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낙원 GKI에서
이제 모델K와 나만 둘이 낙동강 오리알처럼 덩그라니 해변에 남겨졌다. 머리위에서는 오후의 따끈따끈한 햇볕이 내리 쬐고 백사장의 모래는 하루내내 잘 달궈진 화덕처럼 지글거리고 있어 맨발로 모래를 밟을 수도 없다. 섬 면적이 11.5 평방Km 라하니 4Km X 3Km 되는 모양이다. 들어오기 전에 물어보니 성수기는 아니지만 섬에 숙박시설과 레스토랑이 있다고 해서 간단하게 카매라와 비옷 정도만 챙기고 들어왔다.
이글거리는 백사장을 조심스레 한발자욱씩 띄며 야자수가 우거진 해변을 지나 가게를 찾으려 갔다. 아직 한여름이 시작되지 않아서 그런지 몇군데 레스토랑중에서 딱 한 군데만 문을 열었다. 숙박업외 스노콜링, 카약, 패들링등에 필요한 장비를 대여해 주고 선셋 크루즈, 숲속길 트레킹, 피싱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빵이다. 점심을 거르고 배를 타고 같이 낚시를 조금 하다가 섬에 내리니, 거의 오후 두시가 훌쩍 넘었다. 배낭을 매고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지나 유일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레스토랑에 도착해서 점심을 주문하니 점심은 2시까지이고 저녁은 6시에 시작한다고 한다. 여행다니다보면 제일 참기 힘든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배는 고픈데 밥을 사먹을 수 없는 경우이다. 오지라서 밥사먹을 곳이 없을 수도 있고 지금처럼 서비스 시간을 놓치는 경우이다. 2009년 스위스 여행때 폭설이 내려 시골 식당들이 전부 문을 닫아 아침 밥사먹기가 힘들 때 배가 하도 고파서 차안에 있던 땅콩과 물로 한 끼를 때웠던 기억도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배설 문제이다. 한번 당해 본 여행자들은 내가 구구절절 사설을 늘어놓지 않더라도 잘 이해할 것이다.
배에서 내린 해변에서 레스토랑을 지나 뒤쪽으로 나가보니 바닷가 풍경이 배고픔도 잊을 정도로 경치가 아름답다. 그러나, 옛부터 내려오는 우리 속담이 대부분 맞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고프면 아무리 좋은 경치라도 사진찍을 마음이 안 생긴다. 레스토랑을 나와 혹시 다른 숙박업소가 영업을 하는지 좌우로 길을 찾았다.
Hideway 레스토랑을 나와 왼쪽으로 돌아 나가보니 The Shell House 란 간판이 걸려 있길래 무작정 들어가서 영업하는지 물어보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들어가는 가게 입구에는 불상의 두상 조각상이 나무 그루터위에 다소곳이 얹혀있었다. The Shell House 안으로 들어가보니 집앞에 야외 테이블이 놓여있고 테이블 앞뒤로 의자가 있는데 데니스라고 자기를 소개한 중년 남자가 혼자 앉아 있었다.
