트타면 옷을 다 젖으니 시내에 가서 두꺼운 비옷을 사 가지고 오는게 좋겠다고 해서 다시 Goose Bay로 나와 비옷을 사려하다가 마음을 바꿔 낚시할 때 입는 가슴까지 오는 방수복을 사 버렸다. 만약 담에 여기 다시 올 때는  이 옷을 입고 멋진 낚시나 한번 해 볼까 해서 그걸로 사버렸다. 위 비옷은 낚시할 때도 입을 수 있는 잠바타입으로 장만하고 나서 4시경 맞추어  다시 박물관으로 돌아 갔다.





       다시 Perry집으로 보트를 타고


둘째 날 다시 보트를 타고

이것이 두번째로 호수에 위치한 Butter & Snow 마을로 들어간다. 마침 구입한 비옷으로 덮어 입으니 비는 얼굴에는 조금씩 젖지만 아래위로는 든든하였다. 빗속으로 달리는 모터보트위에서도 비옷만 잘 입으면 별 문제는 없다.



비온 뒤 안개로 싸인 N.W.R 마을

저녁을 먹고나니 비가 거의 그쳤다. 저녁이라곤 어제와 마찬가지로 Trout 구워서 나누어 먹고, 비가 와서 한기도 있어 해서 내가 가지고 간 CREAM & MUSHROOM SOUP을 두 캔까서 데워 페리와 나누어 먹은 것 뿐이다. 비가 그치고 온도가 좀 올라가자 이번에는 안개가 호수 저쪽 끝에서부터 침입자처럼 서서이 몰려든다.


집 뒤쪽에서 멀리 보이던 산줄기도 안개에 묻혀 보이지도 않는다


비 온뒤 안개에 잠긴 작은 섬 풍경

섬은 안개로 아래부분은 없어지고 윗부분만 남아 있다. 마치 멋진 키다리 아가씨가 샤워하고 머리만 내놓고 목아래는 하얀 수건으로 둘둘 말은 모습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섬의 침엽수들이 안개 속에서 유령처럼 서있다


조금 지나니 안개가 조금씩 거둬지는데 새로운 풍광을 보여준다. 참 정말 너무 멋지다. 어제는 맑은 날에 떨어지는 붉은 석양을 보게 해 주시고, 오늘은 비를 뿌리게 해서 지금은 안개와 더불어 너무 멋진 모습을 연출하니 참 고마울 수 밖에.



옆 섬에서도 안개가 차츰 물러나고 있고…


저정도면 저곳에 신선들이 사는 것 같지 않나?


안개에 묻힌 호숫가

시간이 차차 지나면서 안개가 조금씩 물러나자, 호수가에 서있던 키큰 소나무들이 유령처럼 하나 둘씩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희미한 안개 속에.....

옆 큰 섬도 예외는 아니다. 차차 거두어지는 안개속에서 겨우 그 형체만 드러내 놓고 있다.





      이별주를 한 잔 앞에다 놓고


안개속으로 기버린 섬

오늘 저녁이 이별 전야라 비싼 포도주 한병을 낮에 사가지고 들어 왔다. 저녁을 일찍 마치고 우리는 포도주를 한 잔씩 앞에 놓고 옅어지는 안개를 조용히 바라 보았다. 페리는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면서 반잔만 원하여 나머지는 경치에 먼저 취해버린 내가 다 마셔 버렸다. 궁금한게 있었지만 이건 너무 PRIVACY를 까는것 같아 하지 않을려고 했는데 술김에 해 버렸다.

“페리, 당신은 자원봉사자로 일하는데 수입도 없어면 어떻게 사는데?”  마치 내가 그 비밀을 알아내어 여기 살고 싶은 엉큼한 야심을 가진 작자란걸 숨기면서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말을 던졌다.

“맞아, 박물관 일은 자원봉사자이기에 수입은 없다. 그러나, 정부에서 한달에 1100불 받아 산다.”  

