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탐방기
격월간 <민들레>에서 접한 글 중에 아직도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는 내용이 있다. 112호에 실린 '어제는 밭을 갈고 오늘은 바느질을 했지만'이라는 제목으로 대안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이 쓴 글이다. 긴 시간 동안 대안학교에서 자립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으며 밭은 갈고, 바느질을 했지만 막상 졸업한 이후에 사회에 나와 보니 할 줄 아는 게 없다, 성인이 돼서 당장 처리해야 하는 일(집을 계약하고, 은행일을 보는 등)을 전혀 모르는데 과연 '자립'교육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내용이었다.
민들레는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을 구현하고자 출판과 교육, 연구를 이어가며 함께 성장하는 '배움'의 길을 열어 가고자 한다. 1998년 8월 '학교를 넘어서'를 첫 책으로 인문사회 교육 분야의 단행본을 꾸준히 내고 있고, 1999년 1월부터 교육전문지 격월간 <민들레>를 두 달에 한 번 내고 있다.
늦은 저녁, '대안교육을 공부하는 모임'에서 두 번째 현장으로 민들레 출판사를 방문했다. 민들레 출판사를 설립하신 현병호 선생님과 편집장 장희숙 선생님께서 우리를 반겨주셨다. 구독자로서 설립자와 편집장을 만나는 것은 아주 뜻깊은 경험이다. 약 2시간 동안 민들레 출판사, 대안교육 등을 주제로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첫 번째 질문) 민들레, 어떻게 탄생했나요?
현병호 선생님께서는 '대안교육'이라는 개념이 있기 전에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없었으니까 메시지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 출판을 선택했다. 1998년, 서울대학교에 갓 입학한 스무 살 청년이 '학교를 해체하라'라는 원고를 들고 출판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느 곳도 그 원고를 받아주지 않던 중에 우연히 현병호 선생님을 만났다. 원고를 보신 후, 꼭 출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민들레 출판사의 시작이 되었다. ('학교를 넘어서'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 그와 동시에 '학교 밖에도 길이 있다'는 메시지를 필두로 탈학교 운동의 일환으로 격월간 <민들레>를 만들었다.
이후, 대안교육과 대안학교가 생기면서 소식을 싣게 되었고, 외부에서 '대안교육잡지'라는 정체성을 부여했다. 다양한 배움의 형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잡지를 생각했다. 최근에는 공교육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교육의 메시지를 다른 교육현장에 퍼뜨리는 접점을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안교육을 다루다 보니 '이런 학교를 만들고 싶다', '대안학교 추천을 해달라' 등의 상담전화가 많이 들어왔다. 초기에는 그런 상담까지 모두 맡았지만 점점이 일이 많아지면서 분리가 필요했다. 그렇게 지금의 대안교육연대가 탄생했다.
두 번째 질문) 두 분께서는 어떻게 교육 운동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현 - 친한 동네 꼬맹이들이 내가 받았던 교육을 똑같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교육을 바꾸고, 모든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보다 내가 아는 꼬맹이들의 행복을 바라면서 캠프도 진행하고, 공동 육아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장 - 하고 싶은 일이 교사였다. 국문과로 진학하여 교직이수를 하며 교생을 나갔다. 그때 경험한 학교 풍경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교감선생님은 하루 종일 장기를 두고, 선생님들은 전혀 수업 준비를 하지 않았다. 배포된 학습지도안을 교과서 아래 넣어 두고, 그것만 계속 읽었다. 어느 교실을 가도 앵무새처럼 똑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내가 원했던 학교가 아니었고,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간디학교 홈페이이지를 찾았고, 지향하는 가치가 내 생각과 일치했다. 그렇게 간디 교사 연수원 2회째 입학하고, 간디학교에서 10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했다. 새로운 자극, 배움이 필요한 시점에 현병호 선생님을 만나 민들레 출판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모두 교육운동의 연장선이다.
세 번째 질문) 교육을 포함해서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소위 말하는 주류에 들어가야 하지 않나요?
현 - 대안운동을 하는 많은 사람이 비정부기구(NGO)만 바라보는 사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정부기구(G0)가 더 많이 한다. 주류로 들어가는 과정을 겪고 싶지 않기 때문에 비주류를 선택한다고 본다. 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교대를 다닐 자신이 없었던 것처럼. 주류와 비주류를 가르는 것보다 주류 속에서도 통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 네트워크를 긴밀하게 가져가는 것도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변방에서 세력을 키워 중원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길게 내다보고, 바깥에서 다가올 세상을 먼저 구현하면서 그것을 확산시켜가는 것이 현실성이 있지 않을까.
장 - 비주류의 정신이 뭘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약자와 연대하는 등 이러한 힘을 길러주는 것이 대안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태도와 마음가짐을 알려주는 것인데 진로와 같은 삶의 방향이나 방법까지 확대하는 것은 아쉽다. 어디에 속하든 대안교육에서 배운 태도와 마음가짐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 번째 질문) 현재, 그리고 앞으로 대안학교는?
장 - 대안학교에 원하는 역할과 사회에서 바라는 대안학교의 역할이 충돌하고 있다고 본다. 학부모 선에서 돌볼 수 없는 아이들이나 학교 폭력 등을 당한 아이들이 대안학교에 몰리고 있다. 이 충돌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대안학교의 과제가 아닐까.
* 위 내용은 녹취한 것이 아니라 필자가 적은 내용을 바탕으로 단어, 문장 등을 수정했습니다.
앞으로도 격월간 <민들레>와 단행본을 통해 '교육'에 관한 어떤 화두를 던질지 기대된다. 전국에 격월간 <민들레> 읽기 모임이 70개 정도 있다고 한다. 민들레가 던지는 메시지를 토론하고, 실천하는 독자들이 민들레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 동네에도 읽기 모임을 만들어 볼까.
<장희수 편집장님의 추천도서>
우리 잘 크고 있는 거 맞아요?
아이들이 말하는 대안교육 이야기
http://bitly.kr/lF97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