한눈에 둘러봐도 봐도 숙박업하는 곳은 아닌것 같아 그냥 나가려고 하는데 데니스가 쉬었다 가란다. 데니스는 무료한 참에 우리를 만나서 기분전환이 되어서 그런지 이것 저것 묻고 나서 자기를 소개하는데 자기는 이 섬에 사는 주민으로 이 집주인 제드의 친구라 한다. 전체 섬 주민들의 가구 수가 총 12집이란다. 이 큰 섬에 총 12세대 주민에 여름에 레스토랑 및 숙박업을 하는 너댓 집이 전부라 한다. 이런 저런 이바구로 무료함은 달래지는데 시장끼는 달래지지 않는다. 집 앞에 서 있는 간판보고 밥사먹으러 들어 왔다고 데니스에게 우리 처지를 알려 주었다. 좀 있다 집주인 부부가 합석을 하였다. 데니스가 우리 처지를 마치 녹음기틀듯 한번 더 Replay해서 집주인에게 들려준다 . " 글씨, 미국서 아들하고 여행온 관광객이래. 옆 가게 Hideway가 점심 서브를 2시까지만 하고 저녁을 6시에 시작한다나. 배가 고파 여기가 식당인줄 알고 들어왔데.” 이 한마디 말에 센스가 만점인 여주인 마가렛이 집안으로 들어 가더니 금방 치킨 샌드위치를 두 접시 들고 나왔다. 치킨 살코기에 야채와 푸른 콩을 적당히 넣어 마요네즈와 버물려 식빵 사이에 샌드위치해서 시원한 드링크 캔까지 주길래 염체불구하고 먹으면서 뉴질랜드 여행기를 주섬주섬 들려 주었다. 여행하기 다 좋은데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불평까지 해 대면서 일단 허기진 배를 채웠다.
이제부터는 식후경이니 금강산을 찾기 시작하였다. 주인장 허락을 받고 집 정원을 돌아보는데 마가렛의 취미가 정원 가꾸기로 좌우 정원 단장을 이색적으로 꾸며 놓았다. 정원에서 특히 눈길을 잡은 것이 기묘한 모습을 한 고목인데 마가렛말로는 파도에 떠밀려 해변에서 말라 비틀어진 나무를 수집해서 거꾸로 세워 놓은 것이라고 하며 Drift Wood라고한다. The Shell House 란 입간판이 뭐냐고 물어 보았더니 이 집을 4년전에 구입해서 섬으로 들어왔는데 전 집주인이 각종 조개로 만든 기념품을 파는 가게였다는 것이다. Shell로 만든 기념품 구경시켜 준다길래 집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The Shell House 내부는 말 그대로 리빙룸 4방 벽면이
Shell 제품으로 가득 차 있다. 전 집주인이 집을 팔면서 가지고 있던 Shell 제품을 전부 다 주고 갔다고 한다. 자기도 이제 관리하기가 힘들어 곧 퀸즈랜드 주립대학에 몽땅 기증하려고 한다고 한다. (염치없게도 몇 개 달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고추 잠자리처럼 뱅뱅 맴돌다 결국 나오지 못했다. 난 머리숱이 너무 많아 대머리가 아니라서 결국 못했을까) 진열해 놓은 것들이 전부 다 완제품으로 가격표까지 붙어 있다. 진짜로 탐나는 제품은 산호로 만든 것들인데 가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크기도 크서 배낭 여행자들에게는 적합치 않다하더라도 기념품으로는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았다. Shell은 여기 섬에서 나는게 아니고 전세계에서 조개껍질 재료를 수입해서 여기서 가공해서 제품으로 만들어서 팔았다고 한다.
점심도 잘 얻어 먹었고 Shell House도 둘러보고 그늘밑 정원 테이블에서 한담을 하다보니 떠나야 할 시간이 된 것같아 배낭을 챙겨 일어서려고 하는데 마가렛이 조심스레이 물어 온다. “우리집 아래채가 비워 있는데 괜찮다면 하룻밤 묵어가도 되는데……”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Offer를 받고 보니 오늘 하루가 왜 이리 횡재의 연속일까하고 잠시 생각해 보았다. 사실 내 성격으로는 이런게 썩 내키지는 않는다. 차라리 Hideway가서 돈주고 방하나 빌려 뱃속 편하게 지내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정중하게 거절하고 돌아서는 것도 실례가 될 것 같고 그냥 좋아라하면서 해벌래하고 받아 들이는 것도 천박해 보일 것 같아 잠시 망설이면서 배낭을 매고 나가려는 모델K의 의향을 넌지시 의견을 물어 보니 되기 좋아한다. 이렇게해서 12세대가 사는 섬 Great Keppel Island에서 호주판 무전여행 1박2일을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