그러니까 미국처럼 국민연금을 받는다는 말이다. 그럼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회계사답게 수입지출 내역을 학실히 (영삼이 어법) 까 발려야 하겠지.  


페리 지출내역은 다음과 같다. 전기와 물세 없슴. 집 렌트비 없슴. 케이블 수수료 없슴. 셀폰비 45불.

셀폰은 호수 집에서도 터진다. 그외 식료품 구입비인데 이건 그냥 가늠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담배와 커피등 기호품 구입비도 있지만, 아무리 크게 치봐도 영감은 매달 저금을 할 수 있는 수입이다. 그러니까 캐나다 오타와나 독일로 여행을 할 수 있지.

Goose Bay에서 독일까지 뱅기표값이 2400불이고 여기서 오타와 왕복도 1400불이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외에도 목돈이 들어 가는 경우가 있기는 있단다. 겨울철에 스노우모블이나 ATV, 보트등이 고장날 경우 고치거나 새로운 것으로 교체할 적에는 미국처럼 Loan을 내기 때문에 3-4년간 장기 분할상환을 하는 모양이다. 지금은 그것조차도 없다고 한다. 도시생활에서 매 달 나가는 비용과 비교해 보면 셀폰비를 제외하면 다른 것은 없다. 농담으로 당신 생일날 딸아들이 선물로 용돈 좀 챙겨 주지 않나하고 물었더니 별 반응이 없는 걸로 보아 우리처럼 그렇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자식들한테 별도로 손 벌리지 않아도 연금만으로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살면 한 달에 천불이면 살 수 있다는 말인데…… 이것도 구미가 살살 댕기는 새로운 팩트가 아닐까?


아침에 쳐놓은 그물에서 trout를 건지고

어제 저녁에 처 놓은 그물을 아침에 나가 보니 팔뚝만한 Trout가 세 마리가 걸려 있었다. 난 오늘 아침 에 작별하고 나와야 되니까 먹을 사람없다고 하면서 그대로 그냥 놓아 주었다. 원칙이 필요한 만큼만 잡아 먹지 더 이상은 취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음번에 가게 되면은 얼큰한 매운탕에 소수 한잔이다.





      Butter & Snow와 N.W.R의 풍경들


맑은 날 아침의 일출로 여기 지명이 Butter & Snow라고 한다


비온 뒤 안개에 가려진 호수 전경


NW RIVER에서 바라보는 호수 건너 잔설이 남아 있는 산들. 호숫가 밴치에 앉아 멍때리고 싶었다.


NW RIVER 호숫가로 하늘 풍경이 그대로 호수 물위로 녹아 들었다


NW RIVER 마을 전경


저녁 노을에 황혼 금빛으로 물들어버린 호숫가 나무들과 황금색 노을 하늘이 호수가로 녹아든다.


끝없이 펼쳐지는 멜빌 호수의 자갈밭


물가에 자리잡은 NW RIVER 마을 전경


안개로 뒷배경이 사라진 NW RIVER


호수 집 앞에 떠있는 페리의 출퇴근 보트


호수 집 뒤편에서 바라 본 안개낀 날의 풍경


그렇게 좋은 집이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속세를 떠나 온 듯한 호숫가에 위치한 페리집



보트로 출퇴근하는 페리



맛있는  TROUT 구이

이런 것들을 고스라히 그곳에 두고 온다는 것이 너무도 아쉬웠다. 그냥 운좋게 영감님 만나 호수에 들어가서 멋진 경치보고 새로운 경험을 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데, 웬일인지 미국으로 돌아와서 잠자리에 누워서 눈 감으면 너무나 생생하게 떠 오르는 풍경들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차차 희미해질테지만 깡그리 잊기전에 다시 찾아 가고픈 곳이다. 그 때까지 영감님도 건강하게 지내야 하고, 나도 별로인듯한 일상을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고 싶다는 맘으로 매일 매일 이겨나가야 할 것이다.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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