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세요. 그냥 기다리세요.
'하루하루를 버틴다.'라는 한 문장이 요즘의 내 삶을 정확히 설명한다. 나도 대만이형처럼 저렇게 멋진 표정을 지으며 '난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그게 참 어렵다. 격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심심치 않게 찾아온다. 겨우 일을 해나가고, 겨우 사람을 만나며, 겨우 빨래를 하고, 겨우 밥을 먹는다. 그렇게 겨우겨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 그게 또 왔구나.
사실 이런 상태를 처음 겪는 것은 아니다. 20대 초반,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1~2년 동안 여러 대외활동에 참여하고, 다양한 공모전을 준비하며, 3~4개 동아리 활동을 했다. 거기에 아르바이트와 창업까지. 참 이것저것 많이 했지만 이른바 '현타'가 자주 찾아왔다. 목적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름의 과정을 거쳐 목적지를 정하고, 이제껏 살아왔다. 분명 잘 살아왔는데, 또다시 '현타'가 왔다. 이렇게 살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는지, 그 목적지가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맞는지 모호해졌다.
그대도 나와 비슷한 상태인가? 그렇다면 슬럼프에 빠졌다는 얘기다. 동지로서 조언을 하자면, 정대만이 되려 하지 말고, 기다려라.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다니엘 핑크의 <언제 할 것인가>에서는 슬럼프를 스파크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그중 동지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기다리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스포츠 게임의 '하프타임'에 빗대어 설명한다. 하프타임은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전열을 재정비하는 특별한 순간이다. 어느 스포츠이든 전반전을 리드당한 상태로 마친 팀은 그 경기의 승좌를 내줄 확률이 더 높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하프타임에 약간 뒤지면 이길 확률이 크게 올라간다.'
직장인들을 상대로 진행한 몇 가지 실험을 살펴보자. 피실험자들을 모아 다른 방에 있는 사람과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입력하는 타자 시합을 벌이도록 했다. 상대방보다 더 높은 점수를 얻으면 상으로 현금을 주었다. 게임은 짧게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어 시행했고 중간에 휴식시간을 두었다. 그리고 휴식시간에 실험자들은 피실험자들에게 서로 다른 정보를 주었다. 몇몇 사람에게는 상대방보다 많이 뒤처졌다고 말하고, 또 몇몇 사람에겐 조금 뒤처졌다고 말하고, 또 몇몇에겐 점수가 같다고 말하고, 몇몇 사람에겐 조금 앞서있다고 말했다.
결과는? 세 팀은 전반전과 비슷한 점수를 냈지만 한 팀은 유달리 좋은 성적을 올렸다. 자신이 조금 뒤처졌다고 생각한 사람들이었다.
여기에 슬럼프를 스파크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첫째, 중간지점을 알아야 한다.
둘째, 중간지점은 "안 돼"라고 체념하기보다 "어이쿠"하며 정신 차리는 계기로 삼아라.
셋째, 중간지점에 이르면 뒤처졌다고 생각하라. 딱 1점만.
그대도 알고 있다. 언젠가 슬럼프는 사라진다는 것을. 그 시간을 마냥 기다리는 것이 불안할 수 있다. 나도 그랬다. 우리는 발버둥 쳐도 빠져나가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기다리자는 것이다. 슬럼프에서 허우적거리는 나와 그대여. 우리는 잠깐 뒤처졌고, 곧 스파크가 번쩍이는 순간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자. 자신에게 기다림의 시간을 줄 수 있는.