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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Sep 23. 2021

지노 배낭여행기 - 지중해를 찾아서 27

피사의 탑

2009년 11월 11일(수) 맑음


피사로 가는 도중에 이태리 항구 도시 제노아를 잠깐 들려보았다. 어둠침침한 제노아의 뒷골목은 뉴욕의 그것과 흡사하다. 중국인들이 뉴욕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북유럽 여행을 대비해서 겨울 잠바를 사러 HONG KONG이라는 가게에 들렸더니 고등학생 나이 정도의 중국 여자애가 가게를 보고 있었다. 너 영어 할 줄 아냐. 아뇨. 전혀. 이것저것  보다가 가죽 잠바 하나 챙기고 나왔다. 35유로 줬으니 중국 가게니까 싼 편이다.




    제노아 성당

제노아 성당


제노아 성당

제노아 시내에는 무슨 구경거리가 없을까 하고 무작정 시내로 걸어가니까 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성당이 있었다. 일단 들어가는데 입장료를 받지 않고 안에서 구경하고 각자 알아서 기부함에 헌금하면 된다. 관리인한테 사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니 찍으라 한다. 벽과 천정에 그려놓은 성물이 괜찮아 보인다. 성당 내부만 구경하고 불법으로 주차해 놓은 뒷골목으로 부리나케 달려 가보니 안전하게 놓여 있었다. 곧장 피사로 길을 재촉하며 달렸다.




     잘 나갔던 피사 공국도 결국

이태리 반도가 통일이 되지 않고 분열되어있던 중세기에 당시 가장 번성했던 해양 공국이 아말피, 제노아, 피사 그리고 베네치아 공국이었다. 이들은 지중해 바닷길을 이용하여 해상무역을 통하여 부를 축적하려고 경쟁하였다. 그들 사이에 세력 다툼은 처음에는 피사 공국의 해군이 아말피 공국의 해군 함대를 격파시키고 두 차례나 아말피 도시를 약탈하여 아말피 공국이 피폐해 시골 도시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그 뒤 세력이 커진 피사 공국은 해외 식민지로는 나폴레옹이 태어난 코르시카 섬과 사르데냐 섬 동부, 지금의 스페인 남부 발레아레스 제도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웃의 제노아 공국과 크고 작은 전쟁을 하면서 세력을 키워 보려고 하였지만 1284년, 멜로리아 해전에서 피사의 주력 함대가  제노아 함대에게 참패를 당하고, 1289년에는 육상에서는 캄팔디노 전투에서 제노아 군에 패하며 피사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결정적으로는 1290년 제노아 함대가 피사 항구를 침략하여 완전히 파괴시켜 해군력을 회복할 수 없게 되었고, 가지고 있던 식민지 코르시카 섬도 제노아 공국이 접수하고, 주요 식량 공급처였던 사르데냐 섬마저 스페인의 아라곤 왕국에게 빼앗기자 피사 공국도 세력을 회복하기 힘들었다. 그 뒤, 피사 공국의 운명은 제노아 공국에서  밀라노 공국의 보호령으로 전락하였다. 1406년 밀라노 공국이 보호령이던 피사 공국을 피렌체 공국에 팔아넘기려고 하자 분노한 피사 공국 시민들이 봉기하였으나 밀라노 - 피렌체 연합군에 의해 진압되었다. 이때 피사는 철저하게 약탈당하여 대부분의 건물이 파괴되었고 이후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마을로 전락하게 되었다.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축물은 피사 대성당과 피사의 사탑이다.




     피사의 호텔 캘리포니아

피사에 있는 호텔 캘리포니아

달려서 피사에는 저녁이 되어 도착했다. 길을 잘못 들어갔는지 가로등도 없이 깜깜한 도로에 사람들은 어디서 나오는지 꾸역꾸역 모여들어 마치 서울 영등포 구로공단에 온 것 같았다. 배는 디질나게 고프고 호텔은 어디 있는지 찾기도 힘들었다. 피사 탑 근처 어느 호텔에 갔더니 이자슥들 배짱으로 장사하네. 외관도 허름한데 60유로에 WIFI도 되지 않았다. 하룻밤인데 누추해도 좋지만 인터넷은 꼭 필요해서, 돌고 돌다가 호텔 캘리포니아를 발견하였다. 갑자기 그 노래가 생각나면서 이글스 그룹이 머리에 떠 올랐다. 노래 가사처럼  <Up ahead in the distance, I saw a shimmering light. My head grew heavy and my sight grew dim. I had to stop for the night> 저 멀리 앞에 희미하게 아른거리는 불빛을 보았어, 머리가 점점 아파 오고 시야가 점점 흐릿해질 때 난 호텔 캘리포니아를 찾았어. 앞의 허름한 호텔과 같은 가격인데 WIFI는 팡팡 터졌다. 입구의 로비 장식 수준이 엉성한 박물관 빰을 때린다.


진열된 그리스풍 도자기

호텔 입구에 장식된 도자기가 어찌 보면 진품인 것 같기도 하고 저리 보면 짝퉁 같기도 하였지만 어느 박물관 못지않게 멋지게 전시되어 있었다.


