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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Sep 05. 2016

지노 배낭 여행기 - 아프리카편 5

케이프타운 마지막 날

10/25/2015 그리고 26일. 맑은 날이나 바람이 강함


  헬기 투어 


이륙하는 헬기

내일이면 일단 나미비아로 이동해야 한다. 알아보니 다행히 나미비아 비자는 입국 공항에서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별도로 발품을 팔지 않아도 비자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여기 날씨땜에 처녀가 원하지도 않은 애 가지듯이 나도 전혀 원하지도 않았는데 하루를 더 케이프타운에서 죽쳐야 한다. 처음부터 일정을 잘못 소화해서 그런거다. 23일(금)에 들어와서 24와 25일 구경하고 26일(월)에 나미비아에 가야하는데 25일 오전에 비가 와서 테이블 마운틴과 헬기 투어가 취소되어 천상 떠나야 할 오늘에서야 테이블 마운틴과 헬기투어를 하려고 한다.



헬기에서 잡은 케이프타운 해변 풍경


헬기에서 잡은 케이프타운 해변 마을로 왼쪽 봉우리가                                 이곳의 랜드마크인 Lion Head




   인샬라가 그런뜻이었지?


아침을 일찍감치 챙겨먹고 Waterfront로 달려갔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해서 둘 다 구경하는데 문제가 없을 듯한데 둘다란 헬기 한번 타고 나서 테이블 마운틴에는 케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퍼뜩(빨리) 사진만 찍고 내려오는게 그 둘이다.

헬기 투어를 별로 선호하지는 않은데 인터넷에 올라 온 사진보니 항공 사진들이 폼있어 보여 나도 한번 흉내 한번 내어보게 미화 80불짜리로 15분간 비행한다. 한번 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착륙하는데 드는 시간을 빼고 나면 실제 비행시간은 얼마되지도 않아 꼭 속이 빈 근사하게 포장된 선물꾸러미 뜯어 보는거하고 비슷하다. 운좋게 오스트리아 영감님 두 분하고 같은 시간대에 신청하여 얼마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었다. 4인승 헬기로 조종사랑 앞뒤로 2명씩 타니까 조금 뻥쳐서 송곳 하나 세울 자리없이 빡빡하다.(입추의 여지가 없다를 순 조선말로 풀어 쓰면 이렇게 표현될 수 밖에 없다)  타기전에 각자 몸무게를 재는데 시합나가는 운동선수처럼 계체량도 통과해야 하는 모양이다. 옛날에 헬기 투어한 경우는 가족들이랑 그랜드캐년 옆에 있은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에서 한번 탄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몸무게를 잰 적이 없었는데 남아공이 미국보다 안전 규칙을 준수하는데 앞서는 모양이다. 타기 전 주의 사항을 주는데 절대로 아래 위에 있는 기기에 손을 대면 안되고 모자와 배낭은 갖고 탈 수 없게 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런 주의사항은 말 안해줘도 무방한데 왜냐하면 헬기타고 전부 사진이나 비데오 찍는다고 아래 위로 쳐다볼 겨를도 없이 15분이 금방 지나가기 때문이다. 새의 눈이 되어 공중에서 아래를 바라보니 왜 사람들이 그토록 새가 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겠더라. 말로 설명하는 것 보다 그리고 백문불여일견이니 짧은 동영상 두 편을 올리니 그걸 보시고 새가 되고 싶은지 아님 그냥 한많은 요괴 인간으로 살고 싶은지 각자 한번씩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난 새가 되기 싫다. 옛날에 없던 고소공포증(Acrophobia)이 생겨 높은데 올라 갈수록 오금이 저려오기 때문이다.



헬기로 본 케이프타운



헬기에서 내려다 본 케이프타운 근처 풍경





  디비(거꾸로) 쪼아 케이블카는 물거품으로


헬기 투어 마치자 마자 잽싸게 테이블 마운틴오르는 케이블카 타러 시티투어 버스타고 갔다. 여기 관광 시티 투어버스도 잘 되어 있다. 웬만한 세계적인 도시들이 전부 이와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다. 1일짜리는 미화 15불정도고 2일짜리 사면 30불에서 쪼매(조금) 할인 해준다. 물론 현지인들이 타는 버스는 말도 못하게 싸지만 (일회 승차요금이 미화 35 센트) 어디서 타는지 잘 모르니까 그런게 귀찮기때문에 관광객들에게 2-3십불은 그냥 십시일반으로 도네이션  수준이다. 내 생각에도 나처럼 짠돌이같이 교통카드끊어 가지고 시내버스 타고 다니지말고 시티투어 버스 이용하는게 남아공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될 듯 싶다. 그런데 오늘은 별도로 15불 주고 1일 이용권을 샀으니 어찌보면 교통 카드가 헛돈이 아닐까 싶지만 매일 매일 들락날락 할 때 택시 안타고 시내버스 이용했으니 낭비라 할 수는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이 배낭여행자의 기본자세이다.