유화 한 폭

호텔 로비에 걸려 있는 유화 한 점에는 이웃들이 모여 흥겹게 즐기는 모습과 좌중을 웃기며 코믹하게 춤추는 재주꾼의 익살스러운 얼굴 표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호텔 캘리포니아 맛보기






      기울어진 피사의 탑을 마주하다


피사의 탑

아침 먹고  바로 피사에 달려가니 그 탑이 진짜로 몇 도 비스듬히 옆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옆에는 큰 성당 두 채가 나란히 사이좋게 붙어있다. 사진 좀 챙기고 탑에 올라가려니 입장료를 15유로 내야 한단다. 지금까지 낸 입장료 중 최고가. 탑은 무슨 사유인지는 몰라도 1173년 시작해서 1350년에 완공되었다 하니 약 177년 걸려 완공된 셈이다. 처음부터 문제를 안고 건축된 탑이다.  높이는 지상으로부터

55m, 계단은 297개로 이루어졌으며, 건물 무게는 14,453t이나 나간다.




기울어진 피사의 탑

총 7층으로 축조된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높이는 55 미터로 완공하는데 약 177년이 걸린 셈이다. 천체 물리학자 갈릴레오가 피사의 탑에서 물체의 자유 낙하운동을 실험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고 갈릴레오 전기를 집필한 작가가 만들어낸 이바구라고 한다. 그런데, 모든 피사의 탑에 관한 자료를 보면 갈릴레오가 이곳에서 물리 실험을 했다고 한다.


탑 기울어짐을 방지하는 차원인지 탑 입장도 한 번에 안 시키고 20분 간격으로 관람객을 들여보내는데 들어가는 입구 계단에 첫 발을 데니까 몸이 절로 기울어졌다. 7층 아파트를 계단으로 올라간다고 생각해봐라. 무거운 카메라 들고 메고 욕보면서  다 올라가 보니 옥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해 놓고 15유로를 챙기다니. 한 배낭 여행자의 야마가 좀 돌았다.


옥상에 설치된 종 거치대


옥상에 설치된 종

크고 작은 쇠 종만 몇 개 덩그러니 달려있었다. 종은 저 멀리 한반도 옛 나라 신라에 있었던 애밀레 종이 최고인데 더 볼 것이 없었다.




     별도로 표 파는 성당은 들어가지 않고

피사의 성당


피사 두오모 성당

피사의 탑을 내려와서 옆에 있는 두오모 성당을 짜배기로 구경하고  그 옆의 다른 성당으로 발길을 돌려 들어가는데 표를 보자고 하였다. 첨에 산 15유로짜리 표를 보여주니, 아니야. 이건 피사 탑이고 성당 입장권을 다시 사 오라고 하였다. 볼 것 없는 피사의 탑에 올라간다고 15유로 뜯겨 속이 상한 나는, 야 새이들아 더 이상 안 본다 안바 하면서 돌아 서버렸다. 하여간 이태리 야들도 스페인 야들만큼 관광수입 챙기는데 짜증이 났다.


성당 입구에 조각된 성모상.


성당문에 청동으로 조각된 철문


성당

다시 표 끊어오라는 두오모 성당. 야마 돌아서 안 들어가고 밖에서 사진만 박았다.   


그 성당 지붕꼭대기만 줌으로 댕겨서ONE SHOT.


피사의 탑에서 내려다 본 피사 마을

피사 탑 꼭대기에 올라가서 바라본 피사 시가지는 붉은 기와로 지은 집들만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었다. 하여간 현재의 피사에는 이 탑 말고는 보여 줄 게 없는 모양인데도 무슨 관광객들이 그리도 많은지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내 생각에는 피사의 탑의 삐둘한 기울 짐이 우리들처럼 각 나라의 역사 교과서에 실려 있어서 전부 다 한번 눈으로 보려고  오는 게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고, 로마를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들이 로마에서 별로 멀지 않은 피사를 겸사겸사 구경하러 오는 모양이다.



피사탑 옥상

피사 탑 상층을 줌렌즈로 잡은 모습으로 와서 보니까 탑이 기울여 있는 것은 설계 잘못인데 그걸 알면서도 그냥 끝까지 밀고 간 것 같았다. 지반이 모래가 포함된 진흙으로 3층을 올리기 전부터 탑이 조금씩 오른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탑을 지탱하는 추축 돌이 7층 탑의 총무게를 지탱하기에는 좀 얇은 돌로 되어 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0년 동안 공사를 계속 밀어 부친 것은 앞의 책임자가 가고 나면 뒤에 남은 책임자는 별로 부실공사에 대한 책임도 없어니까 그렇게 해서 180년 동안 공사가 계속 이어진 것 같았다.


당부의 말로 혹 독자 여러분이 이태리 와서 피사의 탑을 구경 가거든 그냥 사진만 찍고 탑에 절대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15유로 챙겨가지고 가시라. 그리고, 주위에 아는 사람들이 피사에 간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가서 탑에 올라가지 마라고 말려야 한다. 우째던 피사 시 재정 수입을 말려야 한다. 그래서 이미 많이 홍보가 되었는지 탑에 올라가는 사람이 진짜 적었다.    



기울짐 방지 조치

피사의 탑 일층에 막아놓은 틈새로 카메라를 집어넣어 찍은 사진인데 탑의 기울어짐을 방지하는라고 쇠막대기를

이리저리 세워 놓았다. 피사의 탑의 몰카 한 컷.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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