솔직히 말해서 투어버스 탄 이유가 현지인들에게 물어봐도 글로 가는 시내버스가 없다카고 전부들 택시타고 가란다. 케이프타운시 소속 관광진흥청 공무원들이 시민들 교육은 확실하게 시켜 놓아 관광수입 올리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투어버스타고 케불카타러 갔더니 아! 바로 그기에 교통카드로 탈 수 있는 My City 버스가 텅빈채로 쫄래쫄래 올라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현지인한테 물어보니 몇번을 갈아 타야 올 수 있다면서 더 이상 진실(나에겐 중원의 무림 고수가 지만 알고있는 전해져 내려오는 비법 같은 거)을 가르쳐주지를 않는다. 결국 어디서 타는지 아직도 모른다.



케이블카 타는 곳에서 올려다 본 테이블 마운틴

투어 버스 출발점이 Waterfront 이고 또 여기에서 헬기를 탈 수 있기 때문에 헬기투어 끝내고 여기서 쉽게 투어버스 타고 산으로 올라갔다. 양곱창같이 꾸불꾸불하게 돌아 올라가는 고개 산만디(이게 사투리같은데 표준말이 뭔지 언덕이란 소리겠지)를 버스가 천천히 올라가자 타운 전체가 서서히 눈아래 펼쳐지기 시작한다. 아까 헬기타고 새가 되어 내려가 보았던 그 도시인데 여기서 바라보니 또 다른 곳의 도시인 것 같다. 투어버스뿐 아니라 개인 렌트 또는 택시등 관광객들이 타고 올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교통수단이 만들어 내는 혼란함이 여기가 케이프타운 최고의 관광지임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 같다. 그런 나라비(줄서기) 관광의 극치는 내가 경험한 바로는 성수기의 로마 바티간 박물관이 아닌지 쉽다. 이건 나라비가 아니고 그냥 뒤에서 밀어내는 인간 물결에 둥둥 떠밀려 간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듯 싶다. 여기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길 한쪽으로 줄을 서서 입장권을 사게 하는데 줄 중간 중간에 표시를 해놓고 '여기서부터 1시간 또는 30분 소요 예정임' 팻말을 걸어놓아 관광객들이 얼마나 인내하고 표를 사서 케블카를 타러 가는지 테스트하는 것 같았다. 하여간 엄청나게 많은 차들이 파킹되어 있었다. 근데 표사는 줄은 텅텅 비워있는걸 보는 순간 불길한 아니 배반감같은 실망감이 한순간 머리를 한바퀴 돌고 지나간다. 오늘 표는 더 이상 안팔고 클로즈한다고 하길래 인자 11시 반인데 왜 문닫는냐고 따질듯이 물어보니 정상에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케블카 운행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그것도 사람 약 올리게 좋게 아침부터 중단된게 아니고 10분전부터 그랬단다. 결국 오늘도 디비(거꾸로) 쪼은 것이다. '디비 쪼우다'하는 말은 화투 두장씩 들고 쪼우는 도리지꾸땡에서 남에게 패를 안보이게 해야하는데 그걸 거꾸로 들고 쪼아 상대방에게 자기 패를 다 보여주게 되어 매번 진다는 소리다. 헬기 타지말고 이리로 먼저 왔더라면 충분히 올라갔고 나중에 헬기를 타러 갔으면 바로 쪼우게 되는 것이다. 똑같이 케이프타운으로 들어온 날 다음날 바로 희망봉으로 가지말고 대신 그날 산에 가고 헬기탔더라면 그리고 그 다음날 비가 온 날에 희망봉으로 갔으면 그게 바로 쪼우는 것이다. 못 올라간다하니 실망이 크지.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인생이란 도리지꾸땡 화투판에서 디비 쪼운게 어디 오늘 이거 한 번 뿐이었을까. 아마 나 자신도 모르게 수많은 실수의 연발로 점철된 나의 인생사가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은 그 분의 계획된 작전에 따라 좌지우지 그렇게 흘러온 것이 아니었을까하고 느닷없이 나 자신에게 위로를 해 주었다. 인샬라가 이런 뜻이었나?





   다시 투어버스에 몸을 싣고


풍광이 수려한 해변마을 Camps Bay

시간이 없어 간략하게 요약하면 관광책에 소개된 풍광이 수려한 해변 마을을 투어버스(오늘 하루 무한 리필되는 공짜)로 두 번이나 돌았다. 그래서 카메라 셔터를 한 이백번 눌러댔는데 그 중 수작 몇 점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지베가서 다시 정리해서 올리기로 한다. 주로 해변가 마을인데 내가 보기에도 이태리 남부 휴양지 '태양의 해변'(Costa del Sol)이나 니스나 칸느해변이 있는 프랑스 남부 휴양지 코닷쥬어(여기 가봤다고 런던서 요하네스버그로 올 때 만난 프랑스 할매한테 자랑했다가 할매가 못알아들어 몇번 반복하다가 결국 글자로 소통되었다)에 비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자연환경을 가진 곳으로 시간이 되는 사람은 하루쯤 시간내어 둘러 볼만한 곳이다. 일단 사진으로 느껴보세여.



케이프타운 최고의 해변인 Camps Bay


Camps Bay 밑에 있는 해변 Seapoint


Camps Bay 해변가에 위치한 집의 앞마당이 대서양 바다로 밀물일 경우에는     푸른 파도가 집 앞마당까지 넘실거린다


Seapoint 해변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들


해변도로에서 본 테이블 마운틴의 12사도바위


Camps Bay 뒤로 보이는 테이블 마운틴





  벨리 댄서 경연을 구경하고
  

어제는 오후 종일 Waterfront 를 떠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오후에 구름이 테이블 마운틴에서 벗어나면 헬기 투어를 하던 아니면 케블카타고 산으로 올라 가려고 Waterfront에서 맛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왔다 갔다 하다가 여기 야외 공연장에서 벨리댄스 경연대회를 무료로 즐겼다. 나는 왜 벨리댄스라고 부르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우리말로는 배꼽댄스라고 부르기에 그러면 belly button dance라 해야 맞는 것이 아닐까. 배꼽 내놓고 골반을 요사시하게 흔들어대는 이 춤은 고대 페르시아지역에서 일어난 춤으로 우리가 잘아는 천일야화 즉 아라비안나이트에 등장하는 섹시한 춤이다. 그런 지역이 지금의 이란, 이라크, 터어키등으로 그중에서 특히 터어키 밸리댄스가 유명하다. 터키 이스탄불에 가면 관광상품으로 반드시 벨리댄스가 포함되어 있고 유명한 야시장에 가보면 배꼽댄스복도 여러가지 종류로 진열되어 있다.



2010년 이스탄불 바자르에서 사온(찍어온) 섹시한 배꼽 댄서복

일단 배꼽을 내놓고 춤을 춰야하니 배꼽모양이 예쁠수록 좋다. 옛날 어르신네가 이 춤을 보았다면 집안 망조시키는 춤이라고 노발대발 하셨을뻔도 한데 요새는 서로 배울려고 난리다.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춤이니까 상당한 연습량이 필요해 몸매 유지에도 좋고 다른 하나는 섹시함 그 자체의 아이콘이 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몸매는 일단 논외로 하고 노출이 화끈하고 의상도 옥황상제를 모시는 선녀가 입는 하늘하늘한 그런 천사표로 되어있어 춤추면 그 흐느적거리는 부드러움이 천상의 미녀가 솜사탕 한입떼어 내 입속에 넣어주는 바로 그런 맛이다. 그런데, 내가 몇번 본 벨리댄서의 몸매는 거의 80% 이상이 퉁실퉁실한 배를 까고 춤을 추는 좀 혹평하자면 비만끼가 있는 댄서들 뿐이다.



비만끼가 약간있는 밸리댄서


퉁실한 배를 내놓고 춤을 추는 댄서들

허리가 한 팔속에 들어올 정도로 버드나무 가지같은 호리호리하고 낭창낭창한 몸매들이 아니다. 배꼽댄서의 하이라이트는 엉덩이와 골반의 진동수를 정해진 시간 속에 얼마나 빠르게 잡아 올리는가에 있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다가 이렇게 엉덩이와 골반을 거의 떠는 수준으로 흔들어대는데 관람객들도 여기에 호응하여 환호를 보낸다. 학원별로 경연하는지 주로 나이많은 노련한 선생이 무대 중앙에 서서 춤을 이끌어 간다. 아래 사진처럼 초등학교 정도의 어린아이도 공연을 하는데 깜직하게 잘도 하더라. 경연 장면을 비데오로 녹화했는데 어디에 저장했는지 찾지를 못한다. 저번 중국 4대 미인에서 잠깐 언급한 마타하리가 바로 이 벨리댄서를 잘 춰서 그녀가 작업(연합국 군사기밀 절취)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정도의 어린 댄서로 선배들과 열심히 스텝을 맞추고 있다


비만끼가 없는 섹시한 댄서도 있다




   2015/2016 CLIPPER 70 세계일주 요트대회


Waterfront 부두가에 정박된 경주 요트들

Waterfront 물가에 멋진 세일보트들이 줄지어 정박되어 있길래 보았더니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어지는 클리퍼 70이라는 세계 일주 요트 대회의 1, 2차 경기를 마치고 3차 경기를 위해 준비중으로 많은 관심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영어로 Clipper가 무언인지 알면 머스마들은 우리들의 옛날 추억이 웃음과 함께 피어 오른다. 고딩 때 괜히 먹부린다고 까까머리 중머리를 조금 길게 길러고 다니다가 등교시 교련선생한테 뒤쪽으로 혹은 옆쪽으로 산불 방지책으로 산등성의 일부 숲을 미는 것처럼 이것으로 한번 시원하게 밀려 버린다. Clipper가 일본말로 바리깡이다.  

요트에서 말하는 Clipper는 바리깡이 아니고 지금처럼 항공화물이 활성화 되기전 예전에는 배가 많은 화물을 싣고 해상에서 빨리 달리도록 배를 디자인 하였는데 그것을 Clipper라고 불렸던 것이다. Clipper 70은 그렇게 빨리 달리게 디자인된 70피트 길이의 요트로 세계 일주 경기를 크게 8 구역으로 나누어 경쟁하는데 지난 8/30일 영국 런던을 출발해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까지 1차 레이서가 끝났고 2차 레이서가 10/7일 리우데자네이로를 출발해서 남아공 케이프타운까지 마치고 바로 Waterfront에 정박하면서 우리를 만나게 된 것이다. 10/31일 여기를 출발해서 호주 알바니까지 3차 레이서를 펼칠 예정이다. 요트로 세계 5대양 6대주를 돈다는 것을 생각만 해도 심장의 피가 보글보글 끊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새계일주하는 요트 경주 코스


Clipper 70 2015/16 세부 요트 경기 일정


3번째 경주는 여기서 호주 알바니까지 4,845 nkm로 44개국에서 참가한 선수 233명이 12척의 클리퍼를 타고 남대서양에서 약 24일간 펼쳐진다

이 대회가 유명한 것이 세일링을 전문으로 뱃사람의 경기가 아니고 문외한인 초보자도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70은 통상 배의 길이를 피트로 표시하는 숫자이다. 하도 반가워서 참가팀 12개의 요트와 Skipper(선장)의 이력까지 카메라에 담아왔다. 근데 아마추어도 받아 준다는데 나이 옹차게 묵은 사람도 응모할 수 있는지 그것이 알고싶다.



초보자도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고 꼬시는 광고 포스트


Clipper 70 요트의 제원표. 12대가 한치의 차이도 없이 동일한                     규격의 요트로 똑같은 조건하에서 경기를 펼친다


칭따오팀의 선수 명단. Skipper(선장)부터 팀원 전원의 약력을 보여준다. 개인별로 나이, 출신국, 직업과 참가구간을 명시하고 있다




   오늘 마감이 바로 케이프타운과 이별인데


해 질 무렵.... 그냥 있는 말 그대로 해 질 무렵 내 숙소가 있는 Seapoint 로 돌아왔다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그 노래가사가 문득 떠 오른다. 좋은 노래말이다.

< 해 질 무렵 거리에 나가 차를 마시면
내가슴에 아름다운 냇물이 흐르네
이별이란 헤어짐이 아니었구나
추억 속에서 다시 만나는 그대
베고니아 화분에 놓인 우체국 계단
어디엔가 엽서를 쓰던 그녀의 하얀 손
그 언제쯤 나를 볼까 마음이 서두네
나의 사랑을 가져가 버린 그대>



Seapoint 해변 전망대에서 본  낙조

버스에서 내려서 보니 해변가 전망대에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마침 수평선으로 거의 떨어진 해가 낮동안 한입 가득하게 입에 물었던 붉음을 서서히 뱉어 내는데 짙은 분홍빛이 하늘은 물론 그와 맞닿은 수평선까지 천천히 물들이기 시작하였다. 나만 빼고 전부 이 동네 주민들이다. 나이가 지긋한 노년의 부부는 그냥 손만 잡고 낙조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 이제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지나간 그것보다 훨씬 짧아지고 있슴을 하루 하루 이 낙조를 보면서 더욱 더 절실하게 가슴에 와닿는 것 같았고, 젊은 커플들은 손만 아니라 서로 가슴까지 포개가며 오늘 행복한 이 순간이 이 세상 끝날 때까지 (결코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 그래도 지금은 그렇게 해달라고 염원하는 것 같았다. 하루가 천천히 저물어가는 조용한 시간이다. 파도가 무심하게 밀려 왔다가는 해변의 돌방구 위에 앉아있는 바다 갈매기 한 마리가 나처럼 쓸쓸하게 먼 빈 바다만 시름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JH-



해변 돌방구 위의 갈매기


용필성아의 서울서울서울


보름달이 언덕 위로